매일신문

[100년 학교] 각계각층 인재 양성의 요람…울릉초교

관어학교→신명학교→울릉사립보통학교→울릉공립보통학교 등 학교명 8번이나 바뀌어

울릉초등학교 전경. 배형욱 기자
울릉초등학교 전경. 배형욱 기자

'백두금강 정기받아 동해창파 헤치고 웅장하게 솟은 성인봉 밑에 터전 잡아~'

우리나라에 개화의 물결이 요동칠 무렵인 1900년대 동쪽 끝섬인 울릉도에도 일찍이 근대 최초의 교육기관이 들어선다. 1908년 2월 17일 설립된 관어학교는 심능익 당시 울릉군수가 교장으로, 일본인 등을 교사로 세웠다. 학생수는 12~13명으로 시작했다. 일어, 산수, 한문을 서당식으로 가르쳤다고 한다.

이 학교는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운영비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 그로부터 1년 뒤인 1910년 11월 18일 이 터에 사립 신명학교가 설립됐고, 옥류서당 김광호 훈장이 교장으로 앉았다. 학생수는 관어학교보다 늘어난 26명, 운영은 보조금과 기부금으로 충당했다는 기록이 학교사에 남아있다.

신명학교의 운명도 이전처럼 길지 않았다. 일제가 '사립학교법 규칙'을 공포해 교육의 자유를 뺏은 1911년 학교명이 '울릉사립보통학교'가 되면서 일본인 교장의 통제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1913년 4월에는 울릉 첫 공립학교인 울릉공립보통학교가 됐다.

이 학교는 이후에도 이름을 여러 번 바꿨다. 1941년에는 도동공립국민학교였다가 1946년에는 우산국민학교로 변경됐다. 1976년 울릉국민학교가 된 뒤 교육부가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던 1996년 지금의 '울릉초등학교'로 바뀌었다.

1970년 이전 울릉초 전경. 울릉초 동창회 제공.
1970년 이전 울릉초 전경. 울릉초 동창회 제공.

울릉초에서 배출된 인재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의 면모를 갖추며 두각을 드러냈다.

종교계에선 대한불교 진각종을 세운 손규상(6회) 종조, 정계에는 전석봉(19회) 전 국회의원이 있다. 홍순칠(29회) 독도의용수비대장, 서원섭(33회) 경북대 총장도 이 학교를 나왔다. 재계에서도 박춘택(37회) 전 우방건설 사장, 김용섭(41회) 전 대우 사장이 이 학교 출신이다. 씨름 천하장사 이준희(56회)도 이 학교에서 배출됐다.

울릉지역 안에서도 서이환(2회)·홍성국(14회) 등 울릉군수를 비롯해 경북도의원과 군의원도 여럿 배출하며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했다.

울릉초가 배출한 졸업생은 올해 1월 109회 졸업식을 기준으로 모두 5천709명이다.

이 학교 출신인 정윤열 전 울릉군수는 학교 100년 기념사를 통해 "동문들이 사회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울릉초의 위상을 높이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힘의 원동력은 교사들의 투철한 사명감과 헌신적 가르침 덕분"이라며 "울릉군의 발전은 훌륭한 교육에서 그 바탕이 이뤄졌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51회 졸업생이면서 교장으로 재임하기도 한 임성숙 전 울릉초 교장은 "모교에 37대 교장으로 부임하던 날 가슴이 터질 듯 기뻤다"며 "울릉초가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갈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우뚝 서려면 모든 동문들이 하나 돼 후배들이 학문에 정진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울릉초 제42회 졸업식 사진. 울릉초 동창회 제공.
울릉초 제42회 졸업식 사진. 울릉초 동창회 제공.

울릉초는 한때 재학생이 1천명이 넘기도 했지만 현재는 100여 명으로 크게 줄었다. 학생수는 줄었지만 교육의 질은 더욱 좋아졌다.

2010년 3월에는 경북도교육청 지정 독도 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돼 특화 교육도 진행 중이다.

독도 교육은 ▷독도 영유권 교육을 통한 미래사회 핵심역량 강화 ▷독도교육 강화로 독도 주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제고 ▷독도 주권의 중요성 인식으로 역사의식 및 평화실천 태도 함양 등을 위해 이뤄지고 있다.

영토의 중요성은 물론 독도에 대한 올바른 역사의식과 일본의 영토 영유권 주장 및 역사 왜곡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우고, 울릉 주민으로 독도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울릉초 교목은 섬벚나무, 교화는 국화다. 섬벚나무처럼 굳세고 줄기차게, 국화처럼 추위에도 굴하지 말고 어려움을 이겨내며 자라라는 의미다. 교훈은 '바르게, 튼튼하게, 슬기롭게'로 100주년 기념비 뒤편에 새겨져 있다.

오정선 교장은 "소통과 공감을 통해 학생들은 배움의 즐거움 속에서 키우고, 교사들은 사랑과 열정으로 가르치며, 학부모는 신뢰와 만족으로 감동하는 모두가 행복한 참된 울릉교육을 실천하겠다"고 했다.

1970년 이전 울릉초 전경. 울릉초 동창회 제공.
1970년 이전 울릉초 전경. 울릉초 동창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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