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수의 골프 세태]<4>대구CC 사상 첫 환갑 넘은 챔피언 구형명 씨

지난해 SBS 고교최강전 3차 연장에서 팀 승리 이끌어
대구 성광고의 자랑, 4번째 클럽 챔피언 타이틀

대구컨트리클럽 최초 환갑을 넘긴 클럽 챔피언 구형명 씨. 구형명 씨 제공
대구컨트리클럽 최초 환갑을 넘긴 클럽 챔피언 구형명 씨. 구형명 씨 제공

"부끄럽습니다. 신문에 나올 정도는 아닌 듯 합니다."

이번주 야수의 골프 세태는 구형명 골퍼를 소개한다. 대구 성광고의 자랑 구형명 씨는 대구컨트리클럽과 지인의 추천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1961년 4월생으로 환갑을 갓 넘긴 시니어지만 골프 실력만은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올해 10월 21일 일반부의 쟁쟁한 실력자들을 제치고 2022년 대구컨트리클럽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2019년 44세 우승이 마지막이었으니, 만 61세의 도전은 그만큼 진귀한 우승이 아닐 수 없다. 구 씨는 "골프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주변에서 대단한 일을 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어디가서 자랑할 일인지 모르겠다"고 겸손한 말을 했다.

1972년 대구경북 최초로 설립된 대구컨트리클럽 챔피언전은 대구경북 인근의 아마추어 골퍼들의 꿈의 무대다. 예선을 거쳐 최종 결승까지 4일간 연속으로 경기를 해야한다. 마지막 날은 오전 18홀 준결승을 거쳐, 오후 18홀의 결승전까지 하루 종일 36홀을 소화해야한다. 환갑 넘은 시니어로서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가기 때문에 구 씨의 실력과 정신력은 높게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2022 대구컨트리클럽 클럽 챔피언에 오른 구형명 씨. 대구CC 제공
2022 대구컨트리클럽 클럽 챔피언에 오른 구형명 씨. 대구CC 제공

대구CC 역대 클럽챔피언 중 61세를 넘긴 우승자는 이번이 최초다. 그에게는 2014년 처음 클럽챔피언이 된 이후 8년 만에 이룬 4번째 우승이기도 하다. 지난해 SBS 고교동창 골프최강전에서는 대구 성광고 팀을 이끌며, 강원고와의 3차 연장에서 결정적인 퍼트로 극적인 승리를 이끌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늙어가는 것에 대한 발버둥일 수도 있지만, 도전하며 몰두하는 것으로 삶을 느낍니다. 나이의 한계를 넘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구 씨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삶의 현장 일꾼이다. 철탑공사, 음료배달업, 택배업 등 육체적 노동강도가 심한 일을 하고 있는 그가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은 40세의 늦은 나이. 삶에서 몸에 베인 치열한 열정은 골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2010년 '제16회 스카치블루배 아마골프 클래식'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하여, 대구시장배 골프대회에서 3년연속 우승 등으로 지역 아마추어 골프의 강자로 떠올랐다.

구 씨의 지인 이석화 변호사는 "타이거 우즈의 부활을 응원하는 심정으로 우리는 그의 우승에 감동한다"며 "백세시대라지만, 은퇴 이후의 무기력한 존재로 취급받는 시니어들에게 가슴을 뛰게 하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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