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공산 사찰 봉안당 갈등, 5년째 시끌…또 법정 가나

2017년부터 주민과 사찰 간 갈등 불거져
'봉안당 짓지 않겠다'는 공증 후 바뀐 소유주가 재추진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법원 판단에도 갈등 지속될 전망, 사찰 “항소 여부 검토 중”

최근 찾은 대구 동구 도학동 한 사찰. 이곳엔 인근에는
최근 찾은 대구 동구 도학동 한 사찰. 이곳엔 인근에는 '납골당 설치 반대' 현수막들로 뒤덮여 있었다. 임재환 기자

대구 팔공산 한 사찰이 봉안당 설치를 두고 수년간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봉안당 설치신고를 반려한 동구청의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에도 사찰 측이 항소를 검토하면서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찾은 대구 동구 도학동 한 사찰 건너편에는 주민들이 내건 '납골당 설치 반대' 현수막들로 뒤덮여 있었다. 주민들이 반대 시위를 하기 위해 사찰 입구에 설치했던 천막도 눈에 띄었다.

봉안당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일반음식점으로 건축허가를 받았던 사찰은 2017년에 봉안당 설치가 가능한 종교시설로 용도 변경을 시도했다.

당시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찰 인근 주민들은 집단 반발했다. 이에 사찰 측은 주민들에게 '봉안당을 설치하지 않겠다'는 공증을 한 후 2018년 종교시설 용도 변경을 허가받았다.

문제는 2020년 사찰의 소유주가 바뀌면서 이듬해 7월 동구청에 봉안당 설치를 신고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사찰 측은 "주인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전 소유주가 맺은 공증은 효력이 없다. 봉안당을 설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구청은 주민과의 갈등을 고려해 사찰이 제출한 신고서를 반려했다.

이후 사찰은 지난해 9월 동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으나 지난달 13일 패소했다. 인근 주민 김모(70) 씨는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팔공산 길목에 봉안당을 설치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1심 결과는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1년여간의 송사가 일단락됐지만 사찰 측이 항소를 검토하면서 봉안당을 둘러싼 갈등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는 양상이다. 사찰 측은 사찰이 주택가와는 100m 남짓한 거리에 있고, 고령화 시대에 봉안당이 혐오시설로 여겨진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전 소유주가 맺은 공증이 유효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사찰 관계자는 "봉안당은 갈 곳 없는 분들에게 자리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복지라고 볼 수 있다. 죽으면 누구나 가는 곳인데 이를 혐오시설이라고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또 전 소유주가 했던 공증으로 평생 봉안당을 못 짓게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소유권이 이전됐더라도 주민들과 합의한 사항들이 지켜져야 한다는 내용이 주요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며 "원고가 항소한다면 그에 대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맞춰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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