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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조성' 대구은행 13억원 세금 폭탄…당시 은행장이 물어줘야

비자금 31억원 조성 당시 세무조사서 13억원 소득세 부과
은행, 박인규 전 은행장 아파트 가압류하고 구상금 청구
박인규 전 은행장 측 은행 향한 서운함과 원망도…1심 은행 승소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비자금 조성과 채용비리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이 또다시 법정에 섰다. 이번에는 자신이 몸담았던 은행과의 민사소송이었다. 소송에서 패소한 박 전 은행장은 은행 측에 8억3천만원을 물어주게 됐다.

대구지법 제17민사단독(부장판사 천종호)은 10일 대구은행이 박 전 은행장을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2018년 벌어진 비자금 조성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건이 알려지자 국세청은 2018년 말부터 2019년 1월까지 대구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섰고, 13억1천644만원 상당의 세금을 부과했다.

당시 유죄로 인정된 비자금은 모두 31억8천만원 상당이었는데 이를 박 전 은행장의 상여로 보고 소득세를 부과한 것이다. 원천징수 의무자인 은행은 그해 4월 해당 소득세를 전액 납부했다.

은행 측은 박 전 은행장이 이를 돌려줄 필요가 있다며 2020년 4월쯤 소송을 제기했다. 은행이 납부한 원천징수세액과 이에 대한 지연 손해금을 납세 의무자인 박 전 은행장이 물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전 은행장도 2019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4억7천945만원을 은행에 납부했다. 퇴직급여, 성과급 등을 모두 상계처리하고 배우자가 따로 마련한 현금 1억3천만원 등이 쓰였다.

문제는 그러고도 남은 8억3천여만원 상당의 세금이었다. 박 전 은행장 측은 비자금으로 알려진 31억원 전체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형사 재판 과정에서 사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금액은 6천600만원에 불과하는 주장이다.

과거 수성구청에 은행을 대신해 2억원을 지급했으니 이를 인정해달라고도 했다. 박 전 은행장은 수성구청의 펀드 손실을 보전해준 사건으로도 형사처벌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박 전 은행장이 불법으로 보전해준 금액이 2억원이었다.

박 전 은행장 측은 가족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가압류하고 다시 구상금을 청구하는 것은 신의와 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주장도 펼쳤다. 국세청의 소득세 처분에 불복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납부해버린 은행을 향한 서운함과 원망도 드러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 전 은행장 주장은 배척하고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이 사건 구상금 청구를 받아들이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8억3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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