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야(親野) 성향 온라인매체 '시민언론 민들레'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단을 공개했다.
민들레는 지난 13일 밤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집계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는 14일 기준 총 158명이지만, 명단은 그 이전에 작성돼 155명이 기록됐다.
민들레 측은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정부 당국과 언론은 사망자들의 기본적 신상이 담긴 명단을 국민들에게 공개해 왔으나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다"면서 "명백한 인재이자 행정 참사인데도 사고 직후부터 끊임없이 책임을 회피하며 책임을 논하는 자체를 금기시했던 정부 및 집권 여당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참사의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데 급급한 여권과 이에 맞장구치는 보수언론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명단 공개 목소리를 맹렬하게 공격하고 정쟁 프레임으로 몰아가며 여론을 오도하려 한다"라면서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데 호명할 이름조차 없이 단지 '158'이라는 숫자만 존재한다는 것은 추모 대상이 완전히 추상화된다는 의미다. 이는 사실상 무명(無名)이고 실명(失名)"이라고 밝혔다.
민들레 측은 "이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여러 외신은 국내외 희생자 상당수의 사진과 사연을 유족 취재를 바탕으로 실명으로 보도한 바 있다"라면서 실명 공개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언론도 과거 서해훼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화성 씨랜드 화재, 대구 지하철 화재, 이천 냉동창고 화재, 세월호 침몰,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 대형 참사에서 희생자의 이름과 나이, 성별, 안치 병원 및 장례식장, 때로는 소속 학교와 직장까지 명단으로 보도해왔다"고 했다.
다만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면서 "희생자들의 영정과 사연, 기타 심경을 전하고 싶은 유족께서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최대한 반영토록 하겠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는 정치권에서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다.
논란은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한 당내 인사로부터 받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지난 7일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불거졌다.
해당 메시지는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이 끝났음에도 희생자 전체 명단과 사진, 프로필, 애틋한 사연들이 공개되고 있지 않다. 수사 중인 이유로 정부와 서울시가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의도적 축소 은폐 시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참사 희생자의 전체 명단과 사진이 공개되는 것은 기본"이라며 "유가족과 접촉을 하든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전체 희생자 명단, 사진, 프로필을 확보해 당 차원의 발표와 함께 추모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이에 대해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하루하루 힘겨운 날을 보내고 있을 유가족에게 위로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국민적 슬픔을 이용해 정치적 셈법만을 따지고 있는 민주당의 저열한 행태에 소름이 끼칠 정도"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이 국가적 참사를 이용해 국민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며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정파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민의 눈물까지도 이용하려는 잔혹한 정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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