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6세부터 468회 '헌혈 정년' 맞는 박규태 씨 "앞으로 노년층 돕는 삶 살 것"

"철분 챙겨 먹고 꾸준한 운동, 덕분에 병원 갈 일 없었어요"
대한적십자사, 최고명예대장 수여
집에서 들리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 제 피로 사람 살릴 수 있다니 안도감
헌혈증서로 친척 어르신 수술 도움

지난 2015년 받은
지난 2015년 받은 '대한적십자사 헌혈 유공 최고명예대장'을 든 박규태 씨. 이화섭 기자

"항상 일상이었던 헌혈을 이제 더이상 못 한다 하니 조금 착잡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제 체력과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은 얼마든지 있으니,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나마 열심히 하려 합니다."

올해로 '헌혈 정년'을 맞은 박규태(69) 씨는 정년을 맞은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법적으로 헌혈이 만 69세까지 허용되기 때문에 대개 만 69세를 '헌혈 정년'으로 칭한다.

박 씨는 대구 중구 대봉2동행정복지센터에서 '전기자동차 충전소 지킴이'로 활동 중이다. 젊은 시절 여러 직장을 다니다가 퇴직 후에는 다양한 자리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박 씨는 정말 우연한 기회에 '헌혈'이라는 봉사활동을 접하게 됐다.

"26살 때 여름으로 기억합니다. 대구역 인근 사무실에 회의가 있어서 직장 후배와 함께 들어가려고 기다리던 중이었는데 이 친구가 조금 늦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근처에 서 있는 헌혈차를 보게 됐지요. 그래서 후배 기다릴 겸 해서 헌혈을 했지요. 어릴 때 '몸이 약하다'는 소리를 들어서 제 몸으로 누군가를 도와주는 게 어려울 줄 알았는데 헌혈이 가능할 정도로 건강하다는 게 증명되니까 남을 도와주는 것 만큼 저 자신도 건강함을 확인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26세 때 여름 이후 헌혈 정년을 맞은 지금까지 박 씨가 한 헌혈 횟수는 총 468회. 꾸준히 지속하다보니 쌓인 건 헌혈 횟수 뿐만이 아니다. 헌혈을 꾸준히 하기 위해 몸 관리는 필수였다. 혈액 생성을 위해 철분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찾아 챙겨먹기도 하고,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도 관리했다. 그래서 헌혈하는 동안 병원에 갈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건강을 유지했다. 뿐만 아니라 대한적십자사에서도 헌혈에 대한 박 씨의 공로를 인정, 지난 2015년 '헌혈 유공 최고명예대장'을 수여했다.

박 씨가 이렇게 꾸준히 헌혈을 해 올 수 있었던 건 '내 혈액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껴서다.

"가끔 집에서 쉬다보면 구급차 사이렌 소리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지나쳐가는 구급차를 보며 제가 헌혈한 피가 구급차 안의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도감과 뿌듯함이 느껴집니다. 실제로 제 친척 어르신 중에 수술 때문에 급히 혈액이 필요한 경우가 있었는데 제 헌혈증서가 도움이 됐던 적이 있어서 헌혈의 뿌듯함을 더욱 크게 느낍니다."

박 씨는 헌혈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 '봉사활동'을 녹여버린 사람이었다. 박 씨의 첫 봉사활동 경력은 고등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생 때 '경북승공학생회'라는 단체가 있었어요. 학생들끼리 모여서 반공교육도 받고 농촌 등지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 오던 단체였지요. 영아 고아원에 가서 아이들을 돌보기도 했고, 동촌에 있던 '개미마을'이라는 달동네에 후원금과 편지를 전달하는 일도 했었죠.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주말이 되면 봉사활동으로 동대구역 인근 도로 청소라던가 도서관 주변 청소 등 다양하게 봉사활동을 해 왔습니다."

누군가는 고령이라고 하겠지만 박 씨는 "아직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만큼 건강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늘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틈만 나면 물을 꽉 채운 물통으로 근력운동을 하고, 탁구와 포켓볼도 꾸준히 하며 건강을 관리한다. 박 씨는 "앞으로도 나와 같은 노년층들에게 운동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남을 돕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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