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7일 오전 7시쯤 찾은 대구여고. 쌀쌀한 날씨에 겉옷을 여러 겹 껴입은 수험생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수험생을 데려다준 학부모들은 창문을 내리고 "잘하고 와", "파이팅"이라며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수험생 자녀를 배웅하러 온 박형식(51) 씨는 "막내라서 걱정이 됐는데 12년 동안 공부한 만큼 최선을 다하고 왔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부모다 보니 응원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세 번째를 맞이한 수능 시험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열띤 응원전은 없었지만 노력한 만큼 결실을 보기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전해졌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교문을 통과한 뒤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 학부모는 수험생을 꼭 끌어안으며 격려한 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청구고에서 만난 용환성 성광고 교감은 "시험 감독 때문에 담임 선생님들이 못 나와서 대신 응원하러 왔다"며 "이번에 수능을 보는 학생들은 코로나를 벗지 못하고 준비했다. 차분하게 시험을 잘 끝내고 오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수능 응원전이 사라지는 분위기가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수경(47) 사대부고 교사는 "예전 같으면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했는데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교통 방해가 없어서 좋아진 점도 있지만 올해는 유독 더 조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 37분쯤 남산고에서 시험을 치러야 할 수험생이 사대부고를 찾아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이 학생은 사대부고에 교통지도를 나온 경찰의 도움으로 2분 만에 택시를 잡고 남산고로 향했다.
북구에선 구암고가 시험장인 한 수험생이 입실 완료 시각인 오전 8시 10분 안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경찰은 북구 유니버시아드레포센터 인근에 있던 수험생을 순찰차로 태워 구암고로 이송했다.
교실 내 수험생들의 얼굴엔 한층 더 긴장감이 맴돌았다. 정문을 통과한 수험생들은 시험실 배치도에 안내된 수험번호를 확인하고 두 번의 발열 검사를 거쳐 교실로 들어갔다. 대부분 귀마개를 끼고 노트를 들여다보는 모습이었지만 일부는 밖으로 나와 심호흡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사대부고에서 수능을 치르는 경신고 3학년 이한 학생은 "공부했던 걸 끝낸다는 생각에 홀가분한 것도 있지만 지금은 너무 떨린다"며 "수능이 끝나면 친구들하고 공부 얘기 없이 놀고 싶다. 어제 일찍 자서 컨디션은 아주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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