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LPG 충전소 폭발 사고] "사고 3분전 하얀 안개 봤다" 순간적 가스누출 무게

경찰, 중리동 LPG 충전소 폭발 원인 합동감식
"폭발 전 경보기 작동" 제보…전기시설 설비엔 문제 없어
"직원이 밸브 차단해 2차 피해 막았다"…가스公 "점검 결과 비공개"
경찰 "국과수 점검 결과에 따라 정확한 원인 규명될 수 있을 것"

17일 오전 소방당국과 국과수,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합동감식반이 전날 폭발과 화재가 발생한 대구 서구 중리동 LPG 충전소에서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7일 오전 소방당국과 국과수,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합동감식반이 전날 폭발과 화재가 발생한 대구 서구 중리동 LPG 충전소에서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서구 중리동의 한 LPG 충전소에서 발생한 가스 폭발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 CCTV, 합동감식을 통해 가스 유출 경위를 종합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경찰청은 17일 오전 10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서부소방서 등과 함께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현장 감식은 폭발이 일어난 곳으로 추정되는 가스 충전장치, 대형 탱크로리, 바닥의 가스 배관 등을 위주로 이뤄졌다.

이날 합동감식을 진행한 양희성 대구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계장은 "화재는 LP가스 폭발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국과수 감정결과를 토대로 확인할 예정"이라며 "폭발 전 가스경보기가 울렸다는 제보가 있어 이를 집중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함께 현장감식을 진행했던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전반적인 전기시설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며 "전기 시설은 폭발을 방지하는 설비도 갖췄다"고 밝혔다.

◆ 사고 직전 '하얀 안개' 목격담

목격자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형 탱크로리가 가스용기 저장소에 가스를 저장하고 출발하는 순간 폭발했다', '한 운전자가 가스저장소의 밸브를 제대로 잠그지 않았다' 등의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정확하게 확인되진 않았다.

17일 오전 10시부터 대구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이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경찰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더 소요된다고 밝혔다. 심헌재 기자.
17일 오전 10시부터 대구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이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경찰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더 소요된다고 밝혔다. 심헌재 기자.

사고 현장에 있었던 한 목격자는 사고 직전 '하얀 안개'가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병진(달서구 성당동) 씨는 "사고 약 3분 전인 오후 5시 26분쯤 차량에 가스를 충전했는데, 다른 차량에서 하얀 안개 같은 뿌연 기체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무서워서 차량을 타고 자리를 잠시 벗어났다가, 신용카드를 못 챙겨왔다는 것을 알고 다시 주유소로 온 사이 큰 폭발음이 났다"고 말했다.

충전소 직원이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불이 붙은 채로 진화에 나섰다는 진술도 나왔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가스 충전소 직원 A씨는 "몇몇 직원이 폭발이 일어난 후 가스 밸브를 차단했기 때문에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큰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안전 관리는 어떻게…'점검 결과 비공개' 가스안전공사

사고 원인이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으면서 평소 LPG 충전소에 관한 안전점검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관련 법에 따라 대구경북 LPG 충전소 전체에 대한 정기점사를 1년에 2번 하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올해도 1월과 8월쯤 검사했다"면서도 "정확한 점검 결과는 말해줄 수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서구청도 1년에 2번씩 안전관리자 근무여부, 보험가입 등 행정적인 측면에서 LPG충전소를 점검한다. 서구청 관계자는 "올해 2월 25일 전체적인 시설을 점검했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점검 과정에서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구청으로 접수가 되는데, 공사로부터 받은 연락도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순간적인 가스 누출이 사고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백찬수 대구보건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LP가스는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깔리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오래 남아있을 수는 있지만, 직원들이 미리 인지하고 대피하지 못한 것을 보면 그럴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폭발이 일어나기 거의 직전에 가스가 새었을 확률이 높고, 가스가 샌 후 순식간에 정전기나 담뱃불 등 외부적 요인과 맞물려 폭발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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