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용모 신비의 북극을 가다] 북해 마법의 도시 노르웨이 베르겐

파스텔톤 독일풍의 목조 가옥 빈틈없이 다닥다닥 장관 연출
수백년 된 어시장 언제나 활기…청정 바다 다양한 어류 판매장
플뢰위엔산 전망대 올라서면 드넓게 펼쳐진 시가지 한눈에

노르웨이 베르겐 항구 건너편에서 바라본 브리겐 모습.많은 여행객들이 뾰족하게 잇대인 붉은색 삼각지붕의 이색적인 풍경을 즐기고 있다.
노르웨이 베르겐 항구 건너편에서 바라본 브리겐 모습.많은 여행객들이 뾰족하게 잇대인 붉은색 삼각지붕의 이색적인 풍경을 즐기고 있다.

◆ 베르겐의 역사와 자연의 낭만을 찾아서

노르웨이 서부 해안도시 베르겐(Bergen)은 세계사 시간에 배운 중세 유럽 상인연합체 한자(Hansa)동맹의 주요 거점이자 무역항이었다. 피오르를 따라 항구를 낀 도시는 병풍 같은 산이 둘러쳐져 있다. 산 중턱에서 정상까지 예쁘게 자리한 집들이 곳곳에 그림처럼 펼쳐져진다. 인구 25만 명의 베르겐은 휘황함보다는 아늑하고 포근한 미소와 함께 여유로운 삶의 향기가 부러움을 자아내는 노르웨이 중세도시다.

북극해와 만나는 노르웨이 서해안에 자리 잡아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어항으로 발달해왔다. 특히 대구와 소금거래로 유명세를 떨쳤는데, 당시 이곳에서 거래되는 물량이 북유럽 최고였다는 베르게너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삼각지붕의 브리겐이 노을빛에 물들어 낭만의 색감을 발산할 때, 길 위의 여행자들은 그 황홀한 색감 속에 빠져든다.
삼각지붕의 브리겐이 노을빛에 물들어 낭만의 색감을 발산할 때, 길 위의 여행자들은 그 황홀한 색감 속에 빠져든다.

여행자들이 찾는 베르겐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는 브리겐(Bryggen)이다. 여행자들로 붐비는 거리에는 파스텔톤의 외벽을 한 독일풍 목조 가옥들이 빈틈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뾰족지붕으로 특징되는 집들이 마치 알록달록 장난감처럼 서 있어 낭만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길 위의 여행자들은 그 황홀한 색감 속으로 스며든다. 원색의 건축미가 뛰어난 이곳은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동화 같은 브리겐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항구 건너편 어시장은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유람선 선착장 근처에 있는 이 어시장은 베르겐을 소개하는 책자에 빠짐없이 등장할 정도로 베르겐의 명물이다.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청정 바다 북해에서 잡아 올린 대구와 연어 등 다양한 종류의 생선과 게, 새우 등을 팔고 있다.

베르겐은 항구를 낀 마을 위로 병풍 같은 산 중턱에 그림 같은 집들이 아늑히 자리해 여유로운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아름다운 녹색도시다.
베르겐은 항구를 낀 마을 위로 병풍 같은 산 중턱에 그림 같은 집들이 아늑히 자리해 여유로운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아름다운 녹색도시다.

또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따뜻하고 고소한 생선스프와 짭조름한 생선튀김도 여행자의 입맛을 돋운다. 가게 상인이 고래 고기를 맛보라며 칼로 조금 떼 주었다. 어시장에서 노르웨이산 연어훈제와 청어조림, 캐비어를 맛보는 정취에 빠져드는 호사를 누리니 여행자의 마음도 한없이 넉넉하고 포근해진다.

베르겐에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베르겐 국립극장을 비롯해 노르웨이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가 있다. 그런가하면 해양박물관, 자연사박물관, 어업박물관, 역사박물관, 공예박물관, 미술관, 수족관, 식물원 등이 시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일명 '그리그홀'이라 불리는 콘서트홀 역시 베르겐 사람들의 예술에 대한 자부심을 한층 추켜세우는 명소 가운데 하나다.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320m의 플뢰위엔산 정상에 오르면 동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베르겐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320m의 플뢰위엔산 정상에 오르면 동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베르겐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 눈부신 베르겐을 한눈에 담는 플뢰위엔산

아름다운 청청도시 베르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베르겐 뒤쪽의 플뢰위엔산(Mount Fløyen)을 오르는 것이다. 플뢰위엔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이용한다. 해발 320m의 정상에 오르면 베르겐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특히 일몰의 바다와 초저녁 야경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플뢰위엔산에 오르면 동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베르겐의 멋진 전경에 빠져든다.

산의 경사면을 따라 놓인 레일 위를 날아오르듯 부드럽게 이동하는 케이블카에 몸을 실으면 약 7분여 만에 정상에 다다른다. 전망대까지 타고 가는 케이블카도 흥미롭다. 짧은 이동이지만 급한 경사를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안에서 내려다보는 베르겐 항구의 풍광도 일품이다.

플뢰위엔산 전망대에 서니 대형 크루즈 선박이 오가는 항구와 빨간 지붕을 이고 있는 집,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이 아주 서정적이다. 브리겐을 중심으로 베르겐 시내와 깊이 들어온 피오르 풍경이 한눈에 잡힌다. 베르겐에서 베르겐을 잊게 할 정도로 장쾌한 전망에 가슴이 벅차다. 탁 트인 전망대의 시야는 그야말로 '파노라마 뷰' 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듯하다.

호수와 항구, 피오르와 도심이 한데 어우러진 베르겐의 모습이 그야말로 거칠 것 없이 펼쳐진다. 전망대에는 전통 레스토랑이 있고, 산책로와 휴식공간이 잘 갖춰져 있다. 플뢰위엔산 전망대 뒤쪽의 숲길도 꼭 걸어보자. 아름드리 전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노르웨이의 요정 트롤이 어디선가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울창하다.

해가 질 때가 되면 플뢰위엔산 전망대는 석양을 마주하는 이들로 붐비고, 그들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는 그윽한 장면을 만든다. 전망대 레스토랑에서 노르웨이 특산물인 대구 요리로 저녁식사를 하니 낭만이 완성된다.

베르겐철도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여행 중 하나로 선정 된 노선으로 철도를 통해 극적인 노르웨이 풍경은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베르겐철도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여행 중 하나로 선정 된 노선으로 철도를 통해 극적인 노르웨이 풍경은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베르겐 기차여행
노르웨이를 탐험하기 위해서는 베르겐철도(Bergensbanen)를 타야 한다. 새롭고 흥미진진한 모험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여행 중 하나로 선정된 베르겐철도는 베르겐에서 오슬로 중앙역까지 496km다. 7시간의 기차여행을 통해 극적인 노르웨이 풍경의 큰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구간이다.

이 철도는 노르웨이 자연의 하이라이트로서 숲이 우거진 계곡, 멋진 피오르,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악고원인 하르당에르비다(Hardangervidda)를 통과한다. 한여름에도 산봉우리에 만년설을 이고 있는 웅장한 바위산들과 U자형의 거대한 협곡에는 에메랄드빛 호수가 고요하게 담겨있다.

베르겐철도를 타고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은 노르웨이에서만 만나는 독특한 맛으로 한여름에도 만년설이 덮여있는 툰드라지역을 지난다.
베르겐철도를 타고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은 노르웨이에서만 만나는 독특한 맛으로 한여름에도 만년설이 덮여있는 툰드라지역을 지난다.

산맥의 부드러운 비탈 숲 속에는 그림 같은 집들이 초원의 양떼와 점점이 박혀있어 그야말로 한 폭의 풍경화 같다. 빙하가 만들어낸 거친 협곡과 수많은 폭포가 장관을 연출하여 자연의 경이로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100만년의 대자연이 만든 거대한 협곡과 호수는 웅장함과 경외감을 동시에 갖게 한다.

베르겐을 출발한 기차는 다시 깊고 높은 산으로 향하기 시작하여 베르겐 철도와 퓰롬철도가 연결되는 뮈르달역에 도착한다. 퓰롬 마을로 내려가는 유명한 산악철도노선의 시작점이다. 피오르로 생성된 골짜기를 따라서 급경사를 오르내리는 퓰롬선 뮈르달역의 승강장에는 여행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주변으로는 높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있고, 산중턱 곳곳에 눈이 남아 있다. 뮈르달역에서 기차를 바꿔 타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퓰롬철도를 타면 플롬역의 피오르 마을까지 내려간다.

환상적인 퓰롬행 기차는 미르달역에서 많은 터널을 지나거나 지그재그로 오르내려, 많은 여행객들은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한다.
환상적인 퓰롬행 기차는 미르달역에서 많은 터널을 지나거나 지그재그로 오르내려, 많은 여행객들은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한다.

플롬행 산악열차는 플롬까지 가는 여정이 흥미로워 세계철도에서도 걸작으로 손꼽힌다. 험준한 산악지대를 가로질러 달리는 약20㎞ 구간은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 매거진이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 여행길'의 하나다. 창밖으로 계곡과 협곡, 폭포가 조화를 이룬 절경이 연이어 펼쳐진다. 해발 2m의 아름답고 귀여운 퓰롬역에 도착하면, 지나온 풍경이 꿈이었나 싶게 몽환적이다.

베르겐을 출발해 3시간이 지나면 오슬로 사이의 중간에 베르겐 철도에서 가장 높고 멋진 자연 환경에 위치한 고산 산촌마을인 핀세(Finse)역에 도착한다. 핀세는 기차로만 접근 할 수 있는 작은 산악마을이다. 핀세의 역보다 유명한 이름이 된 1222라는 숫자는 이 역의 해발고도다. 작은 핀세역은 만년설이 덮여있는 툰드라 지역에 있다.

핀세역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노르웨이 여행의 백미로서 핀세역과 같이 표기된 1222라는 숫자는 이 역의 해발고도다.
핀세역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노르웨이 여행의 백미로서 핀세역과 같이 표기된 1222라는 숫자는 이 역의 해발고도다.

오슬로를 향해 달리는 기차에서 여행자들은 고산지대의 황량한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수정처럼 맑은 호수, 연어가 뛰어오르는 강, 높이 솟은 산, 장엄한 피오르 빙하의 잊을 수 없는 전경을 즐길 수 있다. 7시간 동안 불가사의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산악열차 베르겐철도를 타고 바라보는 풍경은 북극탐험 마지막 여행의 백미이다. 야생의 풍경은 노르웨이에서만 만나는 잊을 수 없는 독특한 추억이다.

안용모 대구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 · 전 대구시 도시철도건설본부장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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