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물연대 총파업 장기화 조짐…건설·정유·철강 "이번 주 넘기면 일손 놓을 판"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 효과 나려면 2~3일 더 필요
관련 산업 현장은 이미 업무에 차질, 피해 커지는 중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엿새째인 29일 오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부산본부 조합원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부산지역본부 송천석 본부장이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엿새째인 29일 오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부산본부 조합원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부산지역본부 송천석 본부장이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응해 정부가 시멘트 운송 분야에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산업 현장은 아직 정상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명령 송달 후 효력을 발휘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이후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으로 구성된 76개 조사팀은 지난 29일 오후부터 전국 약 200여개 시멘트 분야 운송업체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명령 송달을 위해 운송거부자 주소, 연락처 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실제 명령 집행 효과를 확인하는 데까지는 2~3일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2천800여 명에 이르는 송달 대상을 확인한 후 법적 구속력이 있는 등기 우편이 대상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서다. 이 때문에 명령 발동 후에도 현장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파업이 엿새째를 맞은 29일 공사에 차질을 빚는 건설 현장이 늘고 있다. 육상 의존도가 큰 시멘트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탓이다. 시멘트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로 레미콘 공장과 건설 현장에 운송된다. 24일 화물연대 파업이 시작된 이후 전국 주요 시멘트 공장은 출하가 중단됐다.

정부가 비조합원을 중심으로 일부 출하를 시도하고 있으나 그 수량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사업장이 확보해둔 물량이 곧 소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건설 공사가 전면 중단될 위기다.

시멘트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시멘트와 골재 등으로 만드는 콘크리트 수급에도 문제가 생겼다. 레미콘(콘크리트를 거푸집에 붓는 작업) 타설마저 어려워져 기초 골조 공사가 늦춰지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지역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일단 급한 대로 다른 공정으로 작업을 전환했으나 곧 한계점에 다다를 것이다. 언제까지 기초 골조 공사를 미룰 순 없는 노릇"이라며 "공사 현장마다 차이가 있지만 길어도 이번 주를 넘기면 다들 일손을 완전히 놓아야 할 판"이라고 했다.

레미콘 업계도 울상이긴 마찬가지다. 대구와 대구 인근 레미콘 업체 20여 곳도 가동을 멈출 위기를 맞았다. 지역 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큰 공사 현장이 아니라 작은 공사 물량만 간신히 소화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젠 시멘트 재고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지역 한 철근 콘크리트 업계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이 반갑다. 하루빨리 물류가 정상화됐으면 좋겠다"며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정부 역시 강하게만 나갈 게 아니라 화물연대 얘기를 더 진지하게 듣고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유업계는 재고를 비축해둔 터라 당분간 업무에는 지장이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시민이 기름을 넣지 못하는 '대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대구 북구 한 주유소 대표는 "파업 얘기가 나오기 전에 기름을 채워 다행히 12월 둘째 주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만약 파업이 장기화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자칫하면 시민이 차량을 운행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게 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대구주유소협회 관계자는 "현재 대구 시내 주유소들은 대부분 50% 정도 재고를 비축해둔 상황"이라며 "이 정도 양이면 5~10일 정도를 버틸 수 있는데, 파업이 계속되면 당장 다음 주부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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