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태원 참사 후 심폐소생술 교육 수요 급증…"조기·반복 학습 중요"

이달 들어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심폐소생술 특강 36% 이상 증가
숙달 쉽지 않아 대한심폐소생술협회는 2년마다 반복교육 권장

지난 25일 오전 대구 경명여고 3학년 학생들이 심폐소생술 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 윤수진 인턴기자
지난 25일 오전 대구 경명여고 3학년 학생들이 심폐소생술 실습 교육을 받고 있다. 윤수진 인턴기자

지난 25일 오전 대구 북구 경명여고. 3학년 학생 214명이 심폐소생술 시청각 교육과 실습에 들어갔다. 학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실습용 인체모형의 가슴을 1분에 100회 가량 빠르게 압박했다.

학생들의 어깨가 오르내릴 때마다 인체 모형의 가슴이 눌렸다가 부풀길 반복했다. 적절한 속도와 강도의 압박이 이어진 후에야 혈류가 통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불빛이 들어왔다.

이태원 참사 이후 심폐소생술 교육에 대한 수요가 대구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겪을지 모르는 응급 상황에 대비해 생명을 살리는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심폐소생술의 효과를 높이려면 어린이·청소년 시기부터 반복 교육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날 경명여고 학생들은 대구교육낙동강수련원 강사들의 지시에 따라 심폐소생술 이론교육과 실습에 임했다.

강사는 "대구는 응급차 도착 시간이 전국에서 가장 빠른 편이지만 평균 9분이 걸린다고 한다. 4분이 지나면 뇌세포가 죽고 회복이 되지 않는다. 결국 잠재적 현장 목격자인 여러분들이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폐소생술을 처음 접하는 기자도 실습에 참여했다. 심장 위치를 확인한 후 양손을 포개 깍지를 끼고 손꿈치를 대고는 체중을 실어 빠르게 가슴을 압박했다.

강사는 "지금보다 조금 천천히, 그리고 더 깊이 눌러야한다"고 지적했다. 있는 힘껏 가슴을 압박한 뒤에야 혈류를 나타내는 빨간색 선이 인형 이마를 향해 조금씩 움직였다.

이날 실습에 참여한 신예지(19) 양은 "압박 속도나 깊이가 생각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면서 "모형으로 실습을 하면서 감을 확실히 익혔고 위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박민정(19) 양은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배우다보니 응급한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상석 대구교육낙동강수련원 교육연구사는 "예전에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했는데, 이태원 참사 이후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심폐소생술 교육 요청도 받고 있다"면서 "특히 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심폐소생술 교육 인원은 최근 들어 늘어나는 추세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4시간 길이의 심폐소생술 교육 수료 과정에는 80명이 참여했으나 올 11월에는 이달 29일까지 93명이 참가했다.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4시간 미만의 심폐소생술 특강은 교육 횟수가 지난해 11월 26회에서 올해는 41회로 36.6%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주기적인 조기 교육이 가장 효과가 크다고 강조한다.

김기홍 수성소방서 안전예방과 소방위는 "심폐소생술은 심정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라며 "특히 어린 학생들은 학습이 빠르고 놀이처럼 받아들일 수 있어서 반복 교육 시 효과도 높다"고 말했다.

이은경 대구가톨릭대 간호학과 교수는 "반복 학습이 없으면 의료인들도 쉽지 않은 게 심폐소생술"이라며 "대한심폐소생술협회도 2년마다 반복 교육을 권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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