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수성IC 인근 방음터널, 화재사고 제2경인고속도 터널 판박이

대구 방음터널 5곳 중 3곳, 화재 취약 PMMA 소재 사용
외부 공기와 차단되는 '완전터널형'도 2곳 있어
민자고속도 관계자 "전수조사 마친 뒤 대책 마련하겠다"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에서 난 불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방음터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 수성IC 인근에 설치된 방음터널에서 차량이 통행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에서 난 불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방음터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 수성IC 인근에 설치된 방음터널에서 차량이 통행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사고 이후 정부와 지자체가 앞다퉈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대구 수성IC 인근 방음터널도 불이 난 곳과 유사한 형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는 좁은 지역에 방음터널이 몰려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식회사에 따르면 수성IC 주변 방음터널은 모두 5개(길이 1.3km)로 수성구 노변동, 대흥동과 경산시 사정동, 옥산동에 산재해 있다. 방음 터널은 소재와 형태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소재는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과 폴리카보네이트(PC)로 나뉘고, 형태는 완전 터널형과 부분적으로 개방된 반터널형으로 분류된다.

이번에 불이 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은 PMMA 소재가 쓰인 완전 터널형이다. 대구에선 수성구 노변동 316m 구간이 불이 난 곳과 동일한 소재와 형태를 띠고 있다. 이곳의 측면과 상부는 PMMA 소재가 사용됐고 외부 환기가 어려운 완전 터널형이다.

PMMA 소재는 수성IC 주변 5곳 가운데 3곳에 사용됐다. 이들은 지난 2006년 민자고속도 개통 당시 완공됐다. 나머지 2곳은 PC 소재가 쓰였고 소음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9년에 새롭게 지어진 곳이다.

방음터널 소재로 쓰이는 PMMA와 PC는 비슷한 아크릴 소재이지만 연소가 될 때는 딴판이다. 한국도로공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PMMA의 인화점은 280℃로 PC의 인화점 450도와 큰 차이를 보인다. 화염전파속도, 열방출율도 PMMA가 더 높지만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이유로 많이 사용됐다.

개방 형태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환기 여부에 따라 질식사 등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명확한 규정이 없어 시공사가 임의로 시공 형태를 정하고 있다. 수성IC 인근 5개 가운데 2곳이 화재에 취약한 완전터널형이다.

국토교통부와 신대구부산고속도로는 방음터널 화재와 관련해 전수조사 및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내놓지 못했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한 지 얼마 안 돼 이제 막 현황파악에 나섰을 뿐 대책이 당장 나오기는 어렵다"며 "추후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화재에 취약한 PMMA 소재 또는 완전터널형 등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석완 대구한의대 소방안전환경학과 교수는 "방음터널 내 불연재를 사용하는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은 제도와 시설이 미비한 상태"라며 "소재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화전과 대피통로를 설치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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