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가짜원룸' 활개, 엄격한 주차규정 탓?

추가 땅 확보 자금 많이 들어가자 상가 건물 불법 개조 후 임대·매각
당국 "업자들 돈 벌기위한 불법 행위"…빌라왕 사건처럼 임대인 피해 우려

포항지역 한 상가건물이 원룸형태로 둔갑해 주거용으로 쓰이고 있다. 박승혁 기자
포항지역 한 상가건물이 원룸형태로 둔갑해 주거용으로 쓰이고 있다. 박승혁 기자
포항지역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가짜원룸이 확인된 것만 380여개에 이른다. 박승혁 기자
포항지역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가짜원룸이 확인된 것만 380여개에 이른다. 박승혁 기자

상가 건물을 원룸으로 불법 개조해 임대·매각하는 행위가 경북 포항지역에 집중된 것에 대해(매일신문 25일 보도) 관련인들은 시의 엄격한 주차 규정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국은 업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법규정을 교묘하게 이용한 불법행위로 일명 '빌라왕' 사건처럼 대출 등 자금에 문제가 생기면 거주하는 임대인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31일 제보자 등에 따르면 건축·건물주들 대다수가 상가건물이 원룸으로 둔갑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월세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높은 투자가치와 관계당국의 적발이 어렵다는 맹점 때문에 매입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포항은 차량등록수가 많아 원룸(다가구주택 30㎡이상)당 주차대수를 1:0.9로 엄격히 관리하는 탓에 애초부터 원룸 임대를 목적으로 건물을 짓기에는 추가 땅 확보 등 자금이 많이 들어간다는 점도 상가건물을 원룸형태로 변경히는 것을 부채질하고 있다. 광역시를 제외한 타 지자체는 1:0.7 수준이다.

실제로 포항에서 지어진 가짜원룸만 확인된 380여개를 포함하면 6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원룸은 어떻게 지어질까. 제보자들이 매일신문에 밝힌 가짜원룸 건축·임대·매각 방식은 의외로 간단했다.

먼저 상가용으로 건축허가를 받은 뒤 필요한 자금은 제2금융권 등에서 대출을 통해 충당한다. 준공 전 상가건물임을 확인하고 대출이 이뤄진 이후에 여러 개로 쪼개기 때문에 금융기관에서 건물이 원룸형태로 변경됐다는 사실은 확인하기 쉽지않다.

이후 최초 건축신고를 하고 나면 사용승인이 나기 전 매매를 통해 건축주를 변경해 등기 이전한다. 일종의 전매 형태인데, 세금규모가 큰 취득세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포항시에서는 지자체의 허가 없이 임의로 건물 용도를 바꾸면 규격에 맞는 공사가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기 어려운데다 자금난에 다른 전세금 미반환 등 입주자들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상가건물을 지자체 허가 없이 주거용으로 바꾼 사실이 확인되면 원상복구, 강제이행금 부과 등의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며 "만약 가짜원룸을 만들고 판매하는 일이 일반화돼 있다면 '빌라왕'사건처럼 포항에도 임대인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관련 한 관계자는 "포항은 주거용 건물 신축 시 주차규정이 까다로워 상가형으로 지은 뒤 소비자 취향에 맞게 쓰이는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며 "건축 시 소방법 등 관련법을 준수해 공사를 진행했고, 주거용으로만 이용하는 일부 건물은 불법요소가 있지만 사무실과 혼용해 사용하는 경우는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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