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렌드 경제] 화장품 업계도 ESG 바람… '클린', '비건' 넘어 '컨셔스 뷰티'로

유해 성분·동물 성분 배제하고 지구 환경 생각하는 컨셔스 뷰티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등 국내 화장품 3사 합류
비건 화장품 시장 규모 2025년 208억달러 수준까지 성장 전망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 인증 마크. 한국비건인증원 제공
한국비건인증원의 비건 인증 마크. 한국비건인증원 제공

인체에 해로운 화학 성분을 포함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았으며 환경 오염을 최소화한 과정으로 만들어진 화장품. 이른바 '컨셔스(conscious·의식하는) 뷰티' 제품이다. 사람에게 안전한 성분을 담은 '클린 뷰티', 동물성 원료 사용과 동물실험을 배제한 '비건(vegan·채식주의) 뷰티'에서 지구 환경까지 생각하는 진화된 상품이다.

컨셔스 뷰티가 등장한 배경에는 물건을 살 때도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표현하는 '가치 소비'가 있다. 화장품 업계의 ESG(친환경·사회공헌·지배구조 개선) 전환 흐름과도 맞물렸다. 국내 H&B(헬스·뷰티) 업계 1위 CJ올리브영은 2020년 처음 자체적인 클린 뷰티 기준을 만들고 여기에 부합하는 브랜드를 소개했다.

선정 기준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파라벤, 아보벤존 등 유해 의심 성분 16가지)을 배제한 브랜드 ▷상품 제조 과정에 동물실험을 진행하지 않고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브랜드 ▷재활용하기 쉬운 포장재를 개발하는 등 친환경 활동을 펼치는 브랜드 등 세 가지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한 '윤리 소비' 현상에 맞춰 동물·환경 보호에 노력하는지 살펴봤다는 게 업체 설명이다.

◆올해도 비건·클린 화장품 대거 출시

화장품 기업은 이 같은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을 계속해 쏟아내고 있다. CJ올리브영이 운영하는 자연주의 브랜드 '브링그린'은 최근 비건 모공팩 '티트리 시카 포어(모공) 클레이 팩'을 출시했다. 뷰티 크리에이터 디렉터파이와 함께 개발한 신제품이다. 클레이 원료에 대한 비건 인증과 중금속 기준 테스트를 거쳤다. 알갱이를 없앤 부드러운 제형이 특징이다. 업체는 전 성분을 깐깐하게 선정해 불순물 걱정을 줄였다고 부연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지난해 클린 뷰티 브랜드 '비비드로우(VIVIDRAW)'를 새로 선보였다. 화장품 브랜드 '닥터지(Dr.G)' 이후 19년 만에 내놓은 신규 브랜드다. 새 제품은 생산 전 과정에 ▷내용물 생분해 정도 측정 ▷친환경 공법 ▷분리배출 용이한 용기 등 친환경·윤리적 가치가 반영된다.

고운세상코스메틱 관계자는 "세상을 더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기업 철학에 따라 지속 가능한 뷰티를 지향하는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다"고 했다.

'비건'과 '클린'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제품은 국내외에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최초 비건제품 인증기관 '한국비건인증원'에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은 980여 개에 달한다.

비건 뷰티 분야 대표는 100% 비건을 목표로 하는 영국 브랜드 '러쉬'다. 러쉬는 이미 2019년 제품에 달걀을 사용하지 않는 '에그 프리(Egg Free)'를 선언했다. 러쉬는 지난해 기준 전 제품을 베지테리언(유제품, 달걀, 꿀 성분 사용), 95%는 비건(식물성 원료만 사용)으로 만들고 있다.

'클린&비건 뷰티 브랜드'를 표방하는 '아로마티카(Aromatica)'는 화장품뿐만 아니라 빨래 세제, 치약과 같은 생활용품까지 취급 범위를 확대했다. 폐기물을 활용한 PCR(재생 플라스틱) 용기도 생산한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등 국내 화장품 3사도 비건 화장품 열풍에 합류했다. 선두 주자로 꼽히는 LG생활건강은 기초 화장품부터 메이크업, 헤어 케어까지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비건 뷰티 제품을 확대해 왔다.

이 업체는 화장품 연구·개발 단계부터 클린 뷰티 기준을 측정해 관리하는 '클린 뷰티 인사이드(Clean Beauty Inside)' 시스템을 도입했다. 클린 뷰티 지수를 독자 개발해 빌리프, 비욘드, 더페이스샵 등 브랜드를 우선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지구환경, 건강, 과학, 상생 관점에서 뷰티 트렌드를 연구하는 '클린 뷰티 연구소'도 설립했다. ▷화장품 포장재 저감 방안 ▷천연 원료 화장품 ▷탄소·에너지 저감 공정 등을 연구한다.

비건 화장품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8년 135억달러에서 지난해 163억달러로 커졌다. 이어 2025년 208억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생활건강이 약산성 비건 샴푸로 재출시한
LG생활건강이 약산성 비건 샴푸로 재출시한 '오가니스트'(위에서부터)와 비건 인증을 획득한 '더테라피 비건' 라인, '빌리프 X VDL 비건 메이크업' 제품. LG생활건강 제공

◆세정제·용기는 탈(脫) 플라스틱 바람

컨셔스 뷰티를 위한 제도적 발판도 견고해지고 있다. 전환점은 지난 2017년이다. 정부는 2017년 화장품법을 개정 시행, 화장품을 제조·생산할 때 동물실험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같은 해부터 세정용 화장품에 대한 미세플라스틱 사용과 해당 제품 수입을 금지했다.

그전까지 생활용품에 들어가던 미세플라스틱은 마이크로비드(Microbeads)다. 직경 5mm 이하 고체 가공 플라스틱으로 치약과 각질 제거제, 바디 워시 등 물로 씻어내는 용품에 쓰였다.

세정 기능을 높이기 위해 작은 알갱이 형태로 첨가한 미세플라스틱은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지지 않고 강 혹은 바다에 그대로 흘러 들어가면서 해양오염 주범으로 떠올랐다. 먹이로 착각한 플랑크톤이 섭취한 뒤 상위 포식자를 거쳐 사람에게도 영향을 주면서 '죽음의 알갱이'로도 불리고 있다.

그린피스 자료에 따르면 제품 한 개당 많게는 36만 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들어간다. 유럽화학물질청(ECHA)은 제품을 통해 배출되는 미세플라스틱을 1년에 3만6천톤(t)으로 추산했다.

색조 화장품, 기초 화장품 등 비세정 화장품에는 여전히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있어 사용 금지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성환경연대가 2019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내외 립·아이 메이크업 제품 가운데 미세플라스틱 의심 성분을 포함한 제품은 2만여 개다. 2020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글리터류 화장품 안전실태조사' 자료에서도 립스틱, 아이섀도 등 색조 화장품에 사용하는 글리터(반짝이)는 미세플라스틱 성분을 포함한 것으로 나왔다.

포장재도 플라스틱 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다. 여성환경연대는 2018년 기준으로 전 세계 화장품 용기 중 플라스틱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43%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화장품 업계도 포장재의 친환경 전환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대한화장품협회는 지난 2021년 '2030 화장품 플라스틱 이니셔티브'를 선언했다. 2030년까지 포장 소재를 단일화하거나 리필 전용 매장을 만드는 식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로레알코리아 등이 동참한다.

여성환경연대는 "화장품 용기로 쓰이는 플라스틱(PET-G)은 기존 페트(PET)보다 두껍고 색깔이 들어 있어 재활용하기도 어렵다"면서 "재활용하기 쉬운 단일 재질을 사용하고 펌프에서 금속 스프링을 제거하는 등 사례를 참고해 화장품 용기를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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