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자녀의 성장이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리다면?

원인 따라 치료 방법 다른 성조숙증…여아 유방 발달, 남아 고환 크기로 의심 가능
무분별한 성조숙증 치료는 오히려 성장에 방해

성장.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성장.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최근 성조숙증 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어린 자녀의 키 성장에 관심을 갖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차 성징이 어린 나이에 시작되는 성조숙증을 진단받은 아동은 2019년 10만8천여 명에서 2021년 16만6천여 명으로 최근 2년간 무려 53% 이상 증가했다.

방학은 아이의 발달이나 성장이 문제없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우리 아이가 유독 작아 보인다거나, 성장이 지나치게 빨라 걱정된다면 아이의 성장 속도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원인에 따라 달라지는 치료법

성조숙증은 여아가 8세 이전에 유방이 발달하거나, 남아가 9세 이전 고환이 4ml 이상으로 커지는 경우 의심할 수 있다. 또한 성조숙증이 있으면 보통의 아이들보다 빨리 성장해, 한 해 키가 7~8cm 이상 클 수 있다.

이 경우 사춘기 초기에는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크고 잘 자라지만, 성장판이 일찍 닫혀 성장이 멈추기 때문에 성인이 되었을 때 최종 신장은 작은 편에 속하게 된다.

성조숙증은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성조숙증이 있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진성 성조숙증'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선자극호르몬의 농도가 높아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자극해 키가 급성장하고 뼈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아지게 된다.

특히 여아의 경우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간혹 뇌종양으로 인해 성조숙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어린 나이에 성조숙증이 발병했다면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시행해야 한다.

'가성 성조숙증'은 성선자극호르몬이 증가되지 않고, 난소 등 다른 장기에서 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서 유발된다.

난소 내 낭종이나 종양이 생겨 에스트로겐 분비가 증가되거나 선천성 부신 과형성증이 있어도 아이가 빨리 자랄 수 있다.

특정 음식이 성조숙증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다만, 비만인 아이들의 경우 성조숙증이 잘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윤가현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 튀김류와 같이 영양은 적으면서 칼로리가 높고,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은 체지방을 높이기 쉬운 만큼 피하는 것이 좋다"며 "아이가 균형 잡힌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조숙증의 진단

성조숙증은 출생 체중과 신장, 부모의 키, 사춘기 발현 시기 등을 파악해 진단한다.

최근에 성장이 갑자기 빨라졌는지 확인하려면 과거의 성장 기록이 유용하다. 사춘기의 진행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은 여자는 유방과 음모 발달 정도, 남자는 고환과 음모 발달 정도이다.

필요한 경우 성선자극호르몬과 성호르몬을 포함한 혈액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성조숙증인 경우 성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해 골성숙이 촉진돼, 보통 뼈 나이가 실제 나이에 비해 앞서가는 경우가 많다.

◆성조숙증의 치료

성조숙증 치료 목표는 사춘기 전의 성장 속도로 오랫동안 자랄 수 있도록 해, 최종 키를 늘리는 것이다. 사춘기 진행을 억제하는 약제를 피하주사나 근육주사로 맞게 된다. 치료를 시작하면 수 주 이내 성호르몬 분비가 사춘기 이전 수준으로 줄어든다.

윤 교수는 "여자아이는 가슴이 약간 작아지기도 하고 남자아이는 고환의 크기가 감소하기도 하는 등 성장 속도가 사춘기 이전으로 늦춰진다"며 "하지만 치료 전보다 성장 가능 기간이 연장되기 때문에 최종 키는 더 크게 된다"고 설명했다.

치료를 중단하면 약 3~6개월 이후 다시 사춘기가 진행돼 신체에 변화가 나타난다. 치료는 정상적인 사춘기가 시작되는 연령까지 지속되며 보통 2~4년 정도 걸린다.

여자아이는 만 9세 이전, 남자아이는 만 10세 이전에 성조숙증 치료를 시작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저신장증이란?

성조숙증과 달리 저신장증이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어린이 100명 중 키가 작은 순서로 3번째 미만인 경우, 또는 또래 아이들 평균 키보다 10cm 이상 작은 경우를 말한다.

저신장의 원인은 성장호르몬 결핍과 같은 질병에 의해서도 발생하지만, 대부분은 질병 없이 부모의 키가 작은 가족성 저신장이거나 체질적으로 늦게 성장하는 체질성 성장 지연이 가장 흔하다.

저신장증으로 진단이 되면 보통 성장호르몬 치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치료 시기는 성장호르몬 결핍증과 같은 질환이 있으면 2세 이후부터, 자궁 내 성장지연의 경우에는 4세 이후부터 치료가 가능하며 두 가지 모두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 가능하다.

원인 질환은 없으나 키가 작은 경우를 '특발성 저신장'이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어린 나이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효과적이지만, 건강보험 혜택은 적용되지 않는다.

윤가현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교수
윤가현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교수

◆무분별한 성장 치료는 금물

한편, 최근 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성조숙증이 아님에도, 2차 성징을 늦추는 무분별한 치료가 늘어나고 있다. 성조숙증이 아닌데 치료할 경우 오히려 키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진단이 확실한 경우에만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판이 충분히 열려 있고, 투여 시작 나이나 기간에 따라서도 효과가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에 따른 적절한 용량과 방법의 투여가 중요하다.

윤 교수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호르몬 분비가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효과적이지만,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고 키가 정상 범위인 아이들에게는 효과가 크지 않다"며 "척추측만증, 고관절 탈구, 일시적인 고혈당, 두통, 부종, 구토 등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부작용에 대한 검사를 병행하면서 신중하게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움말 윤가현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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