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폐 끼쳐 미안"…성남서 생활고 모녀, 숨진채 발견

빚에 시달리면서 월세·공과금 밀리지 않아

경기도 성남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 모녀가 "폐를 끼쳐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들은 빚에 시달리면서도 월세와 공과금은 밀리지 않았고, 마지막 순간에도 남은 계약기간 8개월 치 월세를 걱정했다.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오전 11시 30분쯤 경기 성남시 한 다가구 주택에서 70대 어머니 A씨와 40대 딸 B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집주인이 며칠 동안 모녀의 인기척이 없는 것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자택을 강제 개방해 이들이 숨진 것을 발견했다.

집안에서는 이들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유서가 발견됐다. 2장짜리 유서에는 "장사하면서 빚이 많아졌다" "폐를 끼쳐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보증금 500만원으로 (남은) 월세를 처리해 달라"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생계는 자영업을 하는 딸이 책임졌는데 적지만 소득이 있어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차상위계층이었다. 이로 인해 모녀는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정부는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전기·가스요금 등 공과금의 일정 기간 체납시 위기가구인지 여부를 파악하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운영 중이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는 것이다.

이들 모녀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50만원의 월세와 공과금은 밀리지 않고 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유서 내용 등을 토대로 모녀가 채무에 대한 부담 등을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두 사람의 몸에서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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