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잔치' 은행, 6억~7억원 주고 행원 2천200명 내보냈다

은행권의 희망퇴직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내년 초 다시 수천 명의 은행원이 짐을 싸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8일부터 노사가 합의한 희망퇴직 대상과 조건 등을 공지하고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로비로 직원 등 관계자들이 출입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시중은행의 희망퇴직 과정에서 직원들이 최소 6억~7억원 규모의 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업무의 디지털·비대면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실적이 크게 증가한 은행이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한 탓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이후 국내 5대 시중은행에서만 2천200여명이 희망퇴직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지난해 4분기에 희망퇴직 비용을 반영했다. 회사를 떠난 직원들에게 지급된 특별퇴직금은 1인당 3억4천만~4억4천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은 작년 4분기 희망퇴직 비용으로 2천725억원을 반영했다. 지난달 퇴직을 확정한 인원이 713명인 것을 고려하면 1인당 3억8천200만원을 특별퇴직금으로 받은 셈이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도 1336억원을 희망퇴직자 388명을 위한 비용으로 잡았다. 1인당 3억4천400만원 규모다.

또 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 희망퇴직 비용으로 1천547억원을 처리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 349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나면서 평균 4억4천300만원씩 수령했다.

은행이 실적에 반영한 희망퇴직 비용은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만 고려된 수치로 실제 퇴직 행원들이 받은 퇴직금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특별퇴직금에 법정퇴직금까지 합치면 최근 은행을 떠난 행원들이 수령한 퇴직금은 1인당 6억~7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은행들이 행원들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주고서라도 매년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은행 업무의 디지털화·비대면화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인터넷·모바일 뱅킹이 확대되면서 일종의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행원들이 희망퇴직을 가장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업의 특성상 퇴직 후 다른 직업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만약 다음 행보가 정해져 있다면 수억원을 더 주는 희망퇴직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