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미집행공원 조성 사업이 '돈 먹는 하마'가 되고 있다. 관련 토지(사유지) 보상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전체 예산이 당초 계획보다 2천억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토지보상을 시작할 때부터 제기됐던 사업비 증가에 따른 시 재정 부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예산 늘고, 면적 줄고
2일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대구 장기미집행공원 20곳에 대한 토지보상률은 80% 수준이다. 매입 대상 사유지 299만3천㎡ 중 239만㎡에 대한 보상이 완료됐다. 토지보상 관련 예산 약 6천900억원(전체 사업비 7천120억원) 중 5천600억원이 집행됐다.
대구시는 지난 2019년 8월 '장기미집행공원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4천400억원의 지방채를 포함한 4천846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토지가격이 계속 올랐다. 시는 732억원의 지방채를 추가 발행하고 시비 1천542억원을 더 투입했다.
전체 사업비는 4천846억원에서 7천120억원으로 47%(2천274억원) 증가했다. 도심 녹지를 지키는 데 대구 시민 한 명당 21만7천원씩 빚이 지워진 셈이 됐다. 당초 부동산 업계 관계자와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대구시 예산보다 최대 2천~3천억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던 우려가 그대로 현실이 된 것이다.
천문학적인 재정 투입에도 이번 사업의 '핵심' 범어공원 계획면적은 113만㎡에서 75만5천㎡로 오히려 33% 감소했다. 시는 지난 2020년 7월 1일 시행된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른 공원 부지 해제를 막으려 범어·학산·침산·두류공원 등 4곳의 장기미집행공원 부지에 대해 시가 지주에게 땅을 직접 사는 협의매수와 도시계획 시설사업을 병행했다.
그러나 협의매수는 강제수용권이 없어 범어공원 계획면적이 쪼그라들었다. 시는 재산권을 행사하겠다고 끝까지 버티는 지주들의 토지를 과도한 금액으로 사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범어공원 부지 곳곳에는 구멍이 뚫린 것처럼 사유지가 남게 됐다. 시가 매입하지 못한 땅의 지주들이 벌써부터 시에 개발 관련 문의나 민원을 넣는 상황이라 난개발이 우려된다.
시가 나머지 토지보상을 진행하면서 사업비가 더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토지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공원은 8곳으로, 진행상황에 따라 이의재결이나 행정소송까지 가면 감정평가를 다시 해야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사업비 내에서 토지보상을 모두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사업비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장기미집행공원 조성은 시민을 위해 도심 속 공원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토지 보상비 지원 외면한 정부
전국 지자체들은 지난 2020년 7월 1일 시행된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막대한 재원을 들여 장기미집행공원 부지를 사들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공원부지로 묶인 사유지를 그대로 방치하면 난개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지난 2019년 8월 일몰제를 1년 앞두고 책정한 예산은 지방채 4천400억원을 포함한 4천846억원. '대규모 국책사업'이라 불리는 웬만한 정부사업보다도 투입되는 재정이 많았다. 토지보상이 80% 가량 완료된 현재 예산은 지방채 추가 투입분 732억원 포함 7천120억원으로 늘었고 추가 재정 투입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전국 지자체들은 장기미집행 공원의 대부분이 1970년대 중앙정부가 지정한 도시계획시설인 점을 고려해 토지 매입비의 절반을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공원 관리의 주체는 지자체여서 매입비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 지원은 지방채 이자 일부 지원에 그쳤다. 그마저도 지자체가 요구한 100% 이자 지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지자체의 공원 사유지 매입 시 지원하는 이자 비율을 50%에서 70%(발행일로부터 5년간)로 늘렸다.
문제는 사유지 매입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서 땅값이 상승하고 땅 주인들이 매각을 거부하는 사례까지 속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이다. 정부의 지방채 70% 이자 지원도 생색내기에 불과한 실정이 됐다. 30% 이자에 원금 상환 부담까지 겹치면서 안 그래도 빚 투성이인 대구시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시가 올해 부담해야 하는 연간 이자만 하더라도 약 100억원 중 정부 지원 70%를 뺀 30억원 규모다. 보상비 증가에 따라 2019년 당시 예상했던 87억원(시 부담 26억원)보다 이자부담이 더 늘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최초 발행한 지방채의 이자지원 5년이 곧 도래해 기한 연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 강화해야
사업비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전체 20개 장기미집행 공원 중 8곳은 아직 토지보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공원별 토지보상률은 ▷봉무공원 36% ▷천내공원 64% ▷연암공원 97% ▷불로공원 48% ▷망우당공원 21% ▷장기공원 94% ▷앞산공원 46% ▷학산공원 75% 등이다.
도시공원 일몰제 취지에만 집중한 나머지 지자체 부담을 어떻게 덜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규채 대구정책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은 "재정절감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장기미집행공원 조성에 너무 많은 예산이 드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면서도 "재정지출이 늘더라도 공공기관이 우선적으로 돈을 써야할 곳은 수익사업이 아닌 이런 공공사업이다"고 했다.
이어 "지자체 입장에서는 다른 곳에서 아껴 장기미집행공원 조성사업 등에서 난 손실을 메꿔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럼에 지자체 힘만으로는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 강화도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시공원 일몰제=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을 하지 않았을 경우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제도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2020년 7월 1일부터 해당 부지에 대해서는 공원 지정 시효가 해제(일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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