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의 골프 세태] <8> 천태만상 ‘홀인원의 세계’

사람마다 천차만별, 3번이나 홀인원을 한 사나이
군위 칼레이트 오픈 기념 홀인원 이벤트 ‘BMW’

골프경력 20년에 홀인원을 3번이나 한 신희영 씨. 신희영 제공

포카에서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 골프에서 '홀인원'을 할 확률이 비슷할까? 홀인원은 골프 인생에 잘 찾아오지 않는다. 놀라운 것은 어떤 골퍼는 10년 동안 3번이나 홀인원을 하기도 하고, 싱글 수준의 공으로 20년 구력의 골퍼가 홀인원 근처에도 가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프로 골퍼도 홀인원 경험이 없는 선수가 적지 않다. 홀인원 후 세리머니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요즘은 100~200만원이면 홀인원 비용으로 충분하다.

신희영 씨의 3개 홀인원 트로피. 신희영 제공

◆홀인원만 3번 아마추어 골퍼 신희영 씨

골프 구력 20년의 신희영(49, 보람회계법인 사무장) 씨는 홀인원 3번에 이글 10번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2008년 8월에는 영덕 오션비치에서 3일 사이 2번이나 홀인원을 기록하는 신기원을 이뤄냈다. 연이은 라운딩이었기에, 야구에 비유하자면 '백투백 홀인원'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 골퍼 이윤정(51, 자영업) 씨는 골프 입문한 지, 수개월만에 홀인원을 경험했다. 동반자들과 주변 지인들이 믿지 못할 정도. 이 씨는 "조금이라도 잘 쳐 보려고, 집중해서 쳤는데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었다"며 "제 실력은 아니고 순전히 운이 작용했다"고 회고했다.

평균적으로 보면 아마추어 골프 중에는 10중에 1,2명 만이 홀인원 경험을 갖고 있다. 26년차 골프경력의 임관동(58, 전문직) 씨는 "한번쯤은 홀인원이 나올 법도 한데, 아직은 그런 짜릿한 경험을 하지 못했다"며 "남은 평생에 한번은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군위 칼레이트CC에서 개장 기념 홀인원 이벤트 상품으로 내건 'BMW'. 군위 칼레이트CC 제공

◆군위 칼레이트 오픈 기념 홀인원 상품 'BMW'

골프장에서 홀인원이 평균적으로 한 해 30~70회 정도 나온다고 한다. 한달 평균으로 치면 3~5명이 홀인원하는 셈이다. 대구경북 지역 골프장들은 다양한 이벤트로 홀인원을 한 내장객에게 큰 기쁨을 선사한다. 지난해 개장한 군위 칼레이트의 경우 개장 기념 홀인원 이벤트로 'BMW' 자동차를 걸었다. 팔공CC의 경우에도 파3 홀에 한해 팔공 에밀리아 호텔 숙박권, 테라 골프공 및 드라이버 커버, 넥센 볼빅 골프공, 온누리 상품권 등 다양한 선물을 제공하고 있다. 청통CC의 경우 고급 양주 또는 와인을 선물로 주기도 한다.

골프존카운티에서 운영하는 두 골프장에서는 지난 3년 동안 총 300회 가까운 홀인원이 나왔다. 선산CC의 경우 2020년 34회, 2021년 40회, 2022년 37회가 나왔으며, 청통CC의 경우 2020년 70회, 2021년 67회, 2022년 46회를 기록했다. 선산CC의 경우 파3 전장이 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홀인원이 적게 나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팔공CC의 경우에도 3년 동안 122번의 홀인원이 나왔다. 2020년 38회, 2021년 48회, 2022년 36회.

팔공CC의 파3 홀인원 이벤트. 팔공CC 제공

◆홀인원 비용도 확 줄어, 100~200만원 정도

불과 10년 전만 해도 홀인원 보험은 500만원에 달할 정도로 홀인원 후 주변에 크게 한턱 쏘아야 하는 분위기였다. 캐디 축하금을 비롯해 동반자들과 기념 식수, 축하 라운딩, 홀인원 기념품 제작은 물론 '19홀'이라고 불리는 뒷풀이 술자리까지 기분을 한껏 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홀인원도 경제적으로 변했다. 캐디 축하금도 예전에는 30~50만원까지 주던 관행이 최근에는 20~3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한 짠돌이 골퍼는 홀인원을 한 후에 캐디에게 10만원만 줘서 캐디와 동반자들의 눈살을 지푸리게 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지난해 말 골프 경력 5년 만에 홀인원을 경험한 지승호(51, 자영업) 씨는 200만원 가량의 홀인원 비용으로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실속있는 홀인원 세리머니를 했다.

◆저렴한 홀인원 보험료의 다양한 상품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최근 홀인원 보험도 100~200만원을 타는 저렴한 상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상해 치료비, 홀인원 비용을 함께 보장하는 보험도 있다. 한 아마추어 골퍼는 "치료비에 대한 걱정을 줄이면서도 홀인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 만큼 활용할 가치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카드는 아예 '홀인원'카드까지 출시했다. DB손해보험은 골프 특화 담보 중심의 해당 보험은 근골격 계통 치료와 함께, 홀인원 비용 담보는 연간 1회를 보장한다. 한화손해보험은 월 3천원대 보험료로 홀인원, 앨버트로스 기록 시 각각 100만원씩 보장한다. 두 번째 홀인원을 기록할 경우 50만원을 추가로 보장한다.

KB손해보험은 6천원대 일일 보험료에 홀인원을 할 경우 100만원을 보장하는 상품을 두고 있다. 캐롯손해보험는 일일 보험료 2천500원에 홀인원 성공시 100만원을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