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상제사, "형식보다 정성이 중요"

한국국학진흥원, 제례문화 '형식보다 정성이 중요'
제사시간도 '자시'(子時)에서 저녁 6~8시로 당겨져
'합사'(合祀)·휴일제사·불천위 초저녁 제사 등 변화

한국국학진흥원은 제례문화의 올비른 계승을 위해 형식보다는 정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 놓고 있다. 사진은 오전 10시에 지내고 있는 봉화 성이성 종가 제사 모습.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한국국학진흥원은 제례문화의 올비른 계승을 위해 형식보다는 정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 놓고 있다. 사진은 오전 10시에 지내고 있는 봉화 성이성 종가 제사 모습.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한국국학진흥원이 제례문화의 바람직한 계승을 위해서는 '형식보다는 정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15일 내놨다.

전통예법의 '시례'(時禮)라는 말처럼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예'를 통해 조상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마음을 가지며 후손들이 처한 환경에 따라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정성을 다해 지내도록 하는 변화가 자연스럽다는 의미다.

이미 전국의 종가를 중심으로 '합사'(合祀)하거나 공휴일 제사를 통해 친척들이 함께 모여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고, 불천위 제사를 초저녁에 모셔 후손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수월하도록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국학진흥원은 2016~2017년에 걸쳐 조상제사의 변화양상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시(子時·밤 11시~새벽 1시)에 지내오던 기제사를 대부분의 가정에서 오후 6~8시로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늦은 밤에 지낼 때보다 제사에 참여하는 부담감이 훨씬 줄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잦은 제사에 대한 현실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할머니(부인) 제사를 생략하고 할아버지(남편) 제사에 함께 모시는 '합사'(合祀)라는 새로운 습속도 생겨났다.

이로써 부모·조부모·증조부모·고조부모까지의 제사를 지내고 있는 경우에는 평균 1년에 8회의 제사를 4회로 줄일 수 있다. 게다가 기존의 4대봉사를 증조부모나 조부모까지로 제한하면 제사 횟수는 대폭 줄어든다.

조상제사를 둘러싼 변화는 종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해마다 특정 공휴일을 정해 시조를 비롯한 모든 제사를 동시에 지내는 종가도 적지 않은데, 그럴 때마다 전국에서 후손들이 모여들어 축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종가의 불천위 제례에는 직계자손뿐만 아니라 전국각지에 흩어져 있는 혈족들이 참여하는 탓에 늦은 밤 제사를 마치고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초저녁 시간으로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안동의 퇴계종가에서도 수년 전 퇴계 선생의 불천위 제례에 참여한 후손이 새벽 귀가를 하던 중 자동차 사고를 당하고 나서 제사시간을 저녁 6시로 변경했다.

봉화 성이성 종가에서도 전국의 후손들이 돌아가기 쉽도록 오전 10시에 제사를 모시고 있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모든 문화가 그러하듯이 제례문화 역시 시대적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다만 자신들의 수고로움을 덜어내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제례문화가 단절되는 것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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