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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고엔 현금, 학자금은 지인 통해" '검은돈' 의혹 제기한 전두환 손자, 실제라면 추징 가능할까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 씨가 전 전 대통령을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 씨가 전 전 대통령을 '학살자', 일가 전체를 싸잡아 '범죄자'로 규정하며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해 폭로에 나섰다. 전우원 씨 가족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 씨가 전 전 대통령을 '학살자', 일가 전체를 싸잡아 '범죄자'로 규정하며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해 폭로에 나섰다.

특히 전 씨는 가족들이 출처를 알 수 없는 '검은돈'으로 호의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실제 검찰이 '검은돈'을 찾아내더라도 현실적으로 추징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 씨는 최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제 가족들이 행하고 있을 범죄 사기 행각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고자 동영상을 찍게 됐다"며 폭로를 시작했으며, 15일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를 진행해 추가 폭로를 이어갔다.

전 씨가 폭로한 내용 중에 특히 주목을 받는 대목은 전 씨가 '검은 돈'이라 언급한 비자금 존재 의혹 및 불투명한 금전 거래 관행이었다.

전 씨는 비자금 추적에 도움이 될 정황을 밝히겠다며, 자신의 학비와 자신의 친모가 이혼으로 받은 위자료도 음성적으로 거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전 씨는 "저희 할머니(이순자 여사)께서 (학비를) 지원해주실 때 연희동 자택서 일하고 계신 아주머니들의 계좌를 사용해서 저에게 돈을 (보냈다)"며 "이혼한 어머니가 받은 위자료도 은행 인출이 불가능해 매번 지인으로부터 찾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머님이 말씀하시기로는 엄청난 양의 채권이 발행이 됐는데, 그걸 현금화하는 과정이 누구를 통해서 해야 한다고 하셨다"며 "어머님 말씀으로는 연희동 자택에 숨겨진 금고가 있고. 엄청난 양의 것(현금, 채권)들이 있었다고 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연희동 자택을 사수하려는게 아닌가 싶다"고도 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대규모 와인 양조장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전재만 씨(전 전 대통령 셋째 아들)가 양조장을 조성한 비용의 출처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전 씨는 "(전재만 씨가) 나파밸리에서 와이너리(와인 양조장)를 운영하고 있다"며 "와이너리는 정말 천문학적인 돈을 가진 자가 아니고선 들어갈 수 없는 사업 분야다. 검은 돈의 냄새가 난다"고 언급했다.

이 양조장은 전재만 씨와 장인 이희상 전 동아원 회장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동아원이 700억이상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 씨의 주장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드러난 증거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 전재용 씨와 새어머니 박상아를 두고서도 "출처 모를 검은돈을 사용해 삶을 영위하고 있다"며 "현재 전재용 씨는 미국 시민권을 따려는 법적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인데 한국에서 서류 조작을 해서 자신이 범죄자가 아니라고 조작해서 미국 시민권을 받으려고 절차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전 씨는 이러한 폭로와 관련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전 씨는 가족의 호화생활도 폭로했다. 전 씨는 "어렸을 때부터 초호화 호텔에 며칠씩 빌려가며 풀코스로 몇십 명이 먹는, 가족들 전원이 음식을 시켜먹었다"며 "전 재산이 25만원 밖에 없는 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전 씨는 또 이순자 여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스크린골프를 치고 있는 사진을 올리고 "연희동 자택에 구비돼 있는 스크린골프 시설"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전 전 대통령의 손녀 A씨의 결혼식 사진을 올리고 "초호화 결혼식 사진"이라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자신의 가족과 지인들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범죄 의혹들을 쏟아내 실제 수사로 이어질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핵심은 전 씨의 이런 폭로가 실질적으로 전 씨 일가에 대한 수사와 추징금 환수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4월 군형법상 반란수괴·내란수괴·내란목적살인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천205억원을 확정받았다.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전 전 대통령은 2003년 4월 재산목록 명시 관련 재판에 출석해 "예금이 29만원"이라며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텨 전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 2천205억원 중 지금까지 1천280억원(58.1%)의 재산을 몰수했다. 아직 약 900억원의 추징금이 남았지만, 2021년 11월 전 전 대통령이 사망한 이후엔 추징이 어려운 실정이다.

2020년 6월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재판을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 상속재산 외에 그 '가액'도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따라 현행법상 당사자가 숨질 경우, 추징 절차가 중단되는 탓에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추징할 방법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재산 형성 과정 등에서 별도의 범죄 혐의가 포착되지 않는 한 추징 절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전 전 대통령 사망 이후인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는 2018년 전씨 일가가 부동산 신탁회사에 소유권을 이전한 차명 부동산인 경기도 오산시의 임야 공매대금 75억6천만원 중 20억5천200여만원을 환수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중앙일보 등을 통해 "현재까지의 전씨의 폭로만 가지고 범죄 혐의점이 있다든지 수사에 착수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며 "다만 전씨의 발언을 근거로 시민단체 등이 고발을 할 경우엔 검찰이 사안의 구체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전 씨의 아버지인 재용 씨는 이날 연합뉴스를 통해 "워낙 오랜 시간 떨어져서 살다 보니 아들이 아팠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심한 우울증으로 입원 치료를 반복했다"며 "아비로서 아들을 잘 돌보지 못한 제 잘못이고, 부끄럽지만 선의의 피해를 보게 된 지인들께 너무나 죄송해 부득이하게 사정을 밝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제기한 가족의 불법행위 의혹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당황스럽다"며 사실상 부인했다.

또 아들이 공개한 연희동 자택 내 스크린 골프장에 대해선 "부친 생전에 자식들이 돈을 모아서 선물로 해 드린 것인데, 노환이 깊어진 이후에는 사용한 적도 없을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5.18 단체 측은 "죗값을 치르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후손들이 치르게 돼 있다"며 "이제라도 제대로 추징금을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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