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16일 일본으로 향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민진 작가가 일제강점기 재일조선인들의 삶을 소재로 쓴 소설이며 애플TV 드라마로도 제작된 '파친코' 내용 중 '돼지'를 들어 조언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13일, 어제(15일)에 이어 페이스북을 통해 3번째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조언 및 우려를 전했다.
13일의 경우 앞서 정부가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제3자 변제' 방안을 밝힌 것을 두고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의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는 주장을 빌려 이에 어긋나게 "한국의 대통령이 일본의 수상이 할 입장을 겸했다"고 지적했다.
15일에는 공교롭게도 올해가 조선인 대규모 학살이 발생한 관동대지진 100주년임에도 불구, 윤석열 대통령이 학살 현장인 도쿄의 128년 된 경양식 식당 '렌가테이'를 찾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돈까스 만찬'을 할 예정인 것을 두고 "역사적 맥락을 모르면 돈까스 당한다. 돈까스가 넘어가시겠나?"라고 물었다.
▶이어 오늘(16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도쿄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해 있을즈음 시각인 오전 10시 15분쯤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추미애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요미우리 신문 인터뷰를 언급, "개인적 소회로서 '일본이 아름답고, 일본인이 정직하다'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이제는 개인 일본인이 아니라 일본국의 외교 파트너를 상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들은 정직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제가 풀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대통령으로서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의 인간의 존엄을 파괴한 강제징용과 위안부,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같은 굵직한 주제에서 한국민을 대표하여 한민족과 피해자들을 대변해 주고 억지를 잘 설득하는 등 노력과 외교 철학을 보일 헌법상 의무가 있다. 일본 당국자가 언급조차 싫어하며 부인하는 것에 비위를 맞춰주는 것으로 끝낸다면 양국 간의 불행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라고 우려 섞인 조언을 밝혔다.
▶그러면서 추미애 전 장관은 앞서 언급했던 '돈까스 만찬'을 다시 가리켰다.
추미애 전 장관은 "2차례나 밥을 먹는다하니 2번째 128년 된 돈까스 원조 식당에서 '돼지고기'를 드시기 전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기 바란다. 하필이면 접대하는 곳이 '돼지고기'로 유명한 집이라면 중의적인 것이 아닌가 의구심도 든다. '파친코'의 '돼지'가 나오는 장면을 소개하겠다. 일제 강점기에 하는 수 없이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의 이민자들이 어떻게 멸시와 천대를 당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음과 같다.
'이삭을 따라 오사카로 간 선자는 그곳에서 조선인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무척 놀랐습니다. 조선 부잣집 양반 가문의 장남인 형 요셉과 경희 부부가 박스같은 좁은 판잣집에 형편없이 가난하게 사는 모습도 충격적이지만 바로 옆집의 모습은 더 참담했습니다. 유리창에 유리가 아닌 타르 종이를 바른 허술한 문을 통해 갑자기 꿀꿀거리는 돼지 소리가 났습니다. 당황한 선자를 보고 요셉이 "이웃은 돼지 세 마리와 아이 네 명이 함께 살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들 대부분은 벌이의 반 이상을 집세로 집주인에게 바치고 식료품비는 너무 비싸서 살아남기 위해 집에서 닭, 돼지를 키워 벌이를 보충하는 형편이라고 했습니다.' (PACHINKO(파친코) 원작 100~101쪽)

이에 대해 추미애 전 장관은 "이민진 작가는 재일조선인들이 아무리 뼈 빠지게 노력해도 그 사회의 밑바닥에서 수탈당하며 비참한 생활을 면하지 못하는 상황을 곳곳에서 묘사했다"며 "(요미우리 신문 인터뷰에서 밝힌)대통령이 본 아름다운 일본의 뒷골목에서는 돼지와 함께 사는 냄새나는 조센징이라며 손가락질 당하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짐승보다 못한 멸시와 천대를 받았던 불행한 삶들이 있었다"고 대비시켰다.
이어 "그런데 바른 역사를 안 가르치는 일본에서는 애플TV의 미드 <파친코>를 보고 '완전 허구' '사기'라고 했다고 한다. 차라리 그들도 믿고 싶지 않을 정도인 모양"이라고 덧붙였다.
추미애 전 장관은 "이민진 작가를 지난해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하셨던데, 적어도 그 작가가 쓴 내용이 뭔지 알고 계셔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정직한' 일본인이 반성하고 사죄해야 할 역사적 대목에 대해서는 심하게 부정하고 왜곡하고 흔적을 지우기까지 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글 말미에서 추미애 전 장관은 "기왕에 '정직한' 일본을 믿으신다니, 강제징용도, 위안부도 잘못을 정직하게 인정하도록 받아낸다면 돈을 떠나서 그나마 외교적 체면은 건지겠다"면서 "끝으로, 저들이 아무리 먹방으로 혼을 흔들더라도 정신 바짝 차리셔서 독도는 감히 입에 올리지도 못하게 하시라. 무운을 빈다"고 했다. '무운을 빈다'는 앞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써서 정치권에서 유행한 표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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