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 경제인] <19> 서성도 보은직물 대표 "원단업계 1등 추구”

최첨단 소재 개발 집중·최고급 원단 백화점 납품
한눈 팔지 않는 성실함·끈기·정직이 성공 비결
"국가적으로 힘든 시기…TK가 위기 극복 앞장섰으면"

서성도 보은직물 대표는
서성도 보은직물 대표는 "패션업계는 전쟁터와 똑 같다"라며 최첨단 소재 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화려한 패션쇼 플로어나 모델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섬유업계의 민낯을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총성 없는 전장(戰場)인 그곳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 원단업계다. '삼국유사'의 고장인 경북 군위가 고향인 서성도 보은직물 대표는 생사(生死)를 넘나드는 현장에서 반세기를 생존하며 1등을 추구해왔다. 서 대표는 "원단업계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자신 보다 앞서가는 다른 기업인 얘기가 나올 때는 부러움과 함께 자세를 가다듬는 모습이었다. 성실을 무기 삼아 원단업계 강자로 부상한 서 대표는 재경대구경북시도민회 산악회장을 지내며 고향 사랑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사회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어려운 시기"라며 "대구경북인이 힘을 합쳐 위기 극복의 중심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보은직물에 대해 소개해 달라.

▶섬유계통 사업을 43년 동안 해왔다. 원단을 수입해 백화점 등에 납품한다. 그러면 디자인과 제작을 거쳐 소비자들과 만나게 된다. 서울 광장시장과 동대문의류종합시장 두 곳에 매장을 두고 있다.

-보은직물만의 강점은?

▶최첨단 신소재 개발이다. 최고급 원단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최상의 원단을 공급하고자 최선을 다한다. 이 계통은 전쟁터와 다르지 않다. 돌이켜보니 숱한 사업자들이 쓰러져 갔다. 하루하루, 한 순간 한 순간 긴장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무너지고 마는 게 이 시장이다. 40년 넘게 한 눈 팔지 않고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소비자 트렌드를 읽어내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섬유산업은 방향을 잘 살펴야 한다.

-이 사업에 뛰어든 무슨 계기라도 있었나?

▶당시만 해도 다들 어려운 시기였다. 1970년대 고향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대구로 갔다. 대구는 대한민국 뿐 아니라 세계적인 섬유도시였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소질과 적성에 맞더라. 그러다가 서울로 올라와 본격적으로 원단사업을 하게 됐다.

-코로나19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이 클 듯 한데 어떻게 극복했나?

▶사실 큰 부침을 겪지는 않았다. 사업 초기 석유파동이나 최근의 고환율처럼 경영을 휘청이게 하는 악조건의 연속이었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운이 좋았는지 별다른 위기에 빠지지 않고 해쳐올 수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난날을 반추하는 서 대표지만 성공의 비결은 한 눈 팔지 않는 특유의 성실함과 끈기, 정직에 있었다. 그는 "사업 이 외에는 생각해 본적 없다"고 했다. 골프도 하지 않고, 요즘 유행하는 당구 같은 것도 관심 밖이다. 매일 매일, 순간 순간 사업만을 생각한다고 한다. 교과서적인 답변이지만 40년 이상 실천할 수 있는 기업인이 얼마나 될까. 특히 새로운 소재 개발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다. 트렌드를 발굴해 해외 공장 등에 주문을 하고, 백화점 같은 곳에 납품하는 규모가 연간 30~40만 야드에 달한다. 이 원단은 주로 여성용 투피스 정장, 재킷, 원피스, 블라우스로 만들어져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 대표는 섬유산업의 트렌드를 설명하며 그 어려움을 감추지 않았다. 벚꽃이 만개한 지금 다가올 겨울 트렌드를 미리 파악해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 대표는 유행을 쫓아가기 위해 외국 패션 잡지를 많이 본다. 신문이나 방송 뉴스도 빼놓지 않는다.

-사업을 하며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지난 90년대 중반 일이다. 털이 복실 복실한 샤넬원단을 개발했는데 요즘 말로 대박이 났다. 사업이 완전히 자리 잡았고, 안정적인 성장을 하는 계기가 되었기에 잊지 못하겠다. 자부심이 생겼고, 최고급 제품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도 다시 한 번 다졌다.

-사업 외에 사회봉사 활동에 적극적인데.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는 데…. 그동안 이런 저런 봉사 활동을 해왔다. '군위 복(福)나눔 봉사단'을 이끌고 있다. 같은 고향 출신 박희돈 길벗 교회 목사가 영등포역 주변 노숙자를 위해 벌이고 있는 밥 퍼주기 행사에 20년 동안 무료봉사하고 있다. 재경시도민회 산하 시군구 중 유일한 봉사단체다. 2003년 군위군 향우회에서 몇몇 향우의 자발적인 봉사정신으로 출발해 2006년 현재의 이름으로 발족해 활동을 본격화했다. 영등포 역사 앞에서 월 1회 노숙인 무료급식을 했고, 갈현동 다시서기센터에서도 같은 활동을 해왔다. 참여 폭이 향우는 물론 봉사에 관심 있는 분들로 넓혀졌고, 청소년들의 동참이 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계획은?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 이외에 다른 방도가 있겠나. 섬유의 1인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뛰어난 사업가들이 많은 데 따라 가려면 아직 멀었다. 늘 신경 써야 하는 게 트렌드를 알아내는 것이다. 컬러 감각도 남달라야 한다. 내년에는 무엇이 유행할 것인지 늘 고민한다. 최고의 원단을 만들어야 경쟁력을 갖는다. 다만, 판매량을 늘리는 데만 치중하지는 않는다. 저희 최고급 원단을 제대로 할용하는 곳에만 납품한다.

-일과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좀 늦게 출근한다. 오전 11시부터 밤까지 일한다. 매장이 두 군데 있어 돌아본다. 밍밍한 일상이다. 주문량을 확인하고, 납품을 한다. 주말에 산에 오르고,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을 빼고는 사회 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서성도 재경대구경북시도민회 산악회장(가운데)이 지난 3월 북한산에서 시산제를 주관하고 있다. 서성도 회장 제공
서성도 재경대구경북시도민회 산악회장(가운데)이 지난 3월 북한산에서 시산제를 주관하고 있다. 서성도 회장 제공

-대구경북 산악회는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25개 산하 시군민회 중 자체 산악회가 있는 곳은 17곳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 치고, 선(善)하지 않은 분이 없다. 매월 넷째 주 토요일마다 산행을 한다. 임기가 2년인데 한 차례 연임해 3년째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북한산 삼천리골에서 시산제를 했다. 350여 명이 모여 건강과 친목을 다진 시간이었다. 등산을 하다 보면 누구를 이기고자 하는 경쟁이나 이기심은 사라지고, 함께 오르고자 하는 배려와 사랑의 마음만이 일어난다. 그 여정을 향우들과 함께 하니 행복하다.

-대구경북인에게 인사를 해 달라.

▶대구경북은 나라에 어려움이 있을 때면 앞장섰고, 몸 바쳐 극복해왔다. 경제난에 사회가 혼란스럽고, 국가적으로 힘든 시기다. 대구경북인이 단합해 국난 극복의 중심에 섰으면 한다. 우리가 힘을 뭉친다면 위기를 너끈하게 이겨내지 않겠나. 또 젊은 세대들이 살아가기 참 어려운 시기다. 이럴수록 굳건하게 자기 일에 충실해야 한다. 자신만의 플랜을 만들어 투자를 하고,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라고 전하고 싶다.

최근 개발한 아이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서성도 대표. 이무성 객원기자
최근 개발한 아이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서성도 대표. 이무성 객원기자

서성도 대표는 누구

경영 이외에 고향 사랑과 봉사에 매진하고 있다. 도깨비 시장으로 불리는 광장, 동대문 시장에서 아이템과 원단 개발에 집중해온 서성도 대표는 재경시도민회 산악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등산을 고리로 향우들을 끈끈하게 엮어 왔다. 자신으로서는 건강을 지키며 삶과 경영의 정상을 향한다. 개인의 건강이 곧 국가의 건강을 이룬다는 신념이다. 올해는 대구경북의 명산을 집중적으로 오르기로 했다. 5월 구미 금오산을 시작으로 고향의 산을 찾아 향수를 달래고, 지인들과의 만남도 가질 예정이다. 이전에는 재경 군위군 청년회장, 사무국장을 맡아 헌신했다.

봉사활동에 적극적이다. 재경 군위군 복나눔봉사단 단장으로서 봉사활동을 다양화하고 있다. 초기 무료배식 활동을 시작으로 노인요양원 방문, 소외이웃에 연탄전달, 청소년의 집 방문 봉사, 노숙인 노래자랑 개최, 다문화가정 어린이 봉사 등의 활동을 펼쳤다. 지원 대상의 경우 사전에 주민센터 등을 통해 확보한 뒤 단원 간 토의로 우선 순위를 정한다. 이러한 민주적 운영방식이 단원 참여를 늘리고, 적극성을 갖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했음직하다. 서 단장은 "여러가지 활동을 자화자찬하는 단체는 아니지만, 앞으로도 보다 많은 이들이 동참해 소외되고 불편한 분들에게 작은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고향 사랑과 봉사에 기여한 공로로 경북도지사 및 남양주시장 표창, 사회공헌부문 2017 지구촌 희망펜상 대상, 대한민국 인물대상(2016년) 등을 수상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