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부모와 자식, 자식과 부모… 나와 다른 널 사랑하는 일

물고기를 낳은 고양이 이야기, 모든 아이는 언젠가 '바다'로 떠난다… '엄마가 물고기를 낳았어'
두 아이에게 헌신했는데 '자퇴'라는 상처로 돌아와… 그리고 화해의 이야기, '엄마 반성문'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 선생님은 우리 반 친구들을 사랑하니까...."

새 학기 첫날, 담임교사의 말에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듭니다.

"선생님이랑 우리랑 만난 지 이틀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사랑해요? 선생님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의 준말)예요?!"

넓고 넓은 세상에서, 많고 많은 사람 가운데 우리가 만난 것은 인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녀 혹은 내 학급 학생과 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잘해주고 싶은 대상에게 외면당할 때 우리의 상처는 커져만 갑니다. 섭섭함이 쌓여 괘씸함이 되기도 하지요. 앞서 말한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담임교사가 말하는 사랑은 책임감을, 학생이 말하는 사랑은 신뢰를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같은 말에 다른 뜻을 담는 우리, 과연 잘 지낼 수 있을까요?

'엄마가 물고기를 낳았어'의 표지

◆우리는 다르지만, 함께 할 수 있을 거야

'엄마가 물고기를 낳았어'(진고호로 지음)에서 물고기를 낳은 엄마는 고양이입니다. 아기가 태어나자 아빠는 헐레벌떡 자그마한 수조를 가져와 물고기를 넣습니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는 물고기 아기를 정성껏 돌봅니다. 남들처럼 책도 읽어주고, 고양이답게 그루밍하는 법, 야옹 우는 법도 가르치지요. 물론 어항 속 물고기는 단지 뻐끔거리기만 할 뿐입니다. 하지만 고양이 엄마는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습니다. 엄마의 단단한 보살핌 속에서 물고기 아기는 안전하고 평화롭게 자랍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고기 아기의 몸집은 점점 커집니다. 이제 물고기는 몸을 돌릴 때마다 좁은 어항의 유리 벽에 부딪힙니다. 그뿐인가요? 늘 같은 자리에 놓여있는 어항에서 내다보는 바깥 풍경에도 흥미를 잃습니다. 불편하고 지루해하는 물고기의 모습을 본 고양이 엄마의 마음도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TV 화면에서 바다를 본 물고기의 가슴은 뛰기 시작합니다. 바다로 가고 싶다는 물고기의 신호에 고양이 엄마는 어항을 유아차에 싣고 먼 길을 걸어 바다로 향합니다. 바다에 다다르자, 풍덩! 물고기는 어항에서 뛰어 올라 넓고 넓은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고양이 엄마도 아이 걱정에 풍덩! 함께 바다 속으로 뛰어듭니다. 항상 유리를 사이에 두고 바라보던 서로를 온전히 마주 보게 된 순간, 비로소 고양이 엄마는 깨닫습니다. 고양이가 아닌 물고기- 나와 다른 존재인 나의 아이. 어항이 아닌 바다에서만 행복할 수 있는 물고기를 바다에 두고 집으로 되돌아온 고양이 엄마는 어떻게 했을까요? 그리고 우리들은 내 아이가 바다로 향하는 순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엄마 반성문'의 표지

◆너와 내가 같이 가자, 내가 너와 함께할게

"다 너를 위해서야"라는 말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말은 해보셨나요? 이 두 표현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내가 애써 준비한 것을 자녀가 내키지 않아 할 때 안타까움과 섭섭함을 표현하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혹시 자녀가 왜 내키지 않아 하는지는 생각해 보셨나요?

'엄마 반성문'(이유남 지음)은 교사, 엄마, 그리고 코칭 전문가인 작가의 솔직한 성찰을 담은 책입니다. 유능한 교사인 엄마는 누구보다 내 자녀를 잘 키우고자 합니다.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가서 남부럽지 않게 사는 것. 아마 많은 부모가 생각하는 성공일 것입니다. 이 성공을 위해 엄마는 자녀에게 많은 것을 '시킵니다.' 공부를 시키고, 학원에 다니라고 시키고, 임원 선거에 나가라고 시키고, 일찍 자라고 시킵니다. 엄마에게는 성공을 향한 정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엄마의 정답지를 따르던 두 자녀는 고교 시절 차례로 자퇴하고 맙니다. 자녀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던 엄마는 자신을 거부하고 원망하는 자녀로 인해 큰 상처를 받습니다. 하지만 엄마이기에 자신보다 자녀의 상처를 더 아프게 여기며 지난날의 말과 행동을 성찰해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합니다.

작가는 코칭 공부를 통해 누구나 스스로 해답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부모는 도움이 필요할 때 곁에서 도와주는 코치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운동에서의 코치는 직접 경기에 나서지 않지만, 선수의 상태를 파악하고, 선수가 제 기량을 발휘하도록 돕습니다. 이처럼 부모도 성장에 따른 자녀의 뇌 발달 단계와 감정 상태를 이해해야 합니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대화입니다. 작가는 부모와 자녀가 흔히 나눌법한 대화 상황을 제시하고, 각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감, 수용, 경청의 표현을 안내합니다. 대화를 통해 부모에게 인정과 지지를 받은 자녀는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역량이 자라납니다. 그리고 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궁리하면서 뇌가 발달하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감도 느끼게 됩니다. 부모에게는 부모의 삶이, 자녀에게는 자녀의 삶이 있습니다. 자녀 몫의 선택을 대신해 주기보다 자녀가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힘과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지지해 준다면 어느새 훌쩍 자란 내 자녀가 내 어깨를 감싸는 날도 올 것입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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