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반려견에게 건강한 음식과 나쁜 음식

육포·개껌 '조금만' 초콜릿·포도 '안돼요'
사료는 건강에 매우 도움이 되는 식품…오랜 시판으로 안전성 인증 제품 선택
균형 잡힌 영양소 절제된 식습관 중요

개사료는 급여가 편하고 보관이 용이하며 개가 먹이를 씹어 부수는 일에도 적합한다.

반려견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주고픈 반려인의 마음은 아이를 돌보는 부모의 마음과 같다. 반려견에게 건강한 음식은 무엇인지, 반려견이 좋아하지만 먹여서는 곤란한 음식은 무엇인지를 살펴보자.

◆사료는 반려견에게 건강한 음식일까?

개는 평생 사료를 먹는다. 급여가 편하고 보관이 용이하며 개가 먹이를 씹어 부수는 일에도 부합한다. 인스턴트 식품이지만 다양한 이점 때문에 개사료는 반려견의 주식이 되었다. 과연 사료는 반려견에게 건강한 음식일까? 결론 부터 말하자면 건강에 매우 도움되는 음식이다.

그 이유가 있다. 사료만을 먹는 개들이 간식이나 사람음식을 곁들여 먹는 개들도 보다 건강하고 장수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연식,생식,화식을 만들어주는 가정의 반려견보다 더 건강한 편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균형잡힌 영양소와 절제된 식습관이 건강의 비결로 추정된다.

그러면 시판되는 모든 종류의 사료는 건강한 음식일까? 사료회사는 좋은 원료들을 사용하여 건강한 사료를 만들려한다. 동시에 단맛과 짠맛, 고기맛 또는 풍미를 첨가하여 개가 잘 먹도록 유도한다.

문제는 잘 먹는 사료에 집착하려다 자칫 건강을 해치는 성분이 첨가 될까 조심스럽다. 단기적으로 독성을 끼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료의 독성으로 인해 반려견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친 사례들이 있다.

그래서 경륜있는 수의사들은 신제품 보다는 오랜기간 시판되어 그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들을 우선 선택하도록 권장한다.

개사료는 급여가 편하고 보관이 용이하며 개가 먹이를 씹어 부수는 일에도 적합한다.

◆내 반려견에게 적합한 사료는?

현재의 영양 상태, 식탐 여부, 개의 품종과 나이 등을 고려하여 사료를 선택한다. 알러지, 노령, 비만, 질병이 있는 반려견들은 주치 수의사와 상담하여 적합한 사료를 처방받도록 한다.사료를 선택하였는데 정작 개가 사료를 먹질 않는다면? 아래의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첫째, 간식과 개껌은 잘 먹는다면 사료를 잘 먹을 때까지 간식과 개껌 급여를 중단한다.

둘째, 치아 건강이 나빠 습식사료 또는 부드러운 간식을 선호하는 건 아닌지 살펴본다.

셋째, 설사, 검은색 점액변, 구토 등의 소화기 질환이 있다면 수의사의 검진이 우선이다.

체중감량, 신부전, 간부전, 췌장염에 처방되는 사료는 단백질과 지방, 미네랄 등이 감량되어 있다보니 개의 입장에서 맛이 덜하기 마련이다. 개가 간식을 의존하는지, 치아건강이 나쁜지, 소화기능이 약한지를 살펴보고 처방 사료를 먹을 수 있도록 최대한 유도하는 것이 건강 관리에 유리하다.

사료 급여량에 대해서 살펴보자.포장지에 기재된 표준 사료 급여량을 먹인 대부분의 반려견들이 살이 찌거나 비만에 가깝다. 중성화수술을 받고, 겨울에도 따뜻한 실내 생활을 하고, 운동량이 부족하고, 여기에 간식, 개껌, 영양제 등이 제공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임상 경험상 표준 사료 급여량에서 20% 정도 감량할 필요가 있다. 대신 하루 한번 체중을 꼭 기록하자. 체중감량이 현저히 관찰된다면 식사량을 조금 늘린다.

사료 급여 횟수는 개의 식탐 여부를 고려하여 결정한다.하루 사료 급여량을 100%로 환산하여 급여 횟수와 급여량을 살펴보자. 식탐이 강한 반려견은 사료를 씹지도 않고 삼켜버리는 경향이 있다. 사료를 조금씩 나뉘어 제공하는 것이 유리하다. 아침 30%, 저녁 30% 사료를 급여한다. 40%의 사료는 노즈워커(탐색) 또는 훈련,놀이 과정에서 보상으로 제공한다. 보상을 위한 별도의 간식이 필요치 않다.

◆반려견에 주의할 음식

▷육포 간식과 개껌

개는 단단한 육포간식과 개껌을 참 좋아한다. 맛도 있지만 개의 물어 뜯는 본능을 해소해주기 때문이다. 개껌, 육포간식, 말린고구마, 돼지귀 말린간식, 닭이나 오리 목뼈를 말린 간식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문제는 탈이 자주 난다.

동물병원을 응급 내원하는 환자견의 상당수가 딱딱한 육포와 개껌을 삼켜 식도에 걸리거나, 장폐색이 유발된 사례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개의 씹는 욕구를 해소시켜주고 싶다면 다양한 재질의 터그장난감(씹을 수 있는 장난감)을 추천드린다. 육포 간식과 개껌은 적게 줄수록 건강에 이롭다

내시경으로 이물을 제거한 결과 당일 제공한 고구마육포간식으로 확인되었다.

▷고구마

고구마는 개에게 건강한 식품으로 소개하는 정보들이 의외로 많다. 고구마가 건강식품이라는 주장은 쌀이나 밀보다는 탄수화물 함량이 낮으면서 열량은 적고 섬유질과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밥과 빵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건강식품일 수 있다.

하지만 고구마 역시 탄수화물이며 달다. 만약 반려견이 과영양 상태라면 주의가 필요하다. 고구마를 장기간 먹인 반려견에게 결석이 다발하는 사례들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성분 자체가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의외로 열량이 높은 식품임을 명심해야 한다.

▷사과

사과, 배, 감 대부분의 과일들을 개가 좋아한다. 단맛 때문이다. 사람의 경우에도 당뇨환자와 비만을 염려하는 분들은 섭취량을 제한하도록 당부한다. 과일 자체가 해로운 것이 아니라 높은 당함량 때문에 절제를 당부한다.

반려견이 시원하고 아삭거리는 식감을 좋아한다면 브로컬리, 양배추, 당근, 오이 등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꿀

설탕과 꿀을 싫어하는 동물은 없다. 미량의 단맛은 식욕도 부추기고 건강에도 이로운 점이 많다. 반려견에게 약을 먹일 때 꿀을 발라주는 반려인도 있다. 문제는 그 섭취량이다. 순간적으로 혈중 당수치를 상승시킬 정도의 꿀이나 설탕은 해가된다. 쓴약을 먹이기위해서 꿀을 발라줬다면 이제부터는 요리에 사용되는 올리고당을 권한다. 올리고당은 고분자물질이어서 단맛은 느끼지만 체내에서 당으로 활용되는 함량은 적기 때문이다,

▷사람 음식

내가 먹는 건강한 음식을 반려견과 나눌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개의 입장에서도 주인이 먹던 음식을 함께 먹으며 더 행복하고 교감하기도 쉽다. 문제는 사람 입맛에 적합하기 위해서는 의외로 단짠맛이 가미되어지는데 있다. 반려견에게 양념을 먹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설탕, 소금, 간장, 양파, 마늘을 먹이는 결과가 초래된다. 그 함량이 적어서 단기적으로 해가 되지는 않겠지만 당의존성이 높아지고, 신장병, 결석이 발생하기 쉽다.

양파, 포도, 초콜릿은 동물병원에서 자주 경험하는 음식물 유래 중독증이다.

◆개가 먹으면 독이 되는 음식

양파, 포도, 초콜릿은 동물병원에서 자주 경험하는 음식물 유래 중독증이다.

▷양파중독

피자, 짜장면, 치킨, 불고기, 찌개 등의 대부분의 사람 음식에는 마늘과 양파가 함유되어 있다. 양파는 익히더라도 적혈구를 파괴하는 독성 성분(Allyl propyl disulfide)은 남는다. 사람은 이 성분을 분해하는 효소를 가지고 있어 양파가 피를 맑게 하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는 효소가 부족하여 섭취 시 적혈구가 파괴되어 급성 빈혈이 발생한다. 골수의 조혈능력이 부족할 경우 수일 내로 사망하기도 한다.

고양이는 5g/체중Kg, 개는 15~30g/체중Kg의 양파를 먹으면 증상이 발현된다고 한다. 또한 소량이더라도 장시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섭취하더라도 양파중독이 발생할 수 있다. 개에게 사람 음식을 맛 들이지 말라고 경고하는 이유이다. 개가 기력이 떨어지고 잇몸이 창백해 보이고 소변색이 붉다면 심각하게 의심한다. 신속히 동물병원을 내원하여 검진을 받아야 한다. 입원치료와 수혈이 필요할 수 있다.

쵸콜릿

초콜릿은 카페인의 일종인 테오브로민(theobromine)이라는 물질이 개에게 독성을 끼친다. 소량 섭취하더라도 구토와 설사, 헐떡임, 갈증, 떨림, 심장 부정맥 등이 유발되며 심할 경우 경련과 심장마비로 인해 사망하기도 한다. 노령견, 심장질환, 간부전, 신부전이 있을 경우 초콜릿 섭취는 더 위험하다.

초콜릿이 함유된 아이스크림, 음료수, 쿠키, 빵을 조심해야 한다. 제빵에 사용되는 다크 초콜릿, 코코아파우더가 더 위험하다.

개가 초콜렛이 함유된 음식을 먹었다면 바로 즉시 동물병원을 내원하여 구토를 유도해야 한다. 불안, 헐떡임, 심장부정맥 등의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면 검사를 통해 기저 질환이 있는지를 감별한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집중 수액 치료가 유리하며 지속적으로 심박동을 체크할 필요가 있다. 돌발적인 심장마비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도

포도의 어떤 성분이 독성을 끼치는 지는 아직도 연구 중이다. 현재 까지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포도를 재배하거나 유통 과정에서 오염된 살충제나 환경오염물, vitamine D3 등을 그 원인으로 추정할 뿐이다.

국내 연구를 살펴보면 40g/체중kg 정도의 포도를 먹은 개에게서 급성 신부전이 유발되었다. 동물병원에 내원한 환자견 중에는 버려둔 포도껍질을 소량 먹은 개가 급성신부전증을 호소한 경우도 있었다.

먹고버린 포도껍질을 개가 접촉하지 못하도록 잘 처리해야 한다. 개는 포도의 단내를 쉽게 찾아내고 먹으려 들기 때문이다. 빵 속에 들어있는 건포도도 개가 먹어서는 곤란하다.

포도 중독으로 인한 급성 신부전은 섭취 후 24~48시간 사이에 잘 발생하므로 3일 이상은 신부전 관련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신부전은 초기에 집중적으로 수액 치료가 이루어져야 그 휴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가 포도를 먹은지 한시간 이내라고 판단되면 구토를 유도한다. 외관상 건강해 보이더라도 혈액검사와 뇨검사를 통해 신부전의 진행을 예측하여 그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박순석

박순석 수의학박사

한국임상수의학회 부회장

SBS TV 동물농장 자문수의사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사) 한국동물복지표준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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