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돌아온 ‘존 윅4’, 믿고 보는 액션 장인들의 짜릿함

권총, 일본도, 활, 쌍절곤 등 온갖 무기 등장
파리서 펼쳐지는 카체이싱, 난투 등 화려한 액션
러닝타임 전작보다 38분 늘어난 169분

영화 '존 윅4'의 한 장면.
영화 '존 윅4'의 한 장면.

존 윅(키아누 리브스)이 다시 돌아왔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가 죽자 홀연히 킬러의 세계를 등진 사나이다. 그러나 아내가 선물한 강아지가 무참히 죽자 분연히 킬러의 세계로 돌아왔다. 1편 이후 그는 줄곧 권력의 최상층부인 최고회의와 척을 지고 외로운 싸움을 이어간다.

'존 윅4'(감독 채드 스타헬스키) 또한 새롭게 최고회의의 수장이 된 그라몽 후작(빌 스카스가드)이 막대한 현상금을 걸고 그를 죽이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작에 비해 38분이나 늘어난 169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스토리는 비교적 단촐하다. 죽일 수 없는 자를 죽이려는 킬러들의 주먹질과 칼질, 총질이 레벨을 달리하는 게임처럼 업그레이드되면서 관객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존 윅'의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회의(High Table)고, 그 아래 각 지부(Under Table)가 만들어져 운영이 되는 킬러계의 UN 체제다. 엄격한 룰로 움직이는 중세의 기사단과 같은 시스템이다. 그 룰을 깬 것이 존 윅이다. 그는 이로 인해 공적이 되지만, 살아남기 위해 묵묵히 한걸음씩 나아간다.

'존 윅4'에서는 2명의 적이 존 윅과 함께 트라이앵글을 이룬다. 존의 오랜 친구인 맹인 킬러 케인(견자단)이 딸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라몽 후작의 청탁을 받아 존과 격돌하고, 개와 동행한 현상금 사냥꾼 추적자(샤미어 앤더슨)가 틈틈이 존의 목숨을 노린다.

'존 윅' 시리즈를 지탱하는 액션은 근접 무술인 주짓수와 원격 무기인 총을 하나로 접목시킨 활극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스피디한 템포와 둔탁한 총격이 어우러져 현란하면서 강력한 살상력을 느끼게 하는 액션이다.

1편의 채드 스타헬스키와 데이빗 레이치는 둘 다 액션 코디네이터였다. 무술감독으로 직접 몸으로 액션을 디자인한 액션 장인들이다. 그들의 액션은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미적 감각이 더해져 관객에게 긴박감을 선사했다.

4편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온갖 살상무기가 다 동원된다. 권총, 일본도, 활, 쌍절곤에 방탄복 재단사의 신제품을 입고, 무기 소믈리에가 권하는 총을 들고 세계의 각 도시를 뒤집어 놓는다.

영화 '존 윅4'의 한 장면.
영화 '존 윅4'의 한 장면.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엉성한 서사로 실망스러웠던 3편을 의식한 듯 과감히 서사를 줄이고, 액션에 공을 들였다. 이소룡의 '사망유희'처럼 도시마다 펼쳐지는 액션의 강도를 더하면서 뒤로 갈수록 새롭고 세련된 액션을 선보인다.

특히 파리 개선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카체이싱과 접목된 액션은 관객을 도로 한복판에 몰아넣는 짜릿함을 준다. 감독과 제작진은 이 장면을 위해 9개월간 공을 들였다고 한다. 그리고 파리 사크레쾨르 성당을 향한 222계단 액션신은 타임라인까지 걸어 액션의 긴박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사크레쾨르 성당이 파리 시가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몽마르트 언덕에 위치해 있어 일출과 함께 펼쳐지는 마지막 결전을 더욱 드라마틱하고 장엄함마저 느끼게 한다.

파리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난투장면도 신선하다. 천정에서 내려다보는 오버헤드 프레임으로 촬영해 마치 게임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다. 이곳에서 존 윅이 사용하는 불을 뿜는 총기 또한 샷건에 화염 효과를 줘 후련함을 더한다.

장면마다 액션 장인들이 만들어내는 한땀 한땀의 공이 느껴진다. 견자단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뻔한 동양무술이 가미될 것 같아 우려했지만, 이 또한 키아누 리브스와 대립과 병행을 이어가며 색다른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영화 '존 윅4'의 한 장면.
영화 '존 윅4'의 한 장면.

유일하게 늘어지는 것이 초반에 등장하는 오사카 콘티넨탈 호텔 장면이다. 일본 도쿄 국립 신미술관의 외관에 네온사인을 입혀 일본풍에 사이버펑크한 분위기를 자아내려 했지만 참신하지도 않고, 액션 또한 뻔했다. 방탄 갑옷을 입은 닌자들의 난입, 총과 일본도가 난무하는 장면은 일본 판타지 활극을 보는 듯 했다. 그나마 새로웠다면 활의 등장인데 짧은 거리에서 쏘는 활이 한국의 전통 각궁이다. 1965년 발매된 'Nowhere to run' 등 OST도 귀에 쏙 들어온다.

'존 윅' 시리즈를 버티게 하는 것은 키아누 리브스다. 그는 장발에 검은 슈트를 입고 말없이 자신을 지켜나간다. 혼자 싸우며 살아가는 것이 남성미의 표본임을 직접 온몸으로 보여준다. 3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 동안 380단어 밖에 사용하지 않았다니 참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존 윅이다.

긴 엔드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후 쿠키 영상이 하나 나온다. 놓치지 말고 보시길. 169분. 청소년관람불가.

김중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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