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119구급대 폭행 없는 대한민국이 되길

포항북부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박상우 소방교

포항북부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박상우 소방교
포항북부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박상우 소방교

국민들에게 가장 신뢰받고 친근한 존재로 인식되는 소방공무원.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해 가장 먼저 나서는 소방관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 활동하는 119구급대원에 대한 폭언 및 폭행피해 사례가 해마다 지속되고 있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119구급대원이 구급 현장에서 폭행당하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포항북부소방서 역시 2021년 3월 소속 구급대원이 만취 상태의 시민을 귀가시키기 위해 가족과 연락하는 과정에서 욕설과 함께 우측머리와 목덜미 등을 가격당해 해당 가해자가 검찰로 사건 송치된 적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구급대원 폭행 피해사례는 총 1천313건으로, 이 가운데 90% 정도가 주취자에게 폭행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급대원을 때려도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주장하면 감형이 되다 보니 구급대원 폭행사고 가운데 실제로 구속으로 이어진 경우는 3%에 불과하다. 폭행사범 대부분이 벌금을 내는 데 그치거나 '혐의 없음' 또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다.

소방기본법 제50조와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제28조에 따르면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폭행 또는 협박을 행사해 화재진압·인명구조 또는 구급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징역 이상의 처벌을 선고받은 사례가 드물다 보니 폭행 피해 사례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구급대원 폭행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급대원 폭행 처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도 '소방공무원을 폭행하면 안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지 않는 한 관련 사건은 지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소방청은 구급대원에 대한 폭행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구급 신고접수 단계부터 환자의 주취 상태를 확인하고 폭력·범죄경력 등 위협 요인이 인지되는 경우에는 경찰에 공동대응을 요청하거나 지원차량을 동시 출동시키고 있다. 포항북부소방서도 '폭행은 범죄행위, 119구급대원은 당신의 가족입니다'라는 슬로건으로 배너를 제작, 구급차에 부착해 홍보를 진행중이고, 구급차 실내·외에 영상이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중이다. 이외에도 안전모, 웨어러블 캠 등 보호장비 보급을 확대해 구급대원 보호에 힘쓰고 있다.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한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잡을 때 비로소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가 될 수 있다. 부디 구급대원에 대한 폭언과 폭행이 중대 범죄임을 인식하고, 폭행없는 현장활동을 통해 양질의 구급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함께 힘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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