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각선 횡단보도라는 게 있다고요?"
지난 17일 오후 3시 대구 달서구 본리초 인근 사거리. 난생처음 대각선 횡단보도를 마주한 시각장애인 최지현(29) 씨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구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며 자주 다니는 길은 혼자서도 무리 없이 다니는 그였지만 6개의 횡단보도를 통해 네 방향 어디든 한 번에 갈 수 있는 교차로는 이해조차 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이날 최 씨는 근로지원인의 도움을 받아 직선 횡단보도 4개, 대각선 횡단보도 2개를 한번씩 걸어보고 나서야 혼자서 대각선 횡단보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네 방향에서 보행자가 교차하는 가운데 지점에서 혼잡도는 극에 달했다.
교차지점에서 자전거를 탄 보행자와 뛰어가는 아이들과 부딪힐 뻔한 최 씨는 "앞으로만 가면 되는 기존 횡단보도와 달리 걸어가기가 더 어렵다"며 "원래대로 신호 2번에 걸쳐서 목적지에 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보행자 편의를 위해 도입된 대각선 횡단보도가 시각장애인들의 보행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에게 필수적인 점자블록을 갖추지 않은 곳이 많았고, 음향신호기도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에는 모두 75곳의 대각선 횡단보도가 운영 중이다. 지난 2020년 48곳이었던 대각선 횡단보도는 2021년 61곳, 지난해 70곳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문제는 시각장애인에게 필수적인 점자블록과 음향신호기 등이 대각선 횡단보도에선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최 씨는 "대각선 횡단보도는 여러 방향에서 음향신호기가 한 번에 켜지기 때문에 소리를 따라가기 더 힘들다"며 "대각선 횡단보도 양 끝에 점자블록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횡단보도 앞에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블록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설치할 의무가 있는 지자체는 예산 등을 문제로 설치를 미루고 있다. 달서구 관계자는 "기존 횡단보도에 점자블록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횡단보도 이용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대각선 횡단보도에는 올해 중으로 점자블록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각종 시설이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석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 횡단보도만 인지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은 네 방향으로 교차하는 형태가 적응하기 힘들다"며 "비장애인의 시각뿐 아니라 장애인의 시각으로 교통체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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