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등 고전 걸작, 극장에서 볼 기회!

자전거 도둑,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블레이드 러너:파이널 컷
고전 걸작 세 편 극장 재개봉

'자전거 도둑'의 한 장면.
'자전거 도둑'의 한 장면.

이번 주 고전 걸작 세 편이 극장가에 재개봉했다.

네오 리얼리즘의 거장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1948)과 SF 영화의 마스터피스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저주 받은 걸작의 대명사 '블레이드 러너:파이널 컷'(1982)이 스크린에 걸렸다. 영화를 논할 때 항상 언급되는 영화들로, 고전의 향기가 그립다면 극장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전거 도둑'은 전후 이탈리아 사람들의 궁핍한 생활과 그 속에 남아 있는 따뜻한 가족애를 그린 작품이다. 오랫동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거리를 배회하는 안토니오(람베르트 마지오라니)가 우연히 직업소개소를 통해 벽보 붙이는 일을 맡는다. 아내 마리아(리아넬라 카렐)는 남편을 위해 침대 시트를 전당포에 맡기고 자전거를 구입한다. 드디어 일자리가 생긴 아버지를 위해 아들 브로노(엔조 스타이올라)도 따라 나선다. 그러나 벽보를 붙이는 사이 도둑이 자전거를 훔쳐 달아나 버린다.

영화는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찾아 로마 도심을 배회하는 안토니오의 간절함과 안타까움을 담고 있다.

1947년 루이지 바르톨리니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2차 대전 후 이탈리아를 사실적으로 그려 아카데미 명예 작품상,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등 여러 상을 받은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의 대표작이다.

네오 리얼리즘은 파시스트 정권의 예술적 억압에 대한 반항으로 생긴 사실주의 영화운동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은 미국 영화들과 달리 철저히 현실적인 사회문제를 다뤘다. 스튜디오가 아닌 야외에서 자연광만 사용해 촬영했으며, 편집에서도 기교 없이 시간의 순서대로 진실을 담담하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비전문 배우를 기용해 현장성을 강조했는데, '자전거 도둑'의 아버지 역의 람베르트 마지오라니는 철공소 노동자이며, 아들 역의 엔조 스타이올라는 거리의 부랑아 신문배달부였고, 아내 역의 리아넬라 카렐은 기자였다.

'자전거 도둑'은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 영화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다. 89분. 12세 이상 관람가.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한 장면.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아서 C. 클라크가 쓴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SF 영화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개봉 55주년을 맞아 재개봉했다.

이 영화는 오락영화라는 꼬리표가 붙는 SF영화의 고정관념을 깨며 철학적이며 심오한 주제로 관객을 놀라게 한 작품이다. 기원 전 200만 년 전에서 시작해 미래로 건너뛰어 인류에게 문명을 전해 준 검은 돌기둥 모노리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목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니체의 철학적 사상을 바탕으로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 등이 영화 속에 녹아 있다. 인류가 도구를 쓰기 시작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여러 영화에서 패러디되기도 했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에비리씽 에비르웨어 올 앳 원스'도 그 중 하나. 우주선 안을 비추며 흐르는 오스트리아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작곡한 왈츠곡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또한 인상적이다. 149분. 12세 이상 관람가.

'블레이드 러너:파이널 컷'의 한 장면.
'블레이드 러너:파이널 컷'의 한 장면.

해리슨 포드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블레이드 러너:파이널 컷'은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를 원작으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했다. 198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이티(ET)'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한 SF영화이다. 이후 이 영화의 진가를 확인한 열광적인 팬들에 의해 '저주 받은 걸작'으로 불리고 있다.

먼 미래 LA는 식민지 이주가 본격화되면서 버려진 도시가 된다. 식민행성에서 복제인간들이 탈출해 지구로 잠입한다. 이들을 검거하는 경찰을 뜻하는 블레이드 러너 데커트(해리슨 포드)가 이들을 색출하기 위해 투입된다.

인간과 흡사하지만 수명이 제한된 복제인간 레플리컨트를 통해 과연 인간다움이란 무엇이며, 나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인조인간으로 기억과 생명에 대한 성찰도 하게 한다.

먼 미래가 우리에게는 이미 지나버린 2019년이다. 데커드를 구하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장렬하게 최후를 맞는 인조인간 로이 역을 맡은 배우 룻거 하우어가 2019년 세상을 떠난 것도 공교롭다. 늘 회자되는 영화인만큼 극장에서 관람했다는 경험 또한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117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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