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한국 휩쓰는 애니메이션 열풍, 어린이날이 부채질 할까?

‘스즈메의 문단속’ 500만 돌파
짱구 극장판, 슈퍼마리오 이어
픽사·디즈니 애니 개봉도 예고
한국 영화 위기 그림자 짙어질 듯

스즈메의 문단속
스즈메의 문단속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이 어린이날을 맞아 더욱 드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8일 개봉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이 500만 관객(5월 1일 현재 515만명)을 넘겼다. 개봉한 지 두 달이 됐지만 여전히 주말에는 5만 여명을 동원하며 롱런하고 있다. 이는 '겨울왕국2'(1천375만명), '겨울왕국'(1천30만명)에 이어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흥행 3위의 기록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도 460만명을 동원했다.

4일에는 어린이날을 맞아 인기 애니메이션 짱구까지 가세했다.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동물소환 닌자 배꼽수비대'는 '짱구는 못말려'의 30번째 극장판이다. 이번에는 짱구가 닌자 가문의 후계자라는 설정이다.

지난달 26일에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까지 개봉해 모처럼 기대를 모은 한국영화 '드림'을 주저앉게 만들었다. '드림'은 '극한직업'(2018)의 이병헌 감독이 박서준과 아이유를 캐스팅한 영화로 박스 오피스 1위로 스타트를 끊었지만, 개봉 1주일의 성적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의 3분의 2 정도.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일본의 게임 제작업체 닌텐도가 1985년 개발한 게임을 미국에서 애니메이션화한 영화다. 미국과 일본의 공세에 한국이 기를 못 펴는 형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스즈메의 문단속'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너의 이름은'(2016), '날씨의 아이'(2019) 등을 통해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3D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대세가 된 현재에도 전통적인 작화기법으로 애니메이션의 질감과 느낌을 수채화처럼 밝고 맑게 그려내 각광을 받고 있다.

그는 500만 관객을 돌파한 후 한국을 방문해 "나도 왜 이렇게 한국 젊은이들이 이 영화를 보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한국 관객의 열광을 놀라워했다.

일본은 애니메이션 강국이며, 이는 일본 흥행 탑 10이 대부분 애니메이션이거나, 만화의 실사 영화, 만화 같은 판타지영화가 차지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그만큼 문화적 토대가 받쳐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한국 극장가의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점잖은(?) 인사처럼 낯설다. 입장료 인상에 대한 부정적 요소에 한국영화에 대한 실망감 등도 작용했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 한국영화는 짜릿한 질주를 경험했다. 한국영화 점유율이 50%를 넘기면서 웬만한 영화는 대부분 100만 명을 넘겼다.

한국 영화산업의 특징이 수직계열화다. 2013년 이후 국내 상영시장의 95% 이상을 세 개의 대기업이 주물렀다. 제작사가 배급과 극장업까지 겸하면서 벌어진 독과점이다. 활황기에는 시장의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

그 우려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도래한 것이다. 안일한 제작 시스템, 긴장을 놓친 콘텐츠 창작자, 관객의 흐름을 놓친 흥행 마케팅 등의 문제점들이 동시에 드러난 것이다.

한국 애니메이션 또한 마찬가지다. 창작자의 수준도 높고, 작화 시스템도 우수하지만 이를 블렌딩할 제작 여건이 따라주지 않고 있다. 신파라는 양념만 치면 손쉬운 흥행을 얻는데, 굳이 품이 많이 드는 애니메이션에 투자할까. 독과점으로 부를 쌓은 이들에게 무리일 것이다.

엘리멘탈
엘리멘탈
위시
위시

그것이 현재 일본과 미국 애니메이션의 공습(?)에 한국영화의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 달 픽사의 '엘리멘탈'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그 그림자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달 말 제76회 칸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엘리멘탈'은 물, 불, 땅, 공기 등 세상을 이루고 있는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불의 캐릭터 앰버와 물의 캐릭터 웨이드의 우정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기쁨, 슬픔 등의 감정을 의인화해서 국내에서만 497만 관객을 모았던 '인사이드 아웃'의 기발한 발상이 연상되는 작품이다.

하반기에는 월트디즈니가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위시'까지 공개된다. '위시'는 어린 소녀의 기도에 답하기 위해 말썽쟁이 별이 하늘에서 떨어져 소녀와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는 그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크리스 벅이 연출을 맡아 또다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위력을 실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중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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