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포항시 남구 대송면 주민들이 8개월째 마을과 논밭을 잇는 교량이 끊어져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은 교량 복구 전 임시통행을 위한 가교 설치를 꾸준히 요구해 왔지만, 절차와 예산확보 등을 이유로 늦어지면서 올해 농사 걱정에 한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포항시 남구 대송면 제내리 인근은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때 마을 바로 앞 칠성천이 범람해 사람 키만큼 물이 차는 등 쑥대밭이 됐던 곳이다.
마을을 덮친 물난리에 바로 옆 논밭들도 무사할리 없다. 흙탕물에 뒤덮인 논밭을 정리하려면 농기계가 수시로 들락거리며 땅을 갈아엎어야 한다.
그러나 정작 마을에서 논밭까지 농기계를 가져가는 길이 쉽지 않다. 칠성천을 사이에 두고 마을과 논밭을 잇는 유일한 통로인 '남성교'가 불어난 물에 교각이 기울어지며 사람과 이륜차 외에는 통행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별 수 없이 남쪽이나 북쪽으로 약 2㎞(남성교 기준) 떨어진 우회도로를 이용해야 하지만, 통행신호도 없고 우회도로가 산업도로처럼 폭이 넓은 도로인 탓에 역주행하는 농기계와 차량이 교차하는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때문에 주민들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가교(임시 다리) 설치를 경북도와 포항시에 요청해 왔지만, 정작 가교는 8개월여가 지난 오는 25일쯤에나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주민들의 요구와 달리 칠성천 복구계획을 추진 중인 경북도와 포항시가 올해 초중순으로 예정됐던 해당 사업에 남성교 재건축 및 가교 설립을 함께 포함시키면서 절차상 시일이 늦어진 탓이다.
9일 포항시에 따르면 남성교는 지난해 11월 예산 1억2천400만원의 예산이 확보되면서 12월~4월 간 안전진단이 실시됐다. 당초 남성교의 파손 부분을 수리해 기존 시설을 살릴 계획이었으나 정작 안전진단에서 교각이 기울어진 사실이 발견되며 아예 사용제한 결정이 내려졌다.
그제야 주민 통행을 위한 가교 설치가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고, 이달쯤 칠성천 복구업체 입찰을 추진하기로 했던 경북도는 우선 포항시가 임시 예산을 투입해 가교 설치를 시작하면 칠성천 복구사업이 시작될 때 경북도가 해당 사업을 이관받아 마무리 짓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교 설치를 추진하는 주무부서가 마땅히 없어 지자체 간 업무협의로 시간이 더욱 늦어지자 결국 포항시 남구청이 도로복구예산 2천여만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하며 겨우 공사가 시작되게 됐다.
이처럼 가교 설치가 늦어지며 주민들은 겨울철 밭농사는 물론, 모내기 등 농번기를 모두 망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최해곤 포항시의회 의원은 "말이 좋아 업무협의지 주민들이 그토록 가교 설치를 요구했는데도 서로 핑퐁게임으로 눈치만 보다가 불편을 떠넘긴 것 아니냐"면서 "절차도 중요하지만, 태풍으로 삶의 터전을 모두 빼앗긴 주민들이 더이상 고통을 받지 않도록 적극 행정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