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조교제'로 9억 받은 여성…법원 "증여세 5억 내라"

미성년자 때부터 '원조교제'를 해온 상대에게 약 9억원을 받은 30대 여성이 "5억원의 증여세 부과를 취소해달라"며 세무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신명희)는 A씨(37)가 서울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고등학생이던 2004년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30대 남성 B씨를 만났고, 성적인 관계를 맺었다. 전업 주식투자자이던 B씨는 이후 7년여간 거액의 경제적 지원을 했고, A씨의 증권계좌를 대신 관리하며 주식거래까지 해줬다.

하지만 두 사람이 관계가 파경을 맞 B씨는 A씨를 상대로 "7억원을 빌려가 갚지 않았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또 "A씨에게 속아 7억원을 뜯겼다"며 사기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A씨는 "2억원은 B씨가 '주식투자 대금으로 쓰라'며 준 것이고, 5억원은 당시 한달가량 연락을 끊은 뒤 나타나 '다른 청소년을 성매수해 교도소에 들어가 있었다'며 사죄의 의미로 준 것"이라고 맞섰다.

B씨가 제기한 소송은 A씨의 승리로 끝났다. 법원은 "약 10년간 돈을 갚으라고 독촉하지 않았다. 이는 A씨와 관계를 이어가려고 줬던 돈"이라며 B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사기 사건과 관련해 검찰도 A씨에게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소송에서 펼친 A씨의 논리가 자신의 발목을 잡았다.

2019년 A씨에게 수천만 원대의 이자 소득이 있는 걸 의아하게 여긴 세무당국은 자금 출처 조사에 들어갔고, 자금 출처를 조사한 결과 A씨가 2006~2012년 B씨로부터 73회에 걸쳐 총 9억3천여만원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2020년 5월 5억3천87만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B씨로부터 받은 돈은 조건만남의 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대가성이 있다"며 "그중 5억원은 2008년 B씨가 미성년자 성매매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후 합의금 내지 위자료 명목으로 준 것이라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대가성이 있거나, 합의금의 경우는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거 B씨가 A씨를 상대로 제기한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A씨가 "B씨에게서 2007년 '주식투자 대금으로 쓰라'고 2억원을 받았다" "B씨가 연인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기각하며 "A씨가 민사소송에서 2억원이 B씨가 주식투자 대금 명목에서 지급한 금전이라 주장했는데, 이는 증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5억원의 성격이 합의금이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위자료 명목으로 5억원의 거액을 지급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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