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릉공항 짧은 활주로에도 제트엔진 여객기 뜰 수 있다는 것 증명돼"

15일 브라질 엠브레어사 E190-E2 시범 운행 성공…국제선 도전도 가능해져
경북도 "항공산업 도전 시작의 날", 엠브레어 "윈-윈 협력 관계 발전 기대"

15일 경북 포항경주공항에서 출발한 브라질 엠브레어 제트 여객기가 울릉도 상공을 선회하는 시범 비행을 하고 있다. 창밖을 통해 바라본 울릉군 일대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5일 경북 포항경주공항에서 출발한 브라질 엠브레어 제트 여객기가 울릉도 상공을 선회하는 시범 비행을 하고 있다. 창밖을 통해 바라본 울릉군 일대 모습.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5일 오후 1시 40분쯤 브라질 엠브레어사의 최신형 소형 여객기 'E190-E2'가 포항~울릉 무착륙 시범 운항을 마치고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포항경주공항 활주로에 착륙하자 여객기 안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1천200m의 짧은 활주로 구간 안에 이·착륙해야 한다는 설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데서 나온 탄성이었다. 여객기 바퀴가 활주로에 닿은 뒤 속도가 제어 가능하도록 줄어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20초도 되지 않았다.

여객기에는 기자를 포함해 임시 탑승권을 발급받은 80명이 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마틴 홈즈 엠브레어 총괄부사장, 마시아 도너 주한 브라질 대사, 남한권 울릉군수 등 주요 행사 참석자도 함께 탑승해 운항 결과를 몸소 체험했다.

이 여객기의 실제 탑승 인원은 원래 114명인데, 국내 여객기 운항 기준에 맞추느라 탑승 인원을 80명으로 줄였다. 아직 국내 여객기 기준 상 지역항공사가 띄울 수 있는 항공기는 50인승 소형 여객기지만, 최근 국토교통부가 이 기준을 80인승으로 완화하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이번 행사가 성사됐다고 경북도는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 활주로 이·착륙 구간이 제한된 것은 현재 건설 중인 울릉공항의 활주로 길이가 1천200m이기 때문이다. 짧은 활주로여서 제트 엔진 여객기가 뜨지 못한다는 비관 여론이 그동안 많았기에 이번 시범 비행 성공은 의미가 깊다.

특히 누구보다 기쁜 곳은 울릉군이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이 여객기가 실제로 울릉에 뜬다면 국제선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울릉을 세계 속에 내놓을 준비를 잘하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15일 경북 포항경주공항에서 울릉도까지 시범 비행에 나선 엠브레어 제트 여객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5일 경북 포항경주공항에서 울릉도까지 시범 비행에 나선 엠브레어 제트 여객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한번 주유 시 E190-E2의 운항거리는 6시간에 달한다. 울릉공항에 급유시설이 갖춰질 경우 일본, 러시아, 중국 등에 항공기를 띄울 수 있어 울릉군의 꿈이 불가능하지 않다.

현재 울릉공항은 30%의 공사율을 보이고 있으며, 빠르면 2026년 전반기 완공될 전망이다.

경북도는 이번 행사에서 엠브레어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항공산업에도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오늘은 경북도가 항공산업을 시작하는 날"이라며 "국가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공항을 활성화하고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판을 바꿀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엠브레어와의 협력을 계기로 글로벌 항공 기업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새로운 항공산업을 육성해 대구경북신공항을 한국 항공물류의 허브로 성장시키고 포항경주공항, 울릉공항을 세계적인 관광공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양측은 ▷항공사업 홍보활동 ▷항공산업 관련 정보·컨설팅 및 자문 ▷경북도 내 항공산업 정비 및 훈련지원시설 건립·개발 등에 상호협력하기로 하는 양해각서를 이날 체결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경북도는 앞으로 지역항공사를 설립할 경우 엠브레어사 항공기 운항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와 홈즈 엠브레어 총괄 부사장이 15일 경북 포항경주공항에서 열린
이철우 경상북도지사와 홈즈 엠브레어 총괄 부사장이 15일 경북 포항경주공항에서 열린 '항공사업 협력 업무협약식'에서 협약서에 사인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번 행사는 엠브레어사 측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엠브레어사는 세계 3대 항공기 제작사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항공 수요가 상당한 한국에선 항공기를 띄우지 못하고 있다.

과거 양양 등 지역 항공사에서 항공기 도입이 추진됐지만 노후·단종된 여객기를 도입하려고 하는 등 문제로 성사되지 않았다.

동북아시아에서도 일본이 엠브레어 여객기를 운항 중이지만, 'E1909-E2'보다는 구형이다.

이 때문에 현재 엠브레어사는 한국 시장 진출에 목마른 상황이다.

마틴 홈즈 엠브레어 총괄부사장은 "1969년 설립 이래 엠브레어는 지난 50년간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혁신을 바탕으로 세계 3대 항공기 제작사로 성장했다"며 "경북도와 향후 많은 분야에서 윈-윈(win-win) 할 수 있는 협력 관계로 발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5일 경북 포항경주공항에서 울릉도 까지 시범 비행에서 나선 엠브레어 제트 여객기에서 승무원들이 기내식을 배부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5일 경북 포항경주공항에서 울릉도 까지 시범 비행에서 나선 엠브레어 제트 여객기에서 승무원들이 기내식을 배부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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