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피 흥건한데 구호 외면"…인천 흉기난동 피해 가족 호소

피해 여성 남편 "경찰, 바닥 피 밟지 않으려 피했다…아내 데려가달라는 요청도 안 들어줘"

사건 당시 경찰관을 밀치고 올라가는
사건 당시 경찰관을 밀치고 올라가는 '흉기난동' 피해자 40대 여성의 남편. 피해자 측 가족 제공. 연합뉴스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부실 대응 논란을 낳은 경찰관이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자 피해자 가족들은 오열하며 엄벌을 촉구했다.

인천지법 형사17단독 이주영 판사는 15일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A(49·남) 전 경위와 B(25·여) 전 순경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사건 피해자 가족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가해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다쳐 뇌수술을 받은 피해자 40대 여성의 남편 C씨는 법정에서 "사건 당시 탈진해서 (아내를 병원에 데리고 가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관들은 바로 조치하지 않았다"며 "그때만 데리고 갔어도 뇌는 다치지 않았을 텐데 안타깝고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C씨는 "경찰관들이 밖에 있는 사이 제가 칼등으로 범인을 기절시켜 제압했더니 뒤늦게 경찰관들이 올라왔다"며 "그런데 경찰관들은 범인을 데리고 내려가면서 바닥에 흥건한 피도 밟지 않으려고 피했고 아내를 같이 데려가달라는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때만 아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더라면 심정지도 없었을 것이고 뇌가 괴사하는 일도 없이 지금 쯤이면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C씨는 또 당시 사건으로 딸도 얼굴에 흉터가 생겼으며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등 사건 이후 집안이 아수라장이 됐다고 호소했다.

그는 "(현장에 있었던) 저희 딸은 아내가 범인에게 칼을 맞고 쓰러지는 걸 바로 앞에서 목격했다"며 "범인이 칼을 찌르는 것을 손으로 막고 대치하다가 얼굴에 상처를 심하게 입었으며 성형외과 교수는 상처가 영원히 남을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심한 트라우마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술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한다"며 "대학병원에서도 딸에게 정신과 병동에서 치료받는 게 어떻겠냐고 말을 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비겁한 경찰들이 조직에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법이 허락하는 최고의 형을 내려주셔서 가족이 조금이나마 위안받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선 공판에서 A씨 측 법률대리인은 "빌라 밖으로 나갔을 때 A씨는 안에서 벌어진 일을 알 수 없었다"며 "법리적으로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같은 경찰서 소속 B 전 순경은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A 전 경위와 B 전 순경은 지난 2021년 11월 15일 인천시 남동구 빌라에서 발생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 출동해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A씨 등은 층간소음 피해 112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했음에도 현장을 이탈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당시 빌라 4층에 살던 D(50·남) 씨는 3층 거주자인 4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A씨 등은 삼단봉, 테이저건, 방법 장갑 등을 갖고 있었음에도 범행을 제 때 제지하지 않거나 현장을 이탈했고, 피해 여성은 흉기에 목을 찔려 뇌수술을 받았다.

사건 발생 후 A 전 경위와 B 전 순경은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해임됐으며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D씨는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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