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가 들어오는 입지는 여러 유형이 있다. 대개는 있던 건물을 임대해 내부를 꾸미거나 넓은 대지를 확보했다면 건물을 지어 건축미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유형들 중 있던 건물 전체를 카페 용도에 맞게 뜯어고치는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찾은 카페는 적어도 대구경북지역 내에서는 굉장히 독특한 리모델링을 거친 카페다.
경북 포항시 북구 신광면에 위치한 '세븐데이즈어위크'는 문을 연 지 약 3년 된 카페다. 포항 시내에서 40분 이상 가야하는 조용한 시골 마을 어귀에 있는 카페라 찾아가려면 자동차는 필수다. 드라이브를 염두에 두고 나선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는 곳이다.

◆ 온천이 미국 휴게소 느낌의 카페로
방문을 위해 포털사이트 검색에서 나온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봤다. 전화기 너머 "안녕하세요, 신광온천입니다…"라는 자동안내 목소리가 나왔다. 알고보니 이 곳은 과거 지역민들이 자주 찾던 온천 목욕탕이었다. 물이 좋아 포항 뿐만 아니라 경주나 심지어 대구에서까지 찾는 손님이 있었을 정도로 아는 사람은 아는, 나름 알려진 온천 목욕탕이었다.
그런데 이 곳이 지금은 카페로 변했다. 이렇게 된 건 코로나19 때문이었다. 카페 사장인 김민경 대표는 "원래는 아버지가 1995년부터 운영하시던 온천 목욕탕이었는데 코로나19 이후 목욕탕을 찾는 손님이 너무 많이 줄었다"며 "코로나19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상황에서 뭐라도 해야겠기에 아버지를 설득해서 온천 건물의 일부를 카페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개점 초기에는 목욕탕으로 알던 동네 주민들이 목욕바구니를 들고 카페를 찾았다가 깜짝 놀라서 돌아가기도 했다고.

연노랑빛 건물과 주차장 한 쪽 귀퉁이에 서 있는 간판이 마치 경북 포항이 아니라 미국 어딘가를 연상케 한다. 내부 인테리어도 마찬가지. 주문하는 곳 위에 있는 간판의 글자나 벽 군데군데 붙어있는 포스터 등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에서 간혹 보여지는 미국 고속도로의 휴게소같은 느낌을 준다.
김 대표는 "주변에 자동차를 두고 쉬어갈 만한 곳이 딱히 없는데 마치 한참 달려야 휴게소가 나오는 미국 고속도로의 모습과 같아 보였다"며 "그래서 미국 휴게소 느낌으로 만들었는데 찾아오는 손님들도 '왠지 카페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카페가 있어 새롭다'고 말씀을 많이 하신다"고 말했다.

◆ 마을의 농산물이 카페 메뉴로
'세븐데이즈어위크'의 메뉴를 살펴보면 사과를 이용한 메뉴가 눈에 띈다. 애플유자차나 애플유자에이드는 말 그대로 사과와 유자를 청으로 만들어 이를 따뜻한 차로, 혹은 탄산수와 섞어서 시원한 음료로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사과를 이용한 메뉴가 많은 이유는 신광면에서 사과 농사를 많이 짓기 때문이다. 김민경 대표는 "사과로 유명한 지역들 못지 않게 신광면의 사과가 굉장히 맛이 좋다"며 "이를 이용해서 몇 가지 메뉴를 만들어봤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신광면이 자랑하는 사과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메뉴가 있다면 단연 동네 이름을 딴 '신광 주스'를 추천할 만하다. 신광면에서 생산된 사과를 착즙해 만든 주스로 마셔보면 사과의 신선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주스 위에 아주 조그만 사과가 동동 떠 있어 귀엽기까지 한데 주스 속에는 코코넛 젤리까지 더해 씹는 맛도 즐길 수 있어 재미가 배가된다. 가족과 함께 카페를 찾았다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다.

커피 메뉴 중에 '어위크슈페너'라는 음료도 꽤나 독특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아인슈페너에 견과류의 맛을 더했다. "크림을 숟가락으로 떠서 먹어본 다음에 마지막에 커피와 남은 크림들을 함께 마시면 된다"고 해서 크림을 한 숟갈 떠 먹어봤다. 크림의 부드러움 뒤에 땅콩버터의 고소한 맛이 같이 느껴졌다. 성급하게 휘저어버리면 견과류의 고소함이 커피 향에 묻히기 때문에 떠서 먹다가 마지막에는 굳이 섞지 말고 천천히 마시다보면 견과류의 고소함을 끝까지 즐길 수 있다.

◆ 동네 사람들을 위한 메뉴도
주변에 커피를 즐길 만한 곳이나 약속 잡을 만한 장소가 없다 보니 '세븐데이즈어위크'가 동네 사람들의 '만남의 광장' 역할도 겸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커피보다 다른 따뜻한 차를 찾는 손님들도 꽤 있어서 메뉴에 생강차와 생강 라떼, 단팥 말차 라떼도 추가했다. 생강 라떼가 동네 주민들로부터 괜찮은 반응을 보인 가운데 동네 어르신들의 마음을 저격한 메뉴가 있다. 바로 '너의 이름은 라떼'다.

일반적인 카페라떼도 있지만 '너의 이름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는 라떼 아트를 이용해 이름을 써 주기 때문이다. 이름 두 글자를 라떼 아트로 만든 하트 위에 새겨주는데 이게 반응이 좋다고 한다. 김 대표는 "어르신 손님들이 주문하신 뒤에 커피를 받아들면 정말 좋아하시더라"고 말했다.
베이커리류의 경우 종류는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 출시한 '네모 치즈케이크'는 우리가 알던 치즈케이크와 다른 점이 있다. 처음에 먹다 보면 달콤한데 익숙한 듯한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그 이유는 바로 케이크 밑바닥이 팥 앙금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치즈케이크가 딱딱한 느낌의 시트를 바닥으로 쓰는 것과 달리 팥 앙금 위에 치즈케이크가 올라가 있어 익숙한 듯 독특한 느낌의 식감과 달콤함을 준다. 치즈케이크가 생소한 어르신들도 익숙하게 즐길 만한 맛이다.

◆ 포토존에 애견동반 공간까지
'세븐데이즈어위크' 건물 내부에서 뒤쪽으로 나 있는 공간은 산책도 가능하며 포토존 역할도 한다. 건물 바깥 한 곳에는 캠핑카와 'SEVEN DAYS A WEEK'라고 영어로 씌여진 간판, 그리고 작은 테이블이 몇 개 놓여 있어 날이 좋다면 그 앞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소위 '인스타 각'이 나오는 곳이다.
그리고 반려동물을 함께 데려온 손님들을 위해 '애견동반 공간'도 만들어져 있다. 반려동물을 동반하지 않은 손님들과 구분하기 위해 따로 공간을 만들어놓았는데 그 공간도 넓어서 반려동물을 데려와도 충분히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세븐데이즈어위크'가 카페로 쓰고 있는 공간 중 아직 남탕 공간은 리모델링하지 않고 남겨놓고 있다. 예전 온천을 운영하던 김 대표의 아버지가 온천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컸기에 김 대표는 이 공간을 온천과 연계된 공간으로 만들어볼까 고민하고 있다. 온천과 관련된 박물관이나 전시장, 또는 온천을 테마로 한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금도 여러가지 메뉴를 두고 고민하고 계속 만들어나가고 있다"며 "카페 이름이 '일주일 내내'라는 뜻처럼 24시간은 아니더라도 매일 열려있는 곳이니 이 곳을 지나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찾아와서 커피와 음료를 즐기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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