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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북 최고령 검정고시 합격자 76세 김춘희 씨 "공부는 긴 인생 사는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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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은 삶의 활력소 건강까지 되찾아…공부는 사는 연습이라고 생각"
"세상이 불편하게 느껴져 시작 배우고 아는 것 생각보다 재미"
최근엔 컴퓨터 배우기에 도전 "마음 있다면 꼭 도전해 보세요"

2023년 제1회 고등학교 검정고시 경북 최고령 합격자 김춘희(76) 씨가 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해 작은 손 하트를 보냈다. 이화섭 기자.
2023년 제1회 고등학교 검정고시 경북 최고령 합격자 김춘희(76) 씨가 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해 작은 손 하트를 보냈다. 이화섭 기자.

'100세 시대'인 요즘, 젊어서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이 다시 공부에 도전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특히나 요즘은 평생교육체계가 잘 마련돼 있다 보니 여러 방면으로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이 본다. 하지만 '이 나이에…' 혹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려나…'라는 걱정에 지레 포기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이처럼 도전은 해 보고 싶지만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해 2023년 제1회 고등학교 검정고시에서 경북지역 최고령 합격자인 김춘희(76) 씨가 매일신문 지면을 빌어 응원을 전했다.

김 씨는 2016년 포항에 자리잡았다. 원래는 대구에 살고 있었지만 남편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요양을 위해 포항으로 이사왔다. 여느 사람들처럼 김 씨 부부도 먹고 살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일찍이 생업전선에 나서야 했기에 공부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다. 그런 김 씨가 공부를 해 보기로 결심한 건 어느 순간 바깥세상이 불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저는 초등학교만 나왔어요. 한글 읽는 건 가능했지요. 그런데 나이 들고 밖에 돌아다니려니 불편하더라고요. 길을 찾으려고 해도 간판에 영어가 많으니 읽을 줄 알아야 내가 어디쯤에 있다고 이야기라도 할텐데 그것도 안 되더라고요. 저야 한글을 아니 글이라도 읽어지는데 저희 부모님 세대는 글도 모르는 분들이 많았잖아요, 그 분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한 검정고시 공부로 김 씨는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아는 것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는 게 김 씨가 공부로 얻게 된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지난해 8월 중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한 뒤 공부에 박차를 가한 끝에 올해는 고등학교 검정고시까지 통과했다. 김 씨는 검정고시를 이처럼 빨리 할 수 있었던 이유로 '복습'을 들었다.

"학원 갔다가 시간이 빌 때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걸 머리로 계속 되짚어보고 따라해 봅니다. 그러면 확실하게 아는 건 계속 생각이 나거든요. 안 나는 건 다시 물어보면 되고요. 사실, 공부하는 사람이면 공책 한 권에 내용도 정리해보고 그래야 되는데 집에 집히는 메모지라던가 광고지 뒤에 빈 곳에다가 마구 써 보고 해서 따로 노트 정리 방법이라고 할 건 없었네요."

김 씨가 가장 좋아했던 과목은 과학과 수학. 젋은 사람들처럼 쉽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문제를 이런저런 방법으로 푸는 게 재미있어서 좋아했다. 반면 국어는 시간을 꽤 들여야 공부한 걸 잊어버리지 않게 되다보니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김 씨는 영어도 배우면서 하나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아직 길거리의 간판을 완벽하게 읽어내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공부가 삶의 활력소가 돼 더 건강을 찾게 된 김 씨의 또 다른 도전은 컴퓨터다. 최근 노트북 컴퓨터를 구하게 된 김 씨는 타자 연습과 컴퓨터 활용 방법을 배우는 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컴퓨터를 배우다 보면 겪게 되는 어깨 근육통도 경험하면서 '컴퓨터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 보자'는 마음으로 컴퓨터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김 씨는 공부를 해 보고 싶지만 도전을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조건 해 보라"고 말한다.

"주변에서 '공부 하니까 좋더냐'고 물어보면 저는 '무조건 좋으니 해 보라'고 말해요. 공부를 하고 나니 삶에 생기와 활력이 생기더라고요. 요즘처럼 좋은 세상에 공부만 하면 할 수 있는 게 엄청나게 많고, 긴 인생 살아가려면 공부해야 되고 공부는 사는 연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꼭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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