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67년 2월 해병대에 지원 입대했습니다. 군대에 몸을 담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나름 큰 뜻을 펼쳐보기 위해서였고,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1968년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침투 시도 당시 소탕 작전에 참여하는 등 대간첩작전에 수 차례 참가해 공적을 올리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1968년 9월 청룡부대원으로 베트남 파병 명령을 받게 됐고 3주간의 특수전 교육을 받은 뒤 저를 포함한 485명의 해병들은 베트남으로 떠났습니다.
베트남에 도착한 후 저는 7개월 동안 베트남의 '호이안'이라는 곳에서 적을 소탕하는 여러 작전과 전투에 참여했습니다. 특히 1969년 5월 5일~31일 펼쳐진 이른바 '승룡 11-31호 작전'은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전투일 듯합니다.
'승룡 11-31호 작전'은 호이안에서 남쪽으로 3㎞ 떨어진 지점에서 적의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는 작전이었습니다. 우리 부대는 모래사장과 논, 밭이 있는 개활지 건너편 밀림에 숨어있는 적을 소탕하기 위해 천천히 한 발짝, 한 발짝씩 전진중이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총소리가 났고 총알이 머리위로 날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적이 우리가 전진하는 모습을 본 것이겠지요.
정신없는 총격전이 진행됐고 주변이 조용해지자 우리 부대는 다시 정찰을 진행했고, 적이 공격해오던 지점에는 적의 시체 2구와 총기 등이 흩어져 있었습니다. 다행이 우리 부대는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우리 부대는 적이 다시 쳐들어올 것을 대비해 매복 작전에 들어갔습니다. 시간은 흘러 새벽 2시쯤 됐을까요, 우리가 매설해 놓은 조명지뢰가 터졌습니다. 적이 침입해오기 시작한 것이지요.
앞에서는 적 여러 명이 총을 쏘며 우리 부대로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우리 부대 또한 수류탄을 던지고 크레모아를 터트리는 등 맞대응했습니다. 그렇게 격전이 벌어졌고, 한동안 여기저기서 총 소리와 폭탄음이 귀를 찢어댈 듯 울렸습니다. 우리 부대는 적 수 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지만, 우리 부대의 전우도 몇 명 희생되고 말았습니다. 그 와중에 저 또한 왼쪽 어깨에 총상을 입고 후송되기도 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지금, 그 때의 전우들이 그립습니다. "100명의 베트콩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양민을 보호하라"는 지침을 철저히 지켜 베트남 현지 양민들의 피해를 거의 끼치지 않게 교육시켰던 중대장 한상희 대위님, 우리와 함께 전장을 누볐던 소대장 이상언 중위님, 소대 선임하사 이상우 중사님, 저와 함께 분대장을 하며 부대원들을 이끌고 돌봤던 정봉철, 이천의 하사, 선임조장이었던 전북 군산 출신 김재천 병장 등 혈맹의 전우들이 새록새록 기억납니다.
몇몇 분들은 살아계신 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70, 80대가 되어 노인이 됐거나 이미 고인이 됐을 테지요. 게다가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해진 당시 전사한 전우들도 생각이 많이 납니다.
시간은 흘러 2021년 4월부터 무공수훈자회 대구 동구지회장 직을 맡으면서 마지막 여생을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 당시 나와 함께 전장을 누볐던 전우들과 함께 이런 활동을 같이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올해 호국 보훈의 달은 6월 30일로 끝나지만 당시 자유를 위해 싸웠던 먼저 가신 전우들의 명복을 빌며 항상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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