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에서는 매년 2천명 이상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는 2천22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산재 사망자 수는 2021년 2천80명에서 오히려 더 늘었다.
세계실업㈜은 산업안전과 산업환경 분야에서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기업이다. 이대형 세계실업㈜ 대표는 전국 산업현장에 안전장비와 청소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안전과 관련된 일을 하는 만큼, 기업의 핵심 가치를 '인간 존중'에 두고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20년가량 대구 모 보육원을 정기 후원하고, 어린이날이면 '일일 아버지' 행사를 벌이는 등 나눔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사)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메인비즈) 대구경북연합회장도 맡고 있는 이 대표를 대구 검단공단 본사에서 만났다. 회의실에 들어서니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벽면에 붙은 빼곡한 글씨들은 무엇인가?
▶직원들이 직접 작성한 팀별 올해의 목표를 붙여놓은 것이다. 직원들이 매년 워크숍을 가는데, 팀별 과제를 토의하고 결과치를 지표화해 이렇게 정리한다. 사우회 차원에서 매년 자발적으로 워크숍을 통해 소통한다. 당사는 지난 1994년 설립 뒤 20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 30%에 달할 정도로 퇴사율이 낮다. 조직문화가 화합적이고 서로 챙겨주는 분위기가 세계실업의 큰 자산이자 장점이다.
-세계실업은 어떤 회사인가?
▶철강이나 조선 등 뿌리산업에 고소작업대, 청소장비, 안전장벽, 고압세척기, 냉난방기 등을 보급한다. 창업 당시에는 청소장비 판매업으로 시작했다. 이후 산업안전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국내 작업현장에 가 보면, 지게차와 사람의 동선이 구분되지 않는 곳이 허다하다. 선진국은 지게차 운전자가 졸더라도 라인을 넘어가지 않게끔 안전펜스를 설치한다. 우리는 조치를 잘한 곳조차 노란 테이프로 구역을 표시해 놓은 정도다. 국내 급격한 경제 성장 이면에는 등한시된 안전 의식이 있다. '산업현장 안전과 환경은 우리 손으로 해결하자'는 슬로건을 최대 미션으로 두고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창업 계기는 무엇인가?
▶스웨덴 일렉트로룩스 한국법인에 영업사원으로 취직해 근무했었다. 나름의 성과가 있었는지 관리직으로 발탁돼 일하던 중 임원이 홀로서기를 제안했다. 고민 끝에 회사를 나왔고 대출 2천만원과 퇴직금을 합해 초기자본을 마련했다. 초반에는 자본도 없고, 산업환경이 중요하지 않았던 때라 시장형성도 돼 있지 않았다. 현장에 청소차가 왜 필요한지도 몰랐던 때다. 갖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하드워커'라는 얘기가 있던데?
▶과거에 그랬지 지금은 그렇지 않다(웃음). 사업 초반에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었다. 새벽에 회사에 나와 밤늦게 집에 가고, 난로도 없이 연구하다 경비원이 생사를 확인하려 사무실에 들린 적도 있었다. 정말 열심히 노력해도 공정하지 못한 과정으로 주문을 받지 못하면,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애꿎은 벽을 내리치기도 했다. 김천 시골의 가난한 집 맏이로 자라 일에만 몰두했던 영향인 듯싶다. 이제는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목표로 성과를 공유하고,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돌아보는데 더욱 많은 시간을 쏟는다.

-세계실업이 제공하는 솔루션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철강이나 조선은 안전사고가 나면 사망 또는 중상인 경우가 많다. 세계실업은 그런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고소작업대 등 우수한 안전장비를 제공한다. 제품 공급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안전교육까지 제공한다. 장비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근로자 안전에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후년에는 더욱 발전한 산업안전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려 금호워터폴리스로 이전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근로자 안전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아직도 지게차에다가 나무 파레트를 올리고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사람이 올라가 작업하는 곳들이 있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으나 갈 길이 멀다. 기업들이 안전에 대한 투자를 늘려 재해율을 줄여나가야 한다. 근로자도 위험한 작업지시는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은 안전관리자의 권한이 크기 때문에 작업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대부분의 영세 사업장은 그럴 여건이 안 된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의견은?
▶본인도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이라 분명히 과한 측면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산업안전은 꼭 개선해야 하는 문제다. 매는 하루라도 빨리 맞는 것이 낫다. 한 명의 가장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면 그 가족들의 생계는 어떻게 책임지나. 사회가 근로자의 안전한 작업 여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어려운 점은 없는가?
▶직원들의 근속연수가 길지만, 갈수록 인재채용이 힘들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을 체감하고 있다. 두 번째는 자금 유동성이다. 중소기업은 정책자금 대출 등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한 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곳이 많다. 하루빨리 금리가 안정되고 원자재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 중소기업들의 경영에 숨통이 트이면 좋겠다.
-메인비즈는 어떤 단체인가?
▶이노비즈, 벤처기업과 함께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3대 혁신기업 인증단체 중 하나다. 제품이나 기술 중심의 기술혁신과는 다르게, 마케팅이나 조직혁신 등 비기술 분야 경영혁신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기업체를 경영하는 분들도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경영자적 판단이 아닌 즉흥적인 기분대로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이렇게 하면 기업이 잘 될 수 없기에, 메인비즈가 이런 기업을 지원해 한 단계 성장하도록 돕는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 중 메인비즈 인증기업은 0.28%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GDP는 13.8%에 이를 만큼 국가경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경영철학이 무엇인가?
▶위기에 대응하는 통찰력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사업을 하면서 IMF와 금융위기, 최근의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수많은 위기를 겪었다. 그럴 때마다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은 무엇인지, 해결책은 있는지, 실행 방안은 무엇인지 등 네 단계로 구분해 문제를 해결해 왔다. 경영자가 통찰력이 없으면 기업이 성장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배운다는 자세로 공부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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