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책토론회 청구인 명단 중 상당수 '가짜'…대구시 "수사 의뢰"

지난 4월 시민사회단체 7곳 정책토론 8건 무더기 청구…청구인 중 22%만 실제 참여
명의모용도 5건 확인돼…"소수 이익집단의 민주주의로 변질"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11일 기자 설명회를 열고
황순조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11일 기자 설명회를 열고 "시민단체들이 정책 토론을 청구하며 제출한 서명부 7천310명을 분석한 결과 실제 참여자는 1천635명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대구시 제공.

시민단체들이 정책토론회 개최를 요구하며 제출한 청구인 명단 중 상당수가 허위로 드러나 대구시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대구시는 7개 시민단체가 제출한 정책토론 8건의 청구인 서명부를 자체 조사한 결과, 중복서명, 기재 오류, 주소지 불일치 등이 다수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특히 명의 모용(도용) 의심 사례가 49건이 발생했고, 이 중 5건은 명의 모용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정책토론을 청구한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우리복지시민연합, 정의당 대구시당, 민주노총 대구본부, 대구환경운동연합,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지원주택추진위원회 등 7곳이다.

이들은 지난 4월 27일 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점검, 응급의료 대응체계 개선, 염색산단 유연탄화력발전소 점검 등 8건의 정책토론을 청구하면서 7천310명의 서명이 담긴 청구인 서명부를 첨부했다.

시가 이들이 제출한 정책 토론 청구인 서명부 전체를 분석한 결과, 1명이 8개 안건에 모두 서명한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3천578명으로 파악됐다.

또한 1천125명(16.4%)은 주소 미기재 등 오류가 있었고, 주민등록상 실제 주소와 일치하지 않는 '가짜 주소지'도 972명(13%)에 달했다. 이에 따른 실제 참여자는 1천635명(22%)에 그쳤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실제 참여자로 파악된 이들을 대상으로 서명 여부를 개별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 중 49명은 '동의한 사실이 없지만 누가 서명했는지 알 것 같다'고 신고했고, 5명은 동의하거나 직접 서명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시는 명의 모용이 드러난 시민단체들을 사문서 위조죄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앞서 시는 지난 5월 정책토론청구에 관한 조례를 개정, 기존에 300명이던 최소 청구인 수를 1천200명으로 높였다. 시는 시민단체들이 최소 청구인 수 기준이 강화되기전인 입법 예고 기간에 무더기로 청구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최근 정책토론청구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들이 청구한 8건 가운데 지역 위기가구 발굴 및 지원에 관한 정책 토론회를 제외한 7건을 미개최 통보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시민이 청구한 정책토론을 대구시가 거부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황순조 시 기획조정실장은 "인구 7만명인 속초시의 최소 청구인 수가 500명인데 비해 인구 240만명인 대구시는 300명으로 돼 있어 이번에 1천200명으로 개정한 것"이라며 "정책토론청구 제도가 참여 민주주의 확대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소수 이익 집단의 민주주의로 변질될 우려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성향의 일부 시민단체가 선량한 시민 전체를 대표하는 잘못된 관행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바로잡으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