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하늘의 날벼락도 유분수지, 이게 뭡니까."
18일 경북 영주시 장수면 성곡리의 한 사과과수원은 집중호우에 따른 산 비탈면 토사 유출로 흙더미가 돼 마치 운동장을 방불케 했다. 일대 과수원 6곳 8만2천500㎡가 피해를 입었다. 곳곳에 흙탕물이 넘쳤고,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한순간 삶의 터전을 잃은 농민 남성진(43) 씨는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그는 "농사를 시작한 지 5년이 돼 두 달 뒤 처음으로 수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모든 꿈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강제로 폐농하게 됐다. 다시 일어설 기력조차 없다"고 했다.
남씨는 10여 년 전 수도권의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와 대출까지 받아가며 가족과 함께 사과농사에 뛰어들었다. 남은 것은 갚아야 할 빚뿐이다. 그는 "부모님과 동생, 가족 등 세 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던 과수원이 사라지니 살 길이 막막하다"며 탄식했다.

역시 피해를 입은 농민 명지영(60) 씨의 얼굴에도 근심이 그득했다. 그는 "이웃주민 연락을 받고 달려와 보니 사과나무고 뭐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참담했다. 앞이 안 보였다"며 "과수원 조성하고 재배시설 설치하고 농사 짓느라 투자한 돈만 수억원인데 모두 허사가 됐다. 복구할 능력도 안 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유광호(60) 씨도 "텅빈 과수원만 보면 울화통이 터진다. 원상복구하려면 다시 수억원을 투자해야 되는데 아직 대출도 못 갚은 상태여서 투자할 여력이 없다" 손사래를 쳤다.
농민들은 과수원을 뒤덮은 토사 처리는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토사 대부분이 여전히 대량의 물을 머금어 뻘밭인 데다 비 예보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성곡1리 김경부 이장은 "젊은 사람들이 귀농해 열심히 농사짓고 살았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가 나서서 복구를 도와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장수면과 봉현면 등 영주시 전체의 토사 매몰 피해는 23건, 면적은 수십만㎡에 이른다. 피해 조사가 끝나면 규모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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