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천 산사태, 무엇이 화 키웠나? 울창한 산림에선 산사태 진행 멈춰

작은 절개지로 시작한 산사태 과수밭 등 산사태 시한폭탄의 뇌관 역할

예천 용문면 금곡리 산사태 현장의 전(아래)후(위) 모습. 밭과 건축 등 개발행위가 있었던 지점부터 절개지 폭이 커진 모습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예천 용문면 금곡리 산사태 현장의 전(아래)후(위) 모습. 밭과 건축 등 개발행위가 있었던 지점부터 절개지 폭이 커진 모습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극한 폭우로 경북 예천에 피해가 집중된 가운데, 무분별한 과수밭 개간, 간벌 등의 산림훼손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최근 국지성 호우, 가뭄, 산불 등 지구 전체를 위협하고 기상이변 상황에서 이러한 각종 개발 행위는 '산사태 뇌관'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다.

19일 예천에서 발생한 산사태 지역 인근을 둘러본 결과 울창한 산림에서는 산사태가 시작됐다가 중간에 산림에 막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린다.

안전재난 전문가들에 따르면 산이 많은 경북의 대다수 산간 취락마을은 장마철 집중호우 때는 상시적으로 산사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19일 현재 예천군에서는 감천면 벌방리와 진평리, 효자면 백석리, 용문면 사부리 등 4곳에서 산사태가 발생, 9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된 상태다.

19일 경북 예천 효자면 백석리 산사태 시작 지점.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9일 경북 예천 효자면 백석리 산사태 시작 지점.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이날 둘러본 사고 마을은 대부분 산 허리춤이나 상부에 크고 작은 밭들이 개간돼 있었다.

산사태가 발생한 마을들은 산 중턱이나 아래에 마을이 위치해 있고 산 위로 사과, 호두 등 과수밭들이 위치한 형태였다. 이는 경북의 전형적인 산간 취락마을의 모습이다.

특히 이곳은 최근까지 밭 등의 개발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예천 감천면 산사태 주변 산에서는 산사태가 상부에서 시작된 흔적이 있었지만 산림에 막혀 진행이 멈춘 듯 보였다. 윤영민 기자
예천 감천면 산사태 주변 산에서는 산사태가 상부에서 시작된 흔적이 있었지만 산림에 막혀 진행이 멈춘 듯 보였다. 윤영민 기자

주민들은 피해 마을 위로 생긴 과수밭 등은 최근 5년 안에 새로 조성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개발행위가 된 토양의 경우 응집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없어 산사태의 위험 더욱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한 피해 마을 주민은 "마을보다 위쪽에 새로 생긴 과수원과 집도 있도 있었고, 다른 마을에는 위로 호두밭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재해 마을 역시 산사태가 시작된 상부지점을 보면 나무와 돌들이 빠진 듯한 자리에 작은 폭의 절개지가 있었다. 이 절개지는 산 아래로 내려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눈사태와 같이 산사태 길을 따라 하부로 갈수록 폭과 깊이가 점차 커지면서 돌과 나무, 진창이 뒤섞여 마을을 덮친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나무가 없거나 띄엄띄엄 심긴 논과 밭의 토양은 상대적으로 토양의 응집력이 떨어져 조금만 가중이 더 해져도 쉽게 토사물들이 쓸려 내려갈 수 있다"며 "장기간 호우까지 지속되면 토양이 가질 수 있는 함수량이 기준을 넘어서 응집력은 더욱 떨어진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있는 한 마을 주민도 "사고 당일(15일) 새벽부터 작은 돌들이 집 외벽을 딱딱 때리는 소리가 들리긴 했는데 산사태가 마을까지 덮칠지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전문 용역을 통해 매년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을 하고 있으나 매뉴얼이 오래됐다. 장마철 기상이변과 산간마을 인근 개발행위 상황에 따라 새로운 매뉴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19일 경북 예천 효자면 백석리 산사태 시작 지점.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9일 경북 예천 효자면 백석리 산사태 시작 지점.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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