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연미 디자이너의 세계 명품 이야기] 170년 이어온 프랑스 장인정신 ‘고야드(Goyard)’

영·러·아랍 왕실서도 주문…상류층·귀족 위한 여행용 트렁크로 시작
가방·지갑·수납 키트·반려견 용품 다양화
점으로 표현한 'Y'자 트리플 셰브론 패턴…강에 얽히고 수레에 쌓인 통나무 상징화

고야드 생루이 백의 강이지 윌로 마카쥬
고야드 생루이 백의 강이지 윌로 마카쥬

◆ 파리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여행용 트렁크 제작

1853년에 프랑수아 고야드(1828–1890)에 의해 공식적으로 설립된 메종 고야드의 기원 스토리는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1792년, 피에르 프랑수아 마르탱은 자신의 메종 마르탱을 설립하여 19세기 후반, 트렁크 메이커들의 시대가 오지도 않은 당시 섬세한 기술력으로 물건들을 포장하는 서비스와 여행용 트렁크 제작을 전문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코팅된 캔버스와 방수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고 수년에 걸친 그의 명성은 상류층에 유명세를 얻어 왕실의 공식 납품업체로 선정되어 상품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메종 고야드 233
메종 고야드 233

1834년 메종 마르탱의 성장으로 메종을 생토노레(Saint- Honoré) 347번지(현재는 새로운 거리주소 233번지로 변경)로 이전하여 사업을 확장해 갔으며 마르탱은 루이 앙리 모렐에게 회사를 물려주었다.

1841년 '메종 모렐'이라는 명칭으로 마르탱의 뒤를 이은 루이 앙리 모렐은 1845년 당시 17세의 프랑수아 고야드를 견습생으로 고용하여 우수한 교육으로 기술력을 계승해 나갔다. 1852년 모렐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그의 뒤를 이어 프랑수아 고야드가 메종을 인수하여 메종 모렐이 '메종 고야드'로 새롭게 탄생되었다.

프랑수아 고야드
프랑수아 고야드

◆ 5대를 이어 온 가족 계승과 고급 명품 브랜드로 성장

프랑수아 고야드는 1885년, 당시 25세였던 그의 아들 에드워드 고야드에게 자신의 사업을 인계하였고 에드워드 고야드는 아버지의 작품을 기반으로 생토노레 매장을 국제적인 엘리트 고객을 위한 장소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회사 이름도 E. Goyard Ainé(Ainé는 프랑스어로 "장남"을 뜻함)로 바꾸었다.

비즈니스를 위한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최초의 광고를 제작하여 브랜드를 홍보하고 몬테카를로, 비아리츠, 보르도 등 프랑스 내에 3개의 매장을 오픈하여 규모를 확장해 갔다. 뉴욕과 런던에 지사를 세우고 높은 명성의 제조업체와 협력하여 자동차용 제품을 개발하는 등 혁신가적인 면모를 나타내었다.

에드워드 고야드는 메종 고야드를 파리의 상류층과 귀족들을 위한 여행용 트렁크 전문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아랍의 왕족, 러시아 황실, 영국 왕실 등 많은 왕족들이 주문 제작하여 사용하면서 상류층을 위한 명품 중의 명품으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굳혀갔다.

1923년, 에드워드 고야드(1860-1937)는 그의 아들 로베르(1893-1979)에게 고야드의 경영을 이어가게 하였으며 1931년, 트렁크에 수납이 가능한 획기적인 여행용 데스크를 발명하여 특허도 취득하였다. 그다음으로 프랑수아 고야드(1918-2005), 그리고 설립자의 고손녀인 이자벨 고야드까지 가문 5대를 이어 메종을 계승 발전시켰다.

고야드 CEO 쟝-미셸 시뇰(왼쪽)
고야드 CEO 쟝-미셸 시뇰(왼쪽)

1988년, 쟝 미셀 시뇰이 고야드를 독립적으로 인수하여 CEO를 맡고 있으며 개인 소유의 회사이지만 생토노레가의 노하우를 구현하며 유럽, 미국, 아시아에 새로운 아틀리에와 매장을 열었다.

시대를 초월한 감각과 진정성 있는 독창성으로 과거의 명성과 영향력을 되찾아 국제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키며 170년의 긴 역사를 이어가며 장인정신을 고수하고 있다. 공방 초기에는 여행용 트렁크를 생산하는 브랜드였으나, 사업을 확장하면서 가방, 지갑, 수납 키트, 반려견 용품 등 다양한 가죽제품을 생산하게 되었다.

현대의 고야딘 캔버스와 셰브론 패턴
현대의 고야딘 캔버스와 셰브론 패턴

◆ 고야딘 캔버스의 기원과 Y자의 트리플 셰브론 패턴

에드워드 고야드의 많은 업적 중 가장 큰 공헌은 1892년 '고야딘(Goyardine)' 캔버스를 개발하고 출시하여 디자인, 소재, 실용성 면에서 명품 브랜드의 차별화 전략을 나타내었다.

에드워드 고야드는 강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로 착용하는 옷의 전통적인 소재인 '푸탕그리'를 활용하여 리넨과 면을 기본 소재로 천연수지로 코팅한 고야딘 캔버스을 출시했다. 내구성은 부드럽고 견고하면서 탁월한 방수 기능을 지녀 당시로서는 기술 혁신을 입증했다.

고야드 삭시앙 그리
고야드 삭시앙 그리

여러 개의 점으로 표현한 패브릭의 도트 'Y'는 3개의 인접한 갈매기 형태의 셰브론(chevron-V) 패턴으로 강에 얽혀있는 통나무와 수레에 쌓인 통나무를 상징하는 것이다.

하나의 셰브론 내에서 흰색의 E, 고야드(E. Goyard)가 패턴과 대조를 이루는 반면, 생토레노의 주소인 233 R St. Honoré Paris를 인접한 셰브론에 대칭적으로 배열하여 두 개의 어두운 갈색 음영이 연속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외에도 고야드의 특별함은 오직 프랑스 거점 생산방식이다. 보통의 브랜드는 단가와 이윤을 남기기 위해 해외 생산 방식을 활용하는데 고야드는 브랜드 명성에 기반이 된 전통의 생산 방식에 충실하고자 오직 프랑스 아뜰리에의 숙련된 장인들에 의해서 제품을 생산하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이어가고 있다.

쟝-미셸 시뇰이 고야드의 CEO가 되자,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블랙 캔버스를 기본으로 다양한 색상의 캔버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 결정에 따라 부드러운 제품에는 레드, 오렌지, 옐로, 그린, 스카이 블루, 마린 블루, 보르도, 그레이, 화이트가, 단단한 제품에는 골드와 실버, 총 11가지 새로운 색상이 도입되었다.

그 외에도 시즌별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새로운 컬러의 상품들을 선보이며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야드의 170년의 역사를 이어온 전통
고야드의 170년의 역사를 이어온 전통 '마카쥬 시스템'
170주년 기념
170주년 기념

◆ 170년의 역사를 이어온 전통 '마카쥬 시스템'

프랑수아 고야드가 메종을 설립하여 브랜드의 희소성을 높이는 가치 중 하나는 1800년에 시작된 마카쥬 시스템이다. 귀족들이 여행을 다닐 때 본인의 물건을 구별하고 분실을 방지하기 위해 표식이나 이니셜을 새겨 넣은 것에서 시작된 고객 서비스가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마카쥬 시스템은 이니셜, 숫자, 스트라이프, 그림이미지 등 다양한 문양들을 새겨 넣을 수 있다. 마카쥬 제작 기간은 보통 4-6주 정도가 소요된다.

마카쥬 커스텀 아트는 숙련된 장인들의 손으로 만들어지며 브랜드의 역사에 맞게 최고의 퀄리티로 다양한 디자인의 커스텀을 제공하고 있다.

고야드의 '스페셜 오더' 제품은 고객과의 상의를 통해 개인의 맞춤형 제작 서비스로 진행되며 오더 메이드 제작의 경우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을 기다려야 상품을 만나 볼 수 있다. 윈저 백작, 가브리엘 샤넬, 피카소, 코난 도일, 칼라거펠트 등 고야드 만의 특별한 트렁크를 오더 한 고객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고야드 벨샤스 비유드 백
고야드 벨샤스 비유드 백

◆ 1890년 반려동물을 위한 액세서리 출시

메종 고야드에서는 1890년대에 반려동물을 위한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네발의 반려동물의 여행과 산책을 위한 고급소재의 의류들, 자동차 여행을 위한 고글, 부츠, 넥카라, 목줄 액세서리와 반려동물을 위한 다양한 제품들을 개발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에드워드 고야드는 "가장 세련된 강아지는 고야드를 입는다"라고 당대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선보인 위트 넘치는 유쾌한 광고로 주목을 끌었다. 고야드에서는 반려동물들을 위한 상품 개발에 대한 전통을 줄곧 이어왔으며 파리 본점인 생토노레 233 매장의 맞은편, 325번지에 반려동물을 위한 매장을 2008년 오픈하였다.

고야드 사이공 백 PM
고야드 사이공 백 PM

◆ 고야드의 시그니처 잇 백과 리미티드 에디션

고야드의 대표 시그니처 아이템은 '생루이 백'으로 한국에는 2007년 처음 소개되어 출시 당시 첫날 매출이 1억원을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제품은 고야드 캔버스로 제작되어 별도의 라이닝 없이 가벼운 것이 특징으로 내부와 외부를 뒤집어서 사용이 가능하며 총 11개의 컬러로 제공되어 수납이 용이하여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한국에서는 '청담동 쇼퍼백'이란 별칭을 얻으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고야드 '233백'은 파리 1구의 생토노레가 233번지의 고야드 본점의 주소에서 이름을 따 제작되었으며 외부에 장착된 고야드 마크가 더해진 클로저가 있는 디자인으로 메종 고야드의 상징적인 제품이다.

사이공 백은 고야드 라인에서 클래식한 제품으로 우아하고 섬세한 디자인으로 젊은 감각으로 전통을 재해석한 디자인이다. 가방 핸들의 목재는 너도밤나무를 사용했으며 가방의 중심 두 줄 라인의 목재 디테일은 과거 트렁크 제작방법의 디테일로 시간을 뛰어넘는 고야드의 장인정신을 보여준다.

170년의 긴 세월이 흘러도 고야드의 품질과 기술력은 변화되는 시대에 앞서 혁신을 거듭해 나아가는 명품 중의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바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명품에서 느껴지는 고귀한 자태와 단아한 맵시는 오랜 세월의 변화 속에서도 단단하게 자리 지켜 온 것에 대한 깊이를 느낄 수 있듯 21세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그런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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