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회적 고립 은둔 청년 '묻지마 범죄'…처벌 강화로 예방?

묻지마 기준 자체가 모호해 제대로 된 정의도 못 내려
전문가들 "지속적으로 은둔청년 발굴해 범죄예방 나서야"

인천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출근하던 옛 연인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30대 남성 A씨가 28일 오전 인천 논현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의 한 아파트 복도에서 출근하던 옛 연인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30대 남성 A씨가 28일 오전 인천 논현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로 대한민국이 공포에 질리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은둔 청년과 정신질환자 등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형제 등 강력한 처벌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 신림역에서 칼부림을 벌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에게 중상을 입힌 피의자 조선(33) 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들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로 파악됐다. 3일 경기도 성남 서현역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해 흉기를 휘둘러 14명에게 부상을 입힌 최모(23)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묻지마 범죄는 누구나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경찰은 지난해 '묻지마 범죄'를 '이상동기 범죄'로 규정하고 강력수사·여성청소년수사·생활질서과 등이 참여해 테스크포스(TF)를 구성했지만 여태껏 진척된 사항은 없다. '이상동기 범죄'의 기준 자체가 모호한 탓에 관련 통계는커녕 제대로 된 정의조차 내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상동기 범죄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최근 잇따르는 이상동기 범죄의 피의자 대부분이 20~30대 은둔형 외톨이 청년인 만큼 사회안전망 속에서 이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둔 청년이나 중증 정신질환자 등은 지속적으로 사례를 발굴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거에 전과가 있는 재범자의 비율이 높은 만큼 적절한 형사처분이 이뤄졌는지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19~39세 청년을 대상으로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말까지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은둔 청년은 방이나 집 등 제한된 장소에 머물면서 타인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청년을 뜻한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를 통해 긴급복지, 심리지원 등 맞춤형 지원 시범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이진숙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서현역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의 경우처럼 본인이 자발적으로 관련 치료를 거부하더라도 사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치료를 하고 이런 사태까지 이르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며 "각 학교별로 사회복지사 인원을 확충해 유년기 시절부터 정서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에 사형제 부활 또는 종신형 등 강력한 처벌을 통해 이 같은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잖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흉악범죄를 저지르고도 감옥에서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과 자칫 사형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범죄 예방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사형제가 시행되면 분명한 범죄 예방 및 억제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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