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온라인 살인 예고글 급증 왜… "주목 받는 행위 즐기는 10·20대 특성 때문"

신림역 흉기난동 이후 살인 예고글 187건
검거된 작성자 57.6%가 10대 청소년으로 확인
전문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주목 받고 싶은 욕구가 표출된 것"

대구경찰청은 8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범죄에 대비해 현장 대응 FTX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대구경찰청은 8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범죄에 대비해 현장 대응 FTX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동대구역 광장과 신세계백화점에 남성 1명이 흉기를 소지하고 다닌다'는 상황을 가정해 112상황실, 지구대 순찰차, 형사팀, 교통 순찰차, 경찰특공대가 119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합뉴스

서울 신림역과 경기 성남 서현역에서 잇따라 흉기 난동 사건이 이어지자 온라인상에서 살인 예고글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사회적 혼란을 낳고 있다. 검거된 작성자 절반 이상이 10대 청소년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심각성을 알리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신림역 흉기 난동이 발생한 지난달 21일부터 6일 오전 7시 기준 전국적으로 살인 예고글 187건이 확인됐다. 모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협박성 글이었다. 경찰은 살인을 예고한 글을 올린 작성자 가운데 59명을 검거하고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살인 예고글은 지난 3일 경기 분당 사건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검거한 피의자 가운데 절반 이상(34명·57.6%)이 10대 청소년이었고 대부분은 '장난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다수의 주목을 받기 위한 욕구가 표출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완석 영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행동이 타인 혹은 사회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생각하지 못하고 분노 등 감정 표출에만 집중한 자기중심성이 드러난 것"이라며 "'장난이었다'는 무책임한 진술을 하는 것도 이와 연결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단절과 고립도 원인으로 꼽혔다. 서 교수는 "3년 간의 거리두기가 소아청소년들의 자기중심성을 강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친구들과 노는 대신 SNS를 더 많이 접하면서 사회성을 기를 기회가 적어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유행에 편승한 살인 예고글이 형사 처벌로 이어지는 중대한 사안임을 알리고 교육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중곤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또래 문화에 의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주목받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현상"이라며 "안일한 마음으로 게시된 글이 경찰력 낭비 등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을 교육하고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사기관도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경찰은 살인 예고글에 '시간 또는 장소가 특정된 경우'에는 협박죄 적용 등을 적극 검토하고, 조사 과정에서 범죄실행의사가 확인되면 구속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대구경찰청은 "학교전담경찰관(SPO)을 통해 '흉악범죄 예고글' 게시가 엄연히 범죄임을 알리고 특별예방교육과 홍보활동을 병행해 추가 피해를 사전차단하겠다"고 밝혔다.

대구경찰청은 흉악범죄 예고글을 차단하기 위해 청소년 대상 교육·홍보 활동을 강화하기로 8일 밝혔다.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경찰청은 흉악범죄 예고글을 차단하기 위해 청소년 대상 교육·홍보 활동을 강화하기로 8일 밝혔다. 대구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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