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벗어난 태풍…지하주차장·산사태 취약지 즉각 대피 통했다

매미·루사보다 세력 약해도, 李지사 긴급 대피명령 발동
영주·봉화 급경사 선제 대응…현장 관리관 두고 시설 살펴
인력·장비 즉시 투입 태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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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진 10일 대구 신천 둔치가 불어난 물에 잠겨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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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카눈'으로 인한 산사태로 무너진 김천시 증산면 황점리 주택 모습. 독자 제공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한 제6호 태풍 '카눈'(KHANUN)이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피해를 입힌 채 10일 오후 대구경북을 벗어났다. 한반도를 종단하는 사상 첫 태풍으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됐지만,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육지에 상륙하면서 그나마 세력이 약화한 데다 정부와 자치단체들의 철저한 대비로 그마나 피해를 최소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오전 9시 20분쯤 경남 거제에 상륙한 제6호 태풍 '카눈(KHANUN)'은 오후 4시 충북 충주 남동쪽 30㎞ 지점을 지나 시속 31㎞ 정도로 북북서진했다. 이날 늦은 밤 서울 북동쪽으로 수도권을 지났다.

카눈의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85hPa(헥토파스칼)과 24㎧(시속 86㎞)로 강도 등급이 따로 부여되지 않을 정도로 세력이 약해졌다. 태풍의 강도는 최대풍속이 25㎧ 이상일 때부터 매겨진다. 다만 태풍은 그 자체가 강력한 기상현상이어서 강도 등급이 없더라도 절대적으로 약하지는 않다.

카눈은 상륙 직전까지 '강'의 강도를 유지했으나 상륙하면서 세력이 조금씩 약해졌다. 태풍의 강도를 높이는 데는 강수대와 이동 속도가 중요하다. 지난해 포항에 큰 피해를 입힌 태풍 힌남노는 이동 속도가 카눈보다 2배 정도 매우 빠른 편이었다. 힌남노는 포항 부근 해상에서 정체를 하는 바람에 특정 지역에 많은 비를 쏟아내서 피해가 키웠다.

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의 발달로 카눈이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북상했다. 이런 식으로 경로를 자주 틀면 태풍 세기도 그만큼 자연스럽게 약해진다"며 "강도 측면에서는 2003년 매미나 2002년 루사에 비해서는 약했다"고 설명했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비와 바람도 소강 상태를 보였다. 기상청은 오후 4시 30분을 기해 대구에 내려졌던 태풍경보를 태풍주의보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대구경북 지자체들의 선제 대응도 피해 최소화에 한목했다. 특히 지난달 극한호우로 많은 인명과 큰 재산 피해를 입은 경북은 태풍 카눈의 북상에 대비, 경북도를 비롯해 22개 시군이 긴급 점검에 총력을 쏟았다. 위험 예상지역에 대해서는 긴급대피 행정명령 발동 등으로 사전 조치에 나섰다.

경북도는 카눈의 영향권이 가까워 오자 예비특보 단계부터 비상근무체계를 가동하면서 유관기관 간 재난상황 정보를 공유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때 "강제 대피 명령을 적극적으로 발동해야만이 인명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며 긴급대피 행정명령을 각 시군에 주문했다.

지하주차장, 집중호우 시 산사태 우려지역 등에 대해서는 즉각 대피명령 및 경찰·소방의 협조로 선제적 대피 조치를 강력하게 시행했다.

지난 극한호우로 피해가 컸던 경북 예천군, 영주시, 봉화군 등은 사전에 산사태 우려 지역, 급경사지 등 재난 취약지역을 대상으로 현장 관리관을 배치, 시설물을 꼼꼼히 살폈다.

시장, 군수가 주재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통해 태풍 상황에 따른 수시 대처를 재빠르게 했고 인력과 장비 등으로 즉시 투입 태세를 유지했다.

포항시와 경주시, 영덕군, 울진군 등 동해안지역도 어선 대피 상황과 양식장, 비상발전기 가동상태, 해수욕장 통제 등을 통해 태풍에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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