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에서 유일한 대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역사관 '희움'이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외면받고 있다. 인력난과 운영난에 시달리는 희움은 찾아오는 시민들을 맞이할 다양한 역사 콘텐츠 개발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지난 17일 대구 중구 희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역사관에서 만난 서혁수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표는 취재진을 만나자 곧장 수장고로 안내했다. 역사관 내 작은 수장고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유품뿐 아니라 피해를 증언한 기록들이 한가득이었다. 그럼에도 서 대표는 막막한 표정이었다.
서 대표는 "할머님들이 사용하던 수레, 생전에 직접 그리신 그림 등 이 모두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라며 "네덜란드에서는 안네 프랑크의 집을 만들어 유대인 학살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기억하는데 한국은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정치적인 용도로만 언급하는 데 그쳐 이 역사적 기록들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은 백명이 넘는 후원자와 브랜드 '희움'의 수익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지자체 지원 등이 턱없이 적어 역사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홍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점이다.
서 대표는 "학예사 두 명이 콘텐츠를 개발하고, '기림의 날' 프로그램을 짜고, 브랜드 '희움'이 판매하는 물건 포장까지 모두 도맡아서 한다"며 "그럼에도 월급을 간신히 맞춰 줄 만큼 어려운 상황"이라고 씁쓸해했다.
국가 기념일인 '기림의 날'도 대구에서만큼은 소규모 독립극장에서 조촐하게 치러졌다. 지난 14일 대구 중구 '오오극장'에서 열린 '기림의 날' 행사장을 찾은 사람도 10명 남짓이었다. 이조차도 일반 시민은커녕 주최 측 관계자들만 참석했다.
서 대표는 대구가 타 지자체에 비해 '기림의 날' 등 위안부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매우 저조해졌다고 증언한다. 서 대표에 따르면 서울, 경기도, 경상남도 등 타 지자체의 '기림의 날' 행사는 각 시청, 도청 등에서 진행될 정도로 지자체의 관심이 높다.
대구시뿐만 아니라 구청의 관심도 낮기는 마찬가지다. 대구 중구청은 '근대 역사 문화' 코스 안에 희움 역사관을 넣어 관광 코스 중 하나로 활용하고 있지만 별다른 지원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희움 역사관에 대한 지원은 없다"며 "위안부 관련 지원은 대구시가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보전하기 위해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한다. 강윤정 안동대 사학과 교수는 "안네 프랑크의 집처럼 전 세계적으로도 부끄러운 역사일수록 더 적나라하게 기록하려고 노력한다. 이는 결국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국가 차원의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며 "지자체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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