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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남은 50인 미만 기업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연장을"

'인력·자금난, 모호한 기준 등 즉각 대응 불가능"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한 건설 현장에 안전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매일신문DB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한 건설 현장에 안전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매일신문DB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5개월여 앞둔 가운데 대구지역 중소기업계에서 법 유예기간 연장과 기준 완화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 지난 2년간 유예기간을 가졌지만, 중소기업들은 인력, 자금 부족 등으로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6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중소기업 중대재해처벌법 평가 및 안전관리 실태조사'에서도 50인 미만 사업장(250개사)의 40.8%가 '내년 중대재해처벌법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기도 했다.

당시 조사에서 50인미만 중소기업 가운데 58%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을 '최소 2년 이상' 연장해야 한다고 답했고, 41%도 '1년 유예'를 희망했다.

50인 미만 중소기업 대상 2024년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 준수 가능 여부 조사 결과 자료출처: 중소기업중앙회
50인 미만 중소기업 대상 2024년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 준수 가능 여부 조사 결과 자료출처: 중소기업중앙회

지역 중소기업계도 시행을 앞두고 금전적 문제와 인력 확보 한계 등을 이유로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 지역 유압 기계 제조업 기업은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 공감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대표가 중대재해에 대해 형사처벌 등 법적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이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나 관련 공공기관, 사설업체의 컨설팅을 받아보기도 했지만 각종 기관, 부서에서 명확한 가이드도 없이, 방문해 보완 사항만 지적하고 갔다"며 "기관별로 지적 사항이 모두 달라 방향성도 없었고, 여기저기 비용만 많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현장에 법을 적용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하루, 이틀짜리 교육이나 컨설팅도 좋지만 정부의 안전 전문가 장기간 안전관리 업무 지도가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자동차 부품 업체 관계자는 "사용자가 안전시설을 미비하게 설치하거나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면 처벌을 받는 게 맞지만, 반대로 근로자의 과실로 사고가 났을 때도 사용자가 처벌을 받는다면 경영상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인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구의 한 기계 부품 기업 관계자는 "가뜩이나 힘든 시기를 보내며 겨우 살아가고 있는 중소기업에 비생산 인력을 추가로 배치하라는 것은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며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속 소재 기업 대표는 "사람을 뽑고 안전장치나 장비를 갖추려면 돈이 들어가는데 그 돈은 누가 지원해 주는 것도 아니지 않냐"라며 "사업주만 옥죈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대구 지역 섬유업계에서도 "50인 이상 기업들도 아직 중대재해처벌법 의무사항을 준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는 데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한 기업들에 이런 잣대를 대는 건 무리가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중소기입인들과 만나 중소기업 관련 규제 개선에 대해 공감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편 중기중앙회는 대구( 9월 7일·12일) 등 전국 30개 지역을 순회하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하반기 전국 순회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설명회는 오는 10월 10일까지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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