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시 군복과 같은 민방위복, 품질표시 없는 수입산 ‘활개’

정부, 지난달 노랑색 민방위복을 청녹색으로 디자인 변경
가격 두 배 차이 나지만 국내 인증 받은 민방위복과는 품질 달라

규격과 품질 인증을 받고 제작된 국내 정식 민방위복(오른쪽)과 수입 민방위복. 겉모양은 큰 차이가 없지만 원단 재질이 다르고 색상도 차이가 난다. 김우정 기자
규격과 품질 인증을 받고 제작된 국내 정식 민방위복(오른쪽)과 수입 민방위복. 겉모양은 큰 차이가 없지만 원단 재질이 다르고 색상도 차이가 난다. 김우정 기자

정부가 올해 새 민방위복을 도입했으나 품질표시라벨조차 부착하지 않은 베트남산 저가 제품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에 납품 규격을 맞추고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는 국산 제품은 뒷전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8월 8일 민방위기본법 시행규칙을 개정·공포하면서 기존 라임색에서 청록색으로 색상을 교체했다. 태극기를 부착하는 한편 민방위 로고와 소매 여밈 부분의 디자인도 새롭게 변경했다. 민방위복 디자인 변경은 2005년 이후 18년 만이다.

민방위복은 국가적 재난이나 위기상황 및 이에 대비하는 훈련 때 공무원, 민방위대원들이 착용하는 의복이다. 정부는 이런 민방위복의 역할에 맞춰 방수성·내구성 방수·난연 기능과 활동성·통기성이 좋도록 원단부터 품질에 한국산업표준(KS)을 적용해 제작지침을 두고 있다.

국내 제작 민방위복은 품질표시가 정확히 부착돼 있지만 수입 민방위복은 품질표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구사 제공
국내 제작 민방위복은 품질표시가 정확히 부착돼 있지만 수입 민방위복은 품질표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구사 제공

민방위복 세부 제작지침에 따르면 ▷겉감 원단 혼용률과 색상 패턴 ▷벨크로테이프 및 태극기와 기관 명칭 표지장 규격 ▷인장 및 인열강도(천이 찢어지는 데 필요한 힘) ▷세탁 치수 변화율 ▷세탁 견뢰도(세탁시 옷감 변형 정도) 등의 기준에 통과해야 하고 이를 증명하는 품질표시라벨을 부착해야 한다. 하지만 베트남산 제품은 이 같은 품질표시 없이 저가 공세로 관공서에 납품 중이다.

제작 규정은 있으나 구매에 있어서는 별다른 지침이 없어 자치단체가 재량에 따라 구입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품질은 떨어지지만 값싼 베트남산을 구매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베트남산 제품은 2만5천원 정도여서 국산의 절반에 불과하다.

저가 베트남산 민방위복이 실제 재난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특수복 전문제작사인 '지구사' 전수열 대표는 "민방위복은 일반 옷이 아니라 재난 등 긴급 상황에 착용하는 제복인 만큼 색상, 품질 등이 동일해야 하고 군복에 준하는 엄격한 제작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수입산은 품질이 떨어져 재구매해야 할 가능성도 있어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에서 만든 민방위복을 사는 게 더 경제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민방위복과 관련해 구매에 의무조항을 두면 규제로 작용될 수 있다"며 "다만 새 민방위복을 구매할 때 확실히 검증받은 제품인지 확인을 당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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