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캠퍼스 풍경 스케치] 반세기 캠퍼스 상징, 변화의 옷을 입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경북대 상징물
60년 넘은 계명대 대명캠퍼스 정문 리뉴얼

경북대의 상징조형물 중 하나인 일청담과 주변 경관이 새롭게 바뀐다. 사진은 공사 막바지에 이른 일청담 주변 풍경. 경북대 제공
경북대의 상징조형물 중 하나인 일청담과 주변 경관이 새롭게 바뀐다. 사진은 공사 막바지에 이른 일청담 주변 풍경. 경북대 제공

"졸업식 때면 박물관 앞이랑 꽃시계 앞에서 기념촬영 많이 했었죠. 그게 사라진다니 아쉽네요." "비사광장에서 탈춤 추고 축제판 벌이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새롭게 바뀐다니 기억 속에서 꺼내봐야 될 때가 온 거죠."

경북대와 계명대의 역사적 순간을 함께 했던 공간들이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 경북대는 1970년대부터 학교의 상징처럼 자리매김했던 감꽃 모양 꽃시계와 시계탑이 리뉴얼되거나 자리를 옮겼다. 계명대 역시 개교 이래 학생들의 축제장이자 민주화광장 역할을 했던 비사광장이 로터리식 분수대로 새롭게 태어난다.

◆일청담의 단짝 꽃시계, 역사 속으로

경북대는 학교의 상징물처럼 여겨지던 일청담 분수대와 주변 경관을 지난 6월부터 손보고 있다. 지척에 있던 감꽃 모양 꽃시계와 약속 장소로 손꼽혔던 시계탑도 50년 만의 보수와 자리바꿈에 들어갔다. 11월 중순 준공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약 13억 원을 들였다.

감꽃 모양의 꽃시계는 1960년 신축된 돔형 지붕의 본관 건물과 더불어 랜드마크로 인식되며 졸업식 기념사진 촬영 배경으로 사랑받던 곳이다. 꽃시계는 길이 2m 정도의 시침과 분침, 돌로 만들어진 숫자판 4개(3, 6, 9, 12), 시침과 분침 아래 땅에 묻혀 있던 직육면체(0.4m x 0.5m x 1m) 형태의 작동 장치로 분해됐다. 경북대는 꽃시계의 역사적 상징성 등을 감안해 작동 장치 등을 교내 박물관 수장고로 옮겨 보관하면서 향후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할 방침이다.

지척에 있던 시계탑도 꽃시계 못지않은 '생활형 표석' 역할에 충실했던 터다.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시계탑과 이름이 같아 헷갈리기도 했지만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였다. 이번 정비로 시계탑은 정보전산원 앞 로터리로 자리를 옮겼다.

경북대 대구캠퍼스의 상징 조형물로 오랜 기간 인식됐던 꽃시계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경북대 제공
경북대 대구캠퍼스의 상징 조형물로 오랜 기간 인식됐던 꽃시계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경북대 제공

경북대 관계자는 "일청담은 평소 지역주민, 대학 구성원들이 자주 찾는 휴식공간이자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이나 연못 주변 안전펜스 미설치, 보행로 부재 및 통학버스 정차로 이용자 안전사고 위험이 있었다"며 "일청담 광장도 노후 아스콘 포장으로 통행 기능 외에 활용성이 없어 안전성, 활용성, 경관 등 3가지 기능을 개선해 복합문화 공간으로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공사 현황을 보면 일청담 주변에는 안전난간이 설치되고 보행로가 신설된다. 잔디스탠드, 앉음석(석재의자) 등 휴게시설과 문화공간도 갖춘다. 기존 꽃시계가 있던 공간은 장미공원과 장미터널 등으로 조성된다. 경관 조명까지 설치되면 일청담 야간 경관도 새로워질 것으로 학교 측은 내다보고 있다.

계명대 대명캠퍼스 비사광장 리뉴얼 예상도. 계명대 제공
계명대 대명캠퍼스 비사광장 리뉴얼 예상도. 계명대 제공

◆계명대 정문 비사광장, 로터리식 분수대로

계명대도 대학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대명캠퍼스의 얼굴을 바꾼다. 대명캠퍼스 정문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던 드넓은 광장, 비사광장이 로터리식 분수대로 바뀐다. 1980년대 민주화 요구의 함성으로 가득했던, 계명대 학생들의 축제장이자 민주광장 역할을 했던 공간이기도 했다.

세월의 변화를 이겨낼 수 없었다. 1990년대 들어서며 성서캠퍼스로 학교 기능이 상당 부분 옮겨간 것도 이유였지만 자가용 이용자 폭증이 주된 원인이었다. 1980년대까지는 정문 동편 주차장만으로도 차량 주차난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마이카 붐까지 소화하기는 벅찼다. 주차장 기능을 학내에서 해결하면서 비사광장이 차량 통행로로 바뀌었던 것이다.

계명대 대명캠퍼스의 설립은 1954년 5월. 정문과 비사광장은 1961년 7월 준공된 것이다. 60년이 넘었다. 노후된 정문을 철거하고 대학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양머리형 갓을 올려 학사모 모양으로 새롭게 선을 보인다. 백순현 계명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미술대학 재학생과 입주업체 등 2천여 명이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생동감을 주기 위해 분수를 콘셉트로 삼았다. 주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낡은 느낌을 주는 것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6월 22일 시작된 공사는 올해 말쯤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계명대 측은 ▷노후 문주와 대문 철거 후 신설 ▷중앙 상징조형물(분수) 설치 ▷보·차도 분리 광장 디자인 ▷회전교차로 설치 등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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