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88> 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지음 ·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펴냄

미셸 자우너 지음 ·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펴냄
미셸 자우너 지음 · 정혜윤 옮김 / 문학동네 펴냄

우리 모두에게는 평범한 일상이나 특별한 기억 속에 함께하고 있는 음식에 대한 추억이 있을지도 모른다.

'김밥' 하면 소풍 가는 날 아침,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함께 주방에서 열심히 김밥을 말고 계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된장찌개' 하면 주말 아침, 늦잠 자는 와중에 들리는 보글보글 소리와 솔솔 풍기는 구수한 냄새처럼 말이다.

이렇듯 음식과 함께한 추억을 떠올리며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쓴 책이 바로 「H마트에서 울다」이다.

'H마트'는 미국에서 아시아 식재료를 전문으로 파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추억과 사연을 가지고 이곳을 찾는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미셸 자우너도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한국 음식을 떠올리며 이곳에서 장을 보고, 직접 요리도 하며 어머니와 함께한 추억을 떠올린다.

이 책은 어머니의 암 투병으로 삶과 죽음 사이에서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 맞닥뜨리게 된 상실의 아픔을 한국 음식으로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뮤지션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자신의 경험과,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혼혈이자 이민자로서 흔들렸던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금 찾아 나가는 내용까지 담겨있으니 단순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정의하기엔 부족하지 않을까.

또한 음식을 통해 자식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던 어머니 덕분에 한국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한인 2세의 시각으로 본 한국 음식에 대한 소개가 참 재미있다. '아기를 낳은 산모 혹은 생일인 사람이 먹는 영양가 풍부한 해초 수프'라는 설명이 나오는 대목에서 한국인이라면 굳이 어떤 음식인지 맞히려 하지 않아도 '미역국'을 떠올릴 것이다. 이 외에도 '원반 모양의 쌀 과자', '통닭 수프' 등 한국인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음식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묘사되고 있으니 그런 표현들을 하나씩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데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H마트'처럼 어머니가 그리울 때 어머니를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추억이 가득한 장소를 내 아이에게도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런 장소가 생긴다면 내 아이도 언젠가 겪을 이별의 아픔을 그 장소를 통해 위로받으며 조금 더 유연하게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이별의 순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그 순간을 조금이라도 덜 슬프게,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려면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사랑하길 바란다.

조승주 경상북도교육청 영주선비도서관 사서
조승주 경상북도교육청 영주선비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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